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9 (월)

[자료] 서영경 강의 "통화정책 많은 난제...물가 안정되고 있으나 공급충격, PF 등 금융상황도 안심 못해"

  • 입력 2024-03-26 15:0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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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팬데믹 위기는 무엇을 남겼는가? : 통화정책 경험과 과제

서영경 금융통화위원

2020년 온 세계를 뒤흔든 팬데믹 보건위기는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의 적극 대응에 힘입어 경제적 파국으로 이어지지 않았으나 뒤이은 전쟁과 인플레이션 충격은 글로벌 경제를 또 다른 어려움에 빠뜨렸다. 가파른 금리인상과 공급망 회복에 힘입어 지난해 하반기 이후 인플레이션이 완화국면에 접어들었으나 연이은 충격이 세계 경제에 가져온 후유증과 잠재 위험은 아직도 남아있다.

팬데믹 위기와 인플레이션 충격의 대응과정에서 통화정책은 어떠한 역할을 하였으며 중앙은행이 얻은 교훈은 무엇인가? 본 고는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은행 금통위원으로서 수행한 지난 4년간의 통화정책 경험과 이를 통해 얻은 교훈을 간략히 정리해 본 것이다.

1. 보건위기 충격에 대응 : 초저금리기(20년초~21.7월)

2020년초 코로나19 발발 직후 중앙은행들은 글로벌 금융위기(GFC)의 경험을 바탕으로 신속하게 초완화 정책기조로 전환하였다. 다만 내생적 경제문제로 발생하였던 과거 위기와 달리, 금번 팬데믹은 경제시스템과 무관한 외생적 보건위기였기에 충격의 양상과 대응방식이 과거와는 크게 달랐다.

첫째, 위기의 속성상 인식시차가 짧았기에 역사적 초저금리와 함께 시장유동성 공급 정책을 매우 신속하게 시행하였다. 한국은행도 코로나19 발생 직후 기준금리를 1.25%에서 사상 최저수준인 0.5%로 인하하였는데 2020년 4월 첫 금통위에서 25bp 인하 결정에 참여하였다. 동시에 국고채 단순매입, 증권사 대상의 RP매입 등을 통해 시장유동성 공급을 확대하였는데 특히 금융시장의 유동성 수요에 제한없이 부응하는 「전액공급방식의 정례 RP매입」은 시장심리 안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둘째, 재정정책과의 공조를 통해 기업 및 취약부문에 대한 신용정책을 실시하였다.한국은행은 사상 처음으로 회사채·CP 매입기구(SPV)를 정부와 함께 설립·운영하고 유동성 조달이 어려워진 저신용 기업을 지원하였다. 이 과정에서 민간채권 매입에 따른 손실가능성 등을 이유로 이견도 제기되었으나 금번 위기가 실물위기라는 점, SPV 대출은 부실기업 지원이 아닌 일시적 유동성 지원(solvent but illiquid firm)이라는 점, 매입자산 구성을 통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동 대출을 결정하였다. 또한 한은은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를 18조원 확대하여 대면서비스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대출을 제공하였다.

셋째, 팬데믹 기간이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실물과 금융간의 상충(trade-off) 문제에 직면하였다. 위기 초에는 적극적인 시장안정화 조치가 필요했지만 금융불안이 진정된 이후에도 초완화적 통화정책이 1년 이상 유지되면서 가계부채 누증, 주택가격 급등과 같은 부작용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다만 경제성장률이 2020년 –0.7%로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나타낸 데다 변종 코로나 재확산 등으로 불확실성이 너무 컸기에 초저금리 유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2. 인플레이션의 귀환 : 금리인상기(21.8월~현재)

