Updated : 2024-04-30 (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통방 문구변화가 준 기대감과 총재 발언이 준 실망감

  • 입력 2024-04-12 14:1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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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 이창용 한은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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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한 "깜빡이를 켤지 여부를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아직 깜빡이를 켠 상태는 아니다"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금통위는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금통위원 전원일치로 동결했다.

아울러 2월 회의 때처럼 포워드 가이던스 상 3개월 기준으로 1명이 인하 가능성을 열어뒀다

■ 한은 "깜빡이, 고민 중이며 아직 안 켠 상태"...하반기 인하, 있을 수도 없을 수도

이 총재는 현재 금리인하 깜빡이가 들어온 상태는 아니며 향후 6개월 내 금리 가능성에 대해서도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했다.

한은 입장에선 헤드라인과 근원 물가 둘 모두 중시할 수 밖에 없으며, 이 부분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고 했다.

따라서 앞으로 금리인하 시점을 예단하기 어렵고, 6개월 내 인하가 된다고 장담하기도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총재는"근원물가는 예상대로 가는데 소비자물가는, 유가가 특히 어떻게 변할 지 모른다"면서 "1개월 지나서 하반기로 가기 전에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연말이면 2.3%까지 갈 것이냐가 매우 중요하다"고 했다.

유가가 안정돼 소비자 물가가 연말 2.3%까지 갈 것이라고 하면 금통위 전체가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는 것은 아니냐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반면 소비자 물가가 연말 2.3%로 가는 경로보다 높아지면 하반기 금리 인하가 어려울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통화정책방향문에서 긴축기조를 '충분히 장기간'에서 '충분히'라고 수정한 이유에 대해선 "충분히 장기간이라고 써 두면 하반기 인하를 할 수 없다는 메시지가 가고, 다 없애면 하반기에 금리를 인하한다는 메시지가 갈 수도 있어서 소통 차원에서 문구를 변경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현재 한은 입장은 하반기에 금리를 인하할 수도, 계속 동결할 수 있다는 스탠스다.

한은 총재, 각국 탈동조화 긍정했으나 물가는 헤드라인, 근원 모두 볼 필요 강조

한은 총재는 지금은 각국이 미국 상황을 그대로 추종하기 보다는 자국 상황에 맞춰 통화정책을 펼 수 있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는 기조에선 각국의 통화정책이 제약되지만, 미국이 금리 인하를 고민하는 상황에서 다른 나라들의 자율성이 높다진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전세계적으로 금리정책 탈동조화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우리도 미국을 반드시 따른다, 아니다가 아니라 국내 요인을 갖고 정책할 여력이 작년보다 커졌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탈동조화는 내수경제가 나쁜 한국의 중앙은행이 미국 연준보다 금리를 먼저 내릴 수도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총재는 "미국이 인상하는 기조에선 통화정책이 미국의 큰 영향을 받는다"면서 "지금은 미국이 피벗할 것인데, 금년 중 할거냐 등 시점에 관한 문제여서 예전과는 다르다"고 했다.

미국이 피벗을 시작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피벗 '시그널'을 줬다는 점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이 피벗을 시작하지 않았지만 피벗 시그널이 이미 나왔기 때문에 각국은 자국 상황에 맞게 금리인하 타이밍을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국이 미국보다 반드시 빨리 금리를 내린다고 보기도 어렵다.

한은이 연말로 가면서 근원물가 상승률이 2%로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한국은 특히 근원물가만 볼 수도 없는 입장이란 점을 강조했다.

총재는 "우리가 근원물가를 더 많이 보고 있다고 해석하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

인플레 기대심리를 관리해야 하는 한은 입장에선 자칫 근원만 강조하다가 '기대' 인플레를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이다.

총재는 "근원 물가와 헤드라인 물가 둘 다 봐야한다. 이론적으로는 코어를 봐야 한다는데, 기대심리는 헤드라인에 달려 있다. 둘 다 보면서 기대 심리 영향을 봐야 한다"고 부연했다.

■ 통방의 기대감, 총재 발언으로 되돌림

이날 한국은행 통화정책방향에서 문구 변화들이 제법 나타났다.

통방 문구상에서 나타난 변화들은 투자자들의 기대감을 높이면서 10년 국채선물 상승폭을 반빅 이상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4월 금통위 통방은 정책방향 관련 문단에서 "근원물가 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이라고 밝혀 2월의 "물가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지만"에서 바꿨다.

면밀히 점검할 사항으로 "주요국 통화정책 운용의 '차별화'"라고 지적해 2월의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에서 변경했다.

아울러 긴축기조를 "충분히" 유지할 것이라고 밝혀 2월의 "충분히 장기간"에서 '장기간'을 뺐다.

전체적으로 도비시하게 통방 문단이 바뀌는 듯한 느낌을 줬다.

통화정책 '차별화'라는 단어의 등장이나 긴축기간과 관련해 '장기간'이란 표현의 삭제 등이 금리인하 기대감을 높일 법했던 것이다.

하지만 총재는 각종 불확실성도 거론하면서 조속한 금리 인하와는 선을 그었다.

통화정책의 차별화를 거론해 미국보다 먼저 내릴 가능성을 거론했지만 동시에 향후 6개월 금리 인하가 없을 수 있다는 점도 언급한 것이다.

이러다보니 투자자들 사이에선 인하 시점과 관련해 구체적인 답을 얻지 못했다는 평가들도 나왔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통방을 보고 괜한 기대감을 키웠다가 헛물만 켠 것"이라고 말했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통방문이 준 느낌과 총재의 발언에는 이격이 있었다"면서 기자간담회를 거치면서 기대감이 무산됐다고 평가했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총재 발언에선 별 변화가 없어서 결국 실망으로 가격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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