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5 (수)

(장태민 칼럼) 달러/엔 160 터치

  • 입력 2024-04-29 15:2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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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9일 장중 달러/엔 환율 움직임,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29일 장중 달러/엔 환율 움직임,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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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달러/엔 환율이 29일 장중 160엔을 웃돌았다.

이는 1990년 4월 이후 무려 34년만에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결국 말로 시장을 견제하던 일본 외환당국은 실탄을 투입하면서 환율을 끌어내리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계속 미뤄지는 데다 지난주 일본 통화정책 회의는 예상보다 도비시해 투자자들은 과도한(?) 엔화 약세에도 불구하고 당국을 자극했다. 그러자 당국도 참지 못하고 실탄을 쏟아부은 듯한 그림이 만들어졌다.

이날 달러/엔은 10시35분을 전후해 160.03엔까지 뛰어본 뒤 오후 1시를 기점으로 급락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등 변동성을 이어가고 있다.

■ 우에다, 달러/엔 급등 불구 예상보다 도비시한 발언

일본은행(BOJ)은 4월 통화정책회의(25~26일) 회의에서 무담보 콜금리(O/N) 목표를 0~0.1%에서 유지하고 등 금융정책을 현 수준에서 유지했다.

BOJ는 기조적 물가상승률이 상승하면 금융완화 정도를 조절해가겠지만 당분간 완화적 금융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우에다 가즈오 BOJ 총재의 발언들은 예상보다 도비시하다는 느낌을 줬다.

최근 엔화 환율이 금융시장의 큰 관심인 만큼 이에 대한 총재의 입장이 일단 주목을 끌었다.

우에다 총재는 "금융정책은 환율 조정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환율 변동의 인플레이션 영향은 대개 일시적이고 아직까지는 엔저의 물가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그는 그러나 "기조적 물가에 영향을 미치게 되면 정책 수정의 배경이 될 수 있다"고 했다.

물가 전망을 상향한 데 대해선 "유가 상승에 주로 기인한다. 환율도 일정 정도 영향이 있다"면서 "장기 기대 인플레이션은 1.5% 수준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월간 6조엔 규모의 국채 매입과 관련해선 "선제적 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매입 규모를 줄이고 싶지만 축소 시점에 대해 얘기하긴 어렵다"고 했다.

결과적으로 '언제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느냐'는 질문엔 기조적 물가 상승률이 올라가면 금리도 인상될 수 있으나 당분간은 완화적 환경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실질 임금 개선과 소비 증가 여부를 보면서 정책을 판단해 갈 것이라고 했다.

BOJ가 예상보다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자 시장은 엔화의 추가 약세에 베팅하는 전략을 취했다.

지난주 후반 이벤트 결과를 앞두고 숨을 죽이다가 일본은행이 크게 경고하지 않자 상승폭을 확대한 것이다. 당시 달러/엔은 156엔대로 올랐다.

이후 뉴욕시장에선 달러/엔이 1.69% 상승한 158엔을 넘어서면서 1990년 이후 3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이 여파는 다시 아시아장으로 넘어와 이날 장중 달러/엔은 160엔을 뛰어넘는 급격한 약세를 나타냈다.

■ 투자자들, 엔화 약세 진정의 한계...실탄으로 막을 수밖에

최근 한국과 일본 양국 외환당국은 공동으로 '달러에 대한 엔과 원의 과도한 약세'를 거론했다.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G20 회의에선 한미일 삼국이 엔, 원의 과도한 약세에 대해 우려하면서 보조를 맞추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주 BOJ는 예상보다 도비시했다.

BOJ가 물가와 임금 상승세에도 불구하고 긴축 등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한 이유로는 소비 회복세의 한계 등이 거론됐다.

투자자들이 이미 과도하게(?) 높아진 달러/엔 환율에도 불구하고 엔을 매도하는 데엔 미국의 금리인하 지연에 따른 엔화 가치 방어의 구조적 한계도 큰 것으로 보인다.

즉 글로벌 달러 강세 흐름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 당장 미국과 일본의 통화정책 간 간극이 줄어드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또 과거의 경험 등을 감안할 때 일본 당국이 환시장에 개입하더라도 그 효과가 일시적일 뿐 큰 흐름에선 다시 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달러/엔이 160엔을 넘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일본 당국도 말로 위협하는 데 한계를 느끼면서 실력행사에 나서는 것처럼 보인다.

외환당국 입장에선 '실개입 위협'을 통해 투기꾼들의 엔 공격 자신감을 제어하는 일도 중요해졌다.

이날 달러/엔은 160엔을 넘었다가 급락하면서 장중 155엔대로 급락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일단 이 수준에서 엔화 약세 베팅에 나서다간 크게 다칠 수 있다는 경고장을 배달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변동성을 즐기면서 통화당국과의 게임을 지속하려는 통화 사냥꾼들도 쉽게 물러설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 달러와 엔 흐름에 끼어 원화도 출렁출렁

최근 달러/원 환율은 글로벌 달러 강세 기조에 상승 압력을 받아왔다.

지난 18일 달러/원은 장중 1,400원을 찍고 내려왔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달러/원 환율의 긴장감도 커진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다시금 4.7%에서 되돌림될지, 일각의 예상처럼 실제 5%를 트라이해 볼 지 관심이다.

원화 환율은 미국 뿐만 아니라 중국, 일본 통화의 움직임에도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당국이 1,400원 위는 넘보지 마라는 위협구를 던진 뒤 24일엔 1,360대까지 내려가는 모습도 보였다.

하지만 미국 통화완화 기대감이 완화되는 구도하에서 일본 돈의 가치가 흔들리자 이날은 달러/원이 장중 1,380원대 중반으로 올라가는 모습도 보였다.

그런 뒤 달러/엔이 급격히 하락하자 달러/원도 속락하는 등 이웃나라 통화에 예민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달러/엔의 155엔 레벨 사수 여부가 관심을 모았다. 수급적으로 이 지점이 뚫리면 상단이 열릴 수 있다는 우려가 컸으며, 이날 장중엔 환율이 160엔 위까지 찍고 내려온 것이다.

미국 금리인하 기대감이 어느 선까지 퇴조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우에다 총재의 '여유 있는' 화법이 엔의 상단을 더 열어준 모양새가 됐으며, 계속해서 변동성은 열어둬야 할 듯하다.

지금은 달러/엔이 급등 뒤 급락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일본 당국도 실탄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렸다.

하지만 정교함이 요구되는 게임에서 일본 당국도 건더기를 주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듯하다.

외환시장이 일본 당국의 '거대한' 개입을 의심하자 일본 재무관은 언급을 거부했다.

달러/원 환율도 강대국 통화들의 거친 강세와 약세 등 불안정한 흐름을 보면서 변동성을 이어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17일 한미일 재무장관은 "우리는 기존 G20의 약속에 따라 외환시장 진전 상황에 대해 긴밀히 협의할 것이며, 최근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했다(We will also continue to consult closely on foreign exchange market developments in line with our existing G20 commitments, while acknowledging serious concerns of Japan and the Republic of Korea about the recent sharp depreciation of the Japanese yen and the Korean won)"는 선언문도 발표했다.

최근 한중일 3국은 자국과 세계경제 관점에서 세 나라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 우방국 통화의 움직임을 주시한다고 했다. 하지만 관계의 중요성 확인과 상관없이 엔, 원 등 미국보다 경제 상황이 좋지 않은 우방국 통화들은 변동성을 줄이는 데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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