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8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다시 막힌 금리 레인지 하단 부담과 파월 발언 검증의 시간

  • 입력 2024-03-25 14:0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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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시 57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채 금리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시 57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채 금리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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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종호가수익률 기준으로 국고3년은 지난 2월 이후 3.248%~3.425%에서 등락했다.

지난 1월엔 금리인하 강도에 대한 기대감이 지금보다 컸기 때문에 국고3년이 3.1%대까지 내려가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금리 레인지는 올라오고 더욱 타이트해졌다.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3차례 정도로 축소된 뒤 국고3년 금리는 3.2%대 중반~3.4% 초반 사이에서 등락했다.

시장에선 최근 더 타이트해진 금리 박스의 상,하단이 열리기 어렵다는 인식도 강하다.

■ 금리 밴드 하단 근처의 저지력 확인

이날 국내 금리는 미국채 금리 하락 등으로 하단 레벨 테스트에 나섰으나 강세폭을 확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주말 미국채10년물 금리가 6.25bp 하락한 4.1980%, 국채2년물 수익률이 4.50bp 하락한 4.5895%로 추가 하락했지만 국내 시장은 레인지 하단에 대한 경계감을 높였다.

아시아 장에서 미국채 금리가 올라온 데다 달러/원 환율 위쪽이 더 열릴 수 있다는 우려도 작용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아무래도 금리가 3.2%대에 진입해 레인지 하단으로 내려온 데 따른 레벨 부담이 작용해 추가 강세는 제약되고 있다"면서 "지난주 급락 뒤 급등한 환율에 대한 경계감도 작용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만 밀리면 사자는 여전히 유효해 최근 좁은 레인지를 탈피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B 증권사 채권중개인은 "강하게 시작했다가 장중 밀렸다"면서 "결국 레벨이 부담인 상황 극복이 잘 안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 금리 상·하단 모두 주저하게 하는 연준...파월 발언 불구 남아있는 물가지표 부담

파월 연준 의장이 20일 FOMC 기자회견에서 "인플레가 하강하며 좋은 진전을 보이고 있다"면서 시장을 크게 압박하지는 않았다. 파월 발언이 준 안도감에 국내외 금리들은 하단을 다시 공략했다.

스위스가 예상밖의 금리인하를 단행하면서 선진국 중 처음으로 인하 사이클에 돌입하는 모습 등도 채권시장엔 우호적으로 보였다.

연준, ECB, BOE의 6월 금리인하 기대 속에 스위스에 이어 스웨덴,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노르웨이 등도 2~3분기 중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이 이어지는 중이다.

하지만 견조한 미국 경기나 예상만큼 둔화되지 않는 인플레 등은 경계감도 유지시키고 있다.

라파엘 보스틱 애틀란타 연은 총재는 22일 "미국 기준금리는 올해 1번만 인하되고 인하 시기도 예상보다 지연될 듯 하다"면서 "3분기에 단 한 차례의 금리인하가 이뤄진 뒤 일시 중단에 들어갈 듯하다"고 예상했다.

보스틱은 작년 12월 상정한 인플레이션 경로에 대해 '자신이 없다'면서 경제 상황은 '계속해서 놀랍다'는 입장을 보였다. 결국 이런 환경에선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면서 지속적인 금리 인하보다 1차례 인하한 뒤 다시 경기, 물가 상황을 확인하는 게 좋다고 했다.

투자자들은 미국의 6월 금리 인하나 유로존의 인하가 미국보다 더 빠를 수 있다는 점 등을 '글로벌 통화완화 사이클의 초기단계'를 거론하면서도 여전히 연준의 통화정책 완화 강도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지 못하는 양상이다.

이번주엔 PCE 지표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미국의 1,2월 CPI, PPI가 예상을 웃돈 가운데 PCE가 시장 심리에 다시 한번 영향을 줄 수 있다.