팬데믹 직후 적극적 통화·재정정책은 경제주체들의 지나친 심리위축과 수요둔화의 악순환을 차단함으로써 경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는 데 도움이 되었다. 다만 당초 예상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수요와 공급간의 회복 시차가 전례없이 커졌고, 이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갑자기 높이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수십 년만의 고인플레이션에 대응하여 선택한 통화정책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첫째, 물가안정을 위해 기준금리를 0.5%에서 3.5%로 빠른 속도로 인상하였다. 2021년 2/4분기에 실물경제는 코로나 이전 GDP 수준을 회복하였으며, 소비자물가는 2.5%로 높아진 가운데 자가주거비 상승으로 인해 체감물가와의 괴리가 컸다. 이에 따라 2021년 8월 기준금리 인상(normalization)을 시작하고 10월 인상 소수의견을 제시한 데 이어 11월 이후 8차례 추가 금리인상 의견을 제시하였다. 특히 러-우 전쟁 이후 국제유가 급등 등 공급충격이 중첩되어 물가상승률이 6%대로 높아짐에 따라 22년 7월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50bp)을 결정하였다. 우리나라는 펜트업 수요가 크지 않았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통해 수요를 억제할 필요도 상대적으로 작았다고 할 수 있으나 공급충격의 2차 파급효과 방지와 인플레이션 기대의 관리가 중요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둘째, 금융안정도 적극적으로 고려하면서 통화정책을 수행하였다. 한국은 first mile에서 주요국에 비해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았으나 금융불균형 문제가 심각하였다. 2021년 8월 주요국 중앙은행중 처음으로 금리인상을 시작한 것은 경기상황이 위기국면을 벗어난 가운데 집값 상승과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였기 때문이다. 즉 금리인상 초기에는 금융안정을 함께 고려하는 방식(leaning against the wind)을 택했다고 할 수 있다. 금리인상기의 후반에는 금리정책은 물가안정에 집중하고 이에 수반된 금융불안은 보완적인 정책수단으로 분리대응(separation principle)하였다. 금리 인상에 따라 2022년 하반기에 PF시장을 중심으로 금융불안이 확산되자 RP매입, RP대상증권 확대 등을 통하여 시장안정화를 도모하였다. 이 과정에서 한은의 시장유동성 지원정책이 거시적 긴축정책과 배치된다는 반대의견도 있었으나 금리인상의 파급경로가 원활히 작동하기 위한 보완적 역할이 크다는 점을 근거로 동 유동성 지원 정책들을 지지하였다.

셋째, 대외부문의 안정도 금리정책에서 고려되었다. 미연준이 긴축 속도를 높이면서 환율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원/달러 환율은 2022년 들어 상승세로 반전하였고 9월 FOMC회의 직후에는 1,430원으로 역대 3번째의 높은 수준으로 급등하였다. 그 동안 외환당국은 환율의 수준은 시장에 맡기되 과도한 변동성은 정책개입을 통해 억제한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으며 금번에도 이러한 원칙으로 대응하였다. 환율 급등은 물가상승 압력을 추가로 높이고 자본유출입의 불안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시장개입과 금리 빅스텝(+50bp) 인상 등의 정책조합으로 대응하였다. 다만 물가가 정점(22.7월 6.3%)을 지난 상황이어서 빅스텝에 대한 반대 소수의견도 제시되었다.

넷째, 노동시장 상황에도 유의하였다. 한국의 노동시장은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영향이 크므로 통화정책과의 관련이 적다고 평가되어 왔으나 팬데믹 기간중에 큰 변화를 겪었기 때문이다. 특히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여성의 고용률 증대가 팬데믹 기간과 맞물리면서 노동공급이 늘어났고, 이는 미국 등 선진국과 달리 인플레이션 압력을 일부 완화하는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 제조업, 고기술 서비스 분야에서는 노동수급의 미스매치가 지속되면서 임금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작용하였다.

3. 통화정책의 교훈과 과제

지난 4년간 위기대응 과정에서 얻은 주요한 통화정책적 교훈은 무엇인가? 과거 위기를 통해 보면 위기는 많은 경제적·사회적 비용을 수반하지만 이를 통해 시스템을 개선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 이번 위기의 경험을 통해 얻은 통화정책적 교훈과 과제는 다음과 같다.

유연한 정책대응 필요

첫째, 경제상황의 변화에 맞추어 통화정책을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는 정책능력이 필요하다. 지난 4년 동안 중앙은행은 새로운 도전을 경험하였다. 과거 금융위기들은 Reinhart & Rogoff(2011)의 지적대로 레버리지 증가와 거품 붕괴(boom&bust)라는 유사한 과정을 거쳤으나 팬데믹이 전례 없는 보건위기였던데다 전쟁 등 다수 충격이 중첩되었기 때문에 통화정책적 대응에 어려움이 컸다.

