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7 (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다시 등장한 스태그플레이션 유령

  • 입력 2024-04-26 13:5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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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GDP가 발표된 뒤 다시금 스태그플레이션 우려가 심화됐다.

미국의 1분기 성장률은 전기비연율로 1.6%를 기록해 시장 예상(2.5%)를 크게 하회했다. 이 수치는 전기(3.4%) 수준을 크게 밑도는 것으로 2022년 2분기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개인소비가 저조한 모습을 보이고 무역적자가 확대돼 성장률을 깎아먹은 가운데 물가는 더욱 위세를 떨치자 투자자들은 스태그플레이션 유령을 떠올렸다.

■ 스태그플레이션 유령의 등장...채권, 주식 모두 긴장

이번 GDP 데이터에선 성장률 수치가 아니라 물가 관련 데이터가 더 큰 주목을 받았다.

1분기 PCE 물가는 전기비 3.4% 올라 작년 4분기(1.6%)에 비해 대폭 올랐다. 근원 PCE 물가도 3.7%나 상승해전기(2.0%)보다 물가 압력이 더 심화됐다.

투자자들은 성장 둔화와 함께 물가 상승 압력 확대를 확인한 뒤 스태그플레이션을 떠올렸다.

아울러 성장둔화와 물가압력이라는 조합이 유지되는 한 금리 인하는 밀릴 수 밖에 없는 선택지라는 인식도 강화됐다.

결국 미국채10년물 금리는 25일 6.20bp 오른 4.7040%, 국채2년물은 6.55bp 오른 4.9975%를 기록했다.

미국채10년물 금리가 종가기준으로 4.7%를 넘어선 것은 작년 11월 1일(4.7320%) 이후 처음이다. 또 2년물 금리도 5%에 도달해 11월 13일(5.0411%) 이후 가장 높아졌다.

금리가 재차 예민한 영역으로 들어온 가운데 시장 일부에서 얘기하던 '10년물 5% 시대' 재도래가 가능할지도 관심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확인한 것처럼 금리가 여기서 조금 더 오르면 연준 역시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오는 중이다.

뉴욕 주가지수도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약세를 면치 못했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따른 위험자산선호 심리 위축, 금리인하 개시 시점이 현재 전망인 9월에서 12월 등으로 더 밀릴 수 있다는 가능성 등이 투자자들을 압박했따.

다우지수는 375.12포인트(0.98%) 내린 38,085.80, S&P500은 23.21포인트(0.46%) 낮아진 5,048.42를 기록했다.

■ 물가 재상승 압력...성장률 둔화 지켜볼 여유 없었던 금융시장

미국 금융시장은 성장률의 큰폭 둔화를 확인했지만, 오히려 통화정책 부담을 더 키웠다.

성장 둔화와 물가 재상승이라는 스태그플레이션 조합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최근 연준 내 완화적인 성향으로 알려져 있던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도 2024년 들어 인플레이션의 진전이 정체됐다면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시장과 연준 모두 그간의 긴축 정책이 물가를 안정시키는 데 한계를 보였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미국 성장률이 예상을 하회했지만 물가가 전망을 크게 웃돌아 시장은 뒷부분을 주목할 수 밖에 없었다"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계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혔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의 특수한 형태로 정책가들의 대응을 매우 어렵게 만든다.

금리를 올리면 나빠지는 경기에 더욱 충격파를 안길 수 있지만, 금리를 낮추면 인플레이션을 더욱 자극할 수 있기 때문이다.

스태그플레이션 해결을 위해선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절묘한 조합, 구조개혁을 통한 경쟁의 효율성 촉진 등 여러 정책들이 같이 이뤄져야 하나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긴 쉽지 않다.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지금은 성장보다 물가 더 우려스러운 국면

미국 GDP 데이터에서 약한 성장률과 강한 인플레이션을 확인했다.

하지만 금리 결정에 있어서는 물가가 우선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아울러 낮은 성장률 헤드라인 수치와 비교할 때 내용은 비교적 양호한 상황이라는 평가도 적지 않다.

여전히 성장세 둔화보다 물가의 재상승 정도가 더 심각하다는 것이다.

노무라는 "미국 민간수요는 여전히 강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연준은 강한 물가 우려에 더 신경을 쓸 것"이라며 "근원 인플레가 임금상승률 둔화 등으로 점차 하락할 것으로 보이지만 연준의 연말 물가전망 상향 과 금리인하 지연 위험이 증가했다"고 평가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성장 둔화에도 불구하고 경기 개선으로 고르게 나타났다"면서 "미국은 앞으로도 견조한 성장세 지속이 기대된다"고 진단했다.

하 연구원은 "디플레이터 상승은 서비스 소비(5.4% 상승)가 주도했다. 관련 소비의 견조한 흐름을 고려하면 스태그플레이션 우려는 기우"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번 성장세 둔화를 야기한 재고 소진과 수입 급증은 기저효과로 작용한다. 서비스 소비 중심의 양호한 성장세가 여타 부문으로 확산되는 추세가 작년 4분기에 이어 이번에도 관찰돼 지속 가능한 성장 기대가 강해졌다"고 분석했다.

GDP 데이터의 성장, 물가 관련 헤드라인 수치들은 스태그플레이션을 지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성장에 대한 염려보다 물가를 제어하지 못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더 커 보인다.

■ 미국 GDP '내용 좋다'는 주장에 대한 재반론

이처럼 미국 GDP 데이터가 나빴음에도 내용을 뜯어보면 나쁘지 않다는 평가들도 꽤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국내 민간 최종판매가 3.1%로 괜찮았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나오면서 상당한 설득력을 얻은 것이다.

수입이 늘어난 것도 결국 민간 수요 증가 때문이었으며, 민간수요를 수입이 충족했기 때문에 GDP가 낮게 나왔을 뿐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주장 역시 오류를 담고 있다는 재반론도 보인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민간수요가 좋았다는 게 소비 사이클이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개인소비(PCE, 2.5%)는 예상(3.0%)보다 부진했기 때문"이라며 "상품 소비의 기여도는 -0.1%p로 최악을 기록했다는 점을 봐야 한다"고 밝혔다.

민간이 가계와 기업으로 이뤄져 있는 가운데 가계 수요가 좋았던 게 아니라 기업 수요가 좋았다는 것이다.

미국 수입이 크게 증가한 항목이 '자본재'로 한국 주식시장에서 실적이 좋았던 반도체, 기계 등이었다고 했다.

그는 따라서 "결론적으로 미국의 기업 수요는 매우 강한 반면 가계 수요는 최악이라는 것이 1분기 GDP에서 드러난 것"이라며 "반도체·기계 등 투자사이클은 좋고 자동차·금융 등 소비사이클은 약하다. 다만 이 속도는 향후 점차 느려지면서 정점과 바닥 모멘텀에 근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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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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