황원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시장 예상대로 PCE 헤드라인과 근원물가가 그간의 둔화세에서 중단되거나 소폭 반등할 경우 향후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이 6월 수준에서 또다시 지연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면서 "최근 국제유가가 4개월래 최고치로 상승하고 휘발유 선물가격도 6개월래 최고 수준을 보이면서 3월 물가지표도 하방경직성이 클 수 있다는 의견도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이번주 나오는 2월 근원 PCE 물가 상승률은 전년비 2.8%로 1월과 동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전월비 수치는 0.4%에서 0.3%로 둔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헤드라인 PCE 물가의 전년비 상승률은 보합(2.4%→2.4%)을 기록하고 월간 상승률은 확대(0.3%→0.4%)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예상 수준의 수치가 나오면 6월 금리인하 전망 등 금리전망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물가 흐름이 둔화 혹은 확대에 방점에 찍게 되면 시장에 변동성을 초래할 수 있다.

■ 파월 발언 검증 위한 시간과 견고한 금리 레인지

시장에선 파월 발언의 신뢰성을 검증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파월이 의회, FOMC 등에서 시장 예상보다 도비시한 발언을 이어갔지만, 이제 물가나 경제지표가 이를 증명해야 할 시간이 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지난주까지는 일단 FOMC의 연내 2회 인하 가능성에 대한 경계감으로 구축했던 포지션이 소화되면서 미국금리가 내려왔으며, 한국 금리도 이에 연동해 움직이는 모습을 나타냈다.

시장에선 향후 지표 흐름이 파월의 발언이나 FOMC의 평가에 부합하는지를 봐야 한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C 은행의 한 딜러는 "올해 발표된 미국 물가나 고용지표, 이번에 나온 점도표 등과 비교했을 때 파월 의장의 멘트는 상대적으로 도비시했지만 근거가 좀 미약해 보인다"면서 "결국 파월의 말이 맞으려면 향후 지표들이 다시 둔화되는 방향으로 가야하는데 정반대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추세상 그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그렇다면 지금이 금리 하단 언저리 즈음이 아닐까 싶다. 다만 원화같은 경우는 위도 그렇지만 아래도 갈 곳이 없어서 한동안 계속 박스권에서 등락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단 이번 점도표가 상향된 것과 파월의 발언처럼 3번 인하를 한다고 하면 커브는 중장기적으로 스팁되는 방향이 편해 보이긴 한다"고 덧붙였다.

파월의 발언을 검증하는 기간 동안 최근의 좁은 레인지가 상당기간 이어질 수 있다는 평가도 보인다.

D 증권사 딜러는 "며칠간 시장이 강해졌기 때문에 오늘은 좀 조정 압력이 작용하는 모습"이라며 "국고3년 3.25% 선은 막히는 레벨이나 3.4% 넘어가려고 하면 사람들이 사러 들어오는 영역"이라고 밝혔다.

그는 "커브도 3/10년이 5~10bp에 갇혀 있는 듯하다"고 진단했다.

■ 추가 강세 좌절 여파 vs 강력한 '밀사'

금리가 하단에서 다시 막힌 가운데 모아진 에너지가 어디로 향할지 주목된다.

일단 한국과 미국 모두 적극적인 방향을 모색하기 애매하다는 진단이 많다. 금리 위쪽은 대기 매수로 아래 쪽은 레벨 부담으로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E 증권사의 한 딜러는 "한국도 미국도 일단 레인지에서 막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국내는 10년 선물이 114.00에서 막혔으니 일단 다시 아래 쪽 이평선인 113중반까지는 밀릴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추가 강세 실패에 따라 금리가 오르더라도 큰폭으로 오르기 전에 저가매수가 들어와 다시 레인지를 견고하게 만드는 패턴을 반복될 수 있다는 관측도 보인다.

F 운용사 매니저는 "3월 FOMC 이후 인하 기대감이 지속되면서 시장금리는 하향 안정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우리 나라만 인하 기대가 생기는 게 아니라 글로벌하게 통화정책 기조 전환에 대한 기대가 이어지면서 마찰적으로 금리가 오르는 재료를 활용해서 다들 밀리면 사자를 위해 대기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크레딧 채권도 부동산 이슈가 쏙 들어가는 형국이고 리스크보다는 고금리 확보 차원에서 캐리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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