미국에서는 인플레이션 초기에는 공급망 차질과 전쟁에 따른 일시현상이라는 주장(Team Transitory)과 수요회복과 부채증가가 가세한 장기현상이라는 주장(Team Persistent)이 맞서기도 하였다. 그러나 작년 이후 실업률의 상승 없이 인플레이션이 완화되는 추세를 보이면서 연착륙(soft landing) 주장이 힘을 받고 있으며, 미연준의 적극적인 금리인상이 없었더라면 기대인플레이션과 공급충격의 2차 파급효과 통제가 어려웠을 것이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한국의 경우 주요국 중앙은행중에서 가장 먼저 금리인상을 시작하였기에 이후 점진적인 금리인상이 가능하였고 물가압력도 상대적으로 낮았다. 다만 초저금리 기간중 누적된 부동산 대출로 인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간 상충문제가 어느 나라보다도 컸다고 할 수 있다. 2022년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이 5%에 달하는 가운데 부동산PF를 중심으로 시장불안이 확산됨에 따라 금리인상을 계속하면서도 보완적인 시장안정화 정책을 통해 이러한 상충문제에 대응하였다.

이와 같은 통화정책 경험은 과거에는 없었던 것으로서, 중앙은행은 과거 경험에 얽매이기보다는 새로운 경제상황에 보다 유연하고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분석능력과 정책수단을 갖추어야 함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산업·고용 등 미시적 상황에 대한 이해 확대

둘째, 전통적으로 중앙은행은 성장과 물가 등 거시경제변수를 중시해 왔으나 산업과 고용 등 미시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넓힐 필요가 있다. 최근 위기 기간이 산업 지형과 고용구조의 변화와 맞물리면서 통화정책의 어려움이 가중되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팬데믹 기간중 공급망 붕괴로 중고차 가격이 급등하였고 고금리 기간중에는 예상과 달리 주택매물 위축과 주택가격 상승이 나타나면서 근원인플레이션을 견인하였다. 최근에는 AI 발전을 중심으로 한 생산성 향상이 단위노동비용 하락과 디스인플레이션의 주요 배경으로 주목받고 있다.

한국에서는 높은 중국 의존도로 인해 글로벌 공급망 위축이 성장과 물가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커졌다. 노동시장에서는 고령층과 여성을 중심으로 고용공급이 늘어나면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배경으로 작용하였으나 앞으로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노동공급이 둔화되면서 성장과 물가에 대한 영향도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산업과 노동시장의 구조변화는 단기시계에서의 통화정책 대응을 넘어서 중립금리 변화 등을 통해 통화정책의 장기 경로에도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경기적 요인뿐만 아니라 인구구조변화와 같은 구조적 요인에 대한 이해는 통화정책의 정도를 높이기 위해 필수적이며 구조개혁에 대한 정책제언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금리정책의 파급시차 축소를 감안

셋째, 우리나라에서 금리정책의 파급경로가 강화되고 파급시차가 축소되었을 가능성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과거 통화정책의 파급시차는 길고 가변적인 것(long and variable lags)으로 인식되었으나 최근 미연준 통화정책을 분석한 결과(Doh and Foerster, 2022)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저금리 정책과 포워드 가이던스, 대차대조표 정책 등을 함께 시행하면서 파급시차가 짧아졌을 가능성이 제기되었다.

한은 경제모형실의 분석(2024)에 따르면 한국의 경우도 약 10년전과 비교하여 통화정책의 최대 파급시차가 GDP는 종전 5분기에서 4분기로, 인플레이션의 경우 8분기에서 4분기 정도로까지 짧아진 것으로 추정되었다. IMF(2023)의 논의를 우리나라에 적용해 보면 그동안 환율변동 용인, 금융 심화,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 확대 등에 힘입어 금리정책의 파급시차가 단축된 것으로 판단된다. 아울러 민간부채 규모가 누증되고 변동금리 비중이 높아짐에 따라 금리인상으로 이자상환 부담이 갑자기 높아지는 부(-)의 소득효과가 커진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의 국내소비가 지난해 이후 예상보다 더딘 회복을 보이는 배경에는 고금리의 장기화에 따른 영향이 크다고 본다. 그동안 고령화 등 구조변화로 인해 금리정책의 파급경로가 약화되었을 가능성이 제기되어 왔으나, 최근 내수의 금리민감도가 과거보다 커진 것으로 보이므로 이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대차대조표 정책을 확장할 필요

넷째, 우리나라도 B/S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전통적으로 신흥시장국에서는 선진국과 달리 기준금리가 제로하한(ZLB)에 도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B/S 정책의 활용도가 크지 않았다. 그러나 금번 위기과정에서는 한국은행은 대차대조표의 자산과 부채 구성을 변화시킴으로써 시장조성자(Market maker of last resort), 최종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 선별적 신용지원(Selective credit support) 등과 같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였다.

먼저 시장조성자로서 역할을 살펴보면, 코로나19 발생 직후에는 RP매입 규모와 대상기관을 확대하였고, 2022년 하반기에는 부동산PF 불안이 회사채·CP시장으로 전이된 데 대응하여 RP매입, RP대상증권 확대 등을 실시하였다. 2023년 7월에는 美SVB 사태 등을 계기로 디지털 뱅킹 환경하에서 대규모 예금인출 위험이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예금취급기관의 유동성 안전판(backstop)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한국은행의 대출제도를 개편하였다.

또한 최종대부자로서의 한국은행 역할도 제고하였다. 한은법 80조에 의거하여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CP를 한시적으로 매입하는 SPV를 정부와 함께 설립·운영한 바 있다. 한국은행이 영리기업(SPV)에 직접 대출을 실시한 것은 처음이었다.

아울러 선별적 신용지원을 확대하였는데, 2020년 금융중개지원제도를 통한 코로나 피해기업과 소상공인 지원이 대표적이다.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는 팬데믹 이전 25 조원에서 43조원까지 늘어났다가 현재는 총 30조원 규모로 운영중이다.

이러한 한국은행의 대차대조표 정책에 대해서 도덕적 해이를 조장한다거나 준재정활동의 영역이라는 비판도 있다. 그러나 재정이 담당해야 할 정책금융적 기능을 줄이고 무차별적 금리정책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B/S정책을 활용할 경우 긍정적 효과가 크다. 예를 들어 금융중개대출의 한도유보분이 2024년 2월 이후 은행 중소기업 대출 취급실적에 대해 2%로 1년간 시행될 예정인데 이는 고금리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효과가 크다고 본다. 기준금리를 부문별로 차별화할 수 없지만 상대적으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 부문에 적용되는 실효금리는 평균금리보다 높을 수 있기 때문이다.

통화정책에 있어 금융안정도 적극 고려

다섯째, 통화정책에 있어 사후적 금융안정(시장안정화)뿐만 아니라 사전적 금융안정(금융불균형 방지)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에 있어 금융안정의 고려 여부는 오래된 논의주제이다. 금융안정과 관련하여 미연준 등 주요 중앙은행들은 20세기초 설립 이후 GFC 이전까지 위기시의 사후적 최종대부자 기능에 주로 관심을 두었다.

그러나 GFC 경험은 금리정책의 결정시에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적·적극적으로 감안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일깨워 주었다. 한국은행이 2021년 8월 여타 중앙은행보다 조기에 금리인상을 시작한 것도 가계부채 증가 등 금융불균형에 대응할 목적이 컸다고 할 수 있다.

그러면 앞으로 통화정책의 긴축기조를 완화할 때 금융안정은 어떻게 고려되어야 할 것인가? 현재는 실질금리가 양(+)인 상황으로 긴축국면에 속해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정상화가 금융불균형을 초래하는 정도는 당장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다만 과거 경험에 비추어 금리가 하락할수록 금융안정에 미치는 비선형적 영향이 커질 수 있으므로 경제주체들의 미래 금리인하 기대가 과도하지 않도록 커뮤니케이션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또한 다양한 거시건전성 정책, 예를 들어 스트레스 DSR 강화, DSR 예외대상 축소, 스트레스 완충자본 부과 등을 보완적으로 활용하여 대출수요 증가를 억제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환율의 대외충격 흡수기능 확대

여섯째, 금리와 환율간 관계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원/달러 환율은 팬데믹 이전 10년간 1,100원대에 머물다가 미연준이 긴축기조로 돌아선 2022년 이후 1,300원 이상에서 등락하였다. 환율 상승은 미달러 강세에 따른 글로벌 통화가치 절하라는 공통요인과, 경상수지 악화, 해외증권투자 확대와 같은 우리나라 고유요인이 함께 작용한 결과이다. 다만 GFC 이후 단기외채 축소, 외환보유액 증가, 순대외채권국 전환 등에 힘입어 금번 위기기간중 외화자금시장은 안정을 유지하였고 외국인 투자자금도 대체로 순유입세를 지속하였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과 정부는 환율 상승에 대해 과거보다 덜 민감하게 대응할 수 있었다.

앞으로 주요 선진국과 우리나라는 각국의 경제여건이 차별화될 경우 통화정책 정상화 과정도 다소 차별화될 수 있다. 이에 대응하여 환율의 신축적 변동을 통한 대외충격 흡수(shock absorber) 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외환시장 구조 선진화, 외환수급 안정 등 미시적 정책을 병행하여 대외부문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금리정책이 대내 정책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 여지를 확보할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의 커뮤니케이션 강화

일곱째, 통화정책의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물가안정목표제에서는 국민과 시장의 인플레이션 기대를 목표수준에 안정시키고 사후적으로 이 기대를 충족하는 과정이 중요한데 최근과 같이 향후 성장과 물가 관련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는 기대관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2022년 10월부터 금통위원들의 향후 3개월내 정책금리 전망분포를 제시함으로써 정량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였다. BIS(2022) 방법론을 원용하여 지난 1년 6개월간의 이러한 정책 경험을 평가한 결과, 시장의 기준금리 3개월 경로에 대한 예측력과 반응도가 오랜 기간 포워드 가이던스를 실시해 온 주요 선진국과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러한 분석결과 등에 비추어 볼 때 지난 1년반 동안 정량적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한 것은 경제주체들과 시장의 기대 관리에 도움이 된 것으로 평가된다. 앞으로도 정책금리 전망의 시계 및 제시방식 등과 관련하여 ‘조건부’ 정량적 커뮤니케이션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다만 우리경제가 소규모 개방경제로서 예상치 못한 대외충격이 발생할 위험이 큰 데다, 저출산·고령화, 민간부채 누적, 글로벌 밸류체인 약화 등 구조적 변화가 큰 만큼 경제전망의 정확성 제고와 이에 기반한 효과적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결 론

한국은행은 팬데믹 위기와 뒤이은 인플레이션 충격이라는 전대미문의 상황에 대응하여 물가안정을 도모하면서 대내외 금융안정을 달성하는 어려운 책무를 잘 수행해 왔다고 평가한다.

그러나 통화정책은 아직도 많은 난제를 안고 있다. 물가가 안정화되고 있으나 여전히 공급충격 관련 불확실성은 높으며 민간부채 취약부문, 부동산PF 등을 둘러싼 금융 상황도 안심할 수 없다. 또한 물가와 가계부채의 상승률은 낮아졌으나 높아진 level 효과로 인해 민간의 실질구매력 약화와 내수회복 지연 가능성도 우려된다. 중장기적으로는 기술변화, 저출산·고령화, 글로벌 공급망 변화, 기후변화 등 구조변화로 통화정책 여건에도 많은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대응하여 앞으로도 거시경제상황은 물론 산업·고용 등 미시적 영역에 대한 연구도 강화해나갈 필요가 있다. 아울러 통화정책의 파급경로 축소 등 여건변화를 반영하는 동시에 대차대조표 정책, 거시건전성정책, 외환정책 등 여타 보완적 정책을 적극적으로 활용함으로써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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