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4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급등 뒤 급락한 삼성전자...악조건 속 실적 밖에 믿을 게 없는 주식투자자들

  • 입력 2024-04-23 14:0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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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 최근 뒤집어진 V자 패턴을 보이면서 급등 뒤 급락한 삼성전자, 출처: 코스콤 CHECK

그래프: 최근 뒤집어진 V자 패턴을 보이면서 급등 뒤 급락한 삼성전자,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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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삼성전자 주가가 고공행진을 벌이다가 고꾸라졌다.

반도체 업황에 대한 의구심이 제기되면서 10만전자 기대감이 타격을 입자 한국 주식시장 대표주는 추락했다.

최근 외국인이 삼성전자를 8만5천원 위로 끌어올리기도 했지만, 며칠 사이에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코스피지수는 이달 초까지만 하더라도 2,800대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지만 이달 중순 2,500대로 밀렸다가 현재는 다소 회복한 뒤 국내외 1분기 실적을 대기하고 있는 중이다.

■ 10만전자 기대하다 7만전자로 떨어진 삼성전자

전날 주식시장에서 코스피지수가 1.5% 올랐지만 삼성전자 등 반도체주들은 업황에 대한 경계감 속에 하락을 이어갔다.

지난 주말 필라델피아 반도채지수가 4% 넘는 급락세를 보인 데 따른 우려도 크게 작용했다.

반도체에 대한 믿음이 흔들린 이유는 ASML, TSMC 실적 발표 이후 반도체 업종 관련 투자심리가 약화된 가운데 슈퍼마이크로컴퓨터(SMCI)의 예비 실적발표가 생략돼 지난 주말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급락했기 때문이었다.

여기에 이란과 이스라엘 무력 충돌 우려, 중국 당국이 안보를 내세워 자국 통신기업의 미국산 반도체 사용을 금지한 사건 등 주변 환경도 부담이었다.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시장 예상을 웃도는 6.6조원의 잠정 영업이익을 발표했지만, 4월 중순부터 주가는 급락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현재 주식 투자자들은 실적에 예민해져 있다.

국내외 정책금리 인하 기대감의 퇴조와 시장금리 고공행진, 반도체에 대한 과도한 기대, 지정학적 리스크, 그간 오른 주가에 대한 부담 등 리스크가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는 요인은 결국 실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자산운용사의 한 주식본부장은 "그간의 낙관편향적이던 분위기가 바뀌었다. 삼성전자 주가가 급락하는 등 기대감이 조정된 상황에서 지금은 예측보다는 확인 후 대응할 때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은 미국 주요기업들의 실적이 관건으로 보인다. 테슬라를 시작으로 빅테크들의 실적발표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것"이라며 "만약 AI관련 서버나 데이터 센터 수요가 계속 좋다는 내용이 나오면 주가가 다시 힘을 낼 것이지만, 그간의 낙관편향이 더욱 조정될 우려도 있어서 조심스럽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금은 금리인하 기대감 퇴조 등 여건이 좋지 않아 투자자들이 실적에 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그는 "금리가 빠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등 주식시장을 둘러싼 여건이 만만치 않다"면서 "결국 주식시장이 믿을 건 실적 밖에 없다"고 말했다.

연일 하락한 뒤 저가매수에 반등한 뉴욕 주가...결국 관건은 실적

최근 나스닥, S&P500 등 뉴욕 주요 주가지수가 맥을 못 췄으나, 전날 이 지수들은 7거래일만에 반등했다.

뉴욕 주가가 낙폭 과대에 따른 저가매수세 유입으로 반등한 것이다. 엔비디아 등 빅테크가 반등하면서 일단 크게 냉각됐던 분위기를 일단 추스렸다. 6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5,000포인트를 내줬던 S&P500도 다시 5천선을 회복했다.

국내에선 반도체주의 기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실적이 좋은 종목과 밸류업으로의 재순환 등을 주시해야 한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외국인 자금이 이젠 반도체 업종을 매도한 뒤 밸류업(저PBR), 실적 기대 업종으로 순환하려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당장 큰 것을 국내외 주요기업 실적이다.

이번주 미국에선 테슬라,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등이 실적을 발표한다. 한국에선 SK하이닉스, 현대차가 실적을 내놓는다.

■ 악조건 속 기업 실적에 목메는 주식 투자자들

최근 통화정책 기대감 축소나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주식시장이 취약해졌다.

이런 가운데 다시 희망 찾기에 나선 모습들도 보인다. 아울러 최근 강화된 비관적인 시선을 경계하기도 한다.

AI가 독식했던 주식시장의 내러티브가 플랫폼 등으로 옮아가면 시장 분위기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보인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금리 급등과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고 엔비디아 등 기존 주도주들이 피로감을 노출하는 등 시장이 취약해져있다. 따라서 이번주 알파벳, 아마존, 메타 실적에 많은 게 걸려있다"면서 "시장이 다시 탄력을 받으려면 주도주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1분기 알파벳, 메타의 합산 플랫폼 광고 매출은 16.5% 성장할 것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다"며 "알파벳, 아마존, 메타 실적 발표는 시장의 시선을 펀더멘탈로 돌려놓고 강세장 재개를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이들이 AI 투자를 적극적으로 집행하는 주체이기에 이들의 호실적은 향후 반도체, AI의 실적 성장 연속성을 보증하기도 한다. 이래저래 이들의 실적에 많은 게 걸려 있는 셈"이라며 1분기 실적 전망이 빠르게 상향되고 있기에 서프라이즈 확률이 높다고 평가했다.

미국의 플랫폼 기업들은 경기를 타지 않고 일관성 있게 고성장하는 알파(클라우드)와 고성장하지만 소비 경기에 민감한 베타(전자상거래, 광고)를 모두 갖고 있어 이런 기업들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풀이했다.

사실 지금까지 미국 주식시장은 경기나 소비가 강하다는데 집중하기 보다는 AI나 비만 치료제, 공급망 재편과 같은 알파 내러티브를 추구해왔다. 이는 지난 3월까지 AI에서 두각을 보이지 못한 플랫폼 주식들이 AI의 뒤로 밀려난 이유가 됐다.

현 시점에서 많은 주식투자자들이 원하는 시나리오는 금리 고점 터치 후 하락 전환, 중동사태 소강국면, 유가 하락, AI 관련 기대감 지속 등이다.

이같은 단기 최상의 시나리오 등이 이어지기 위해선 미국과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잘 나와야 한다.

최근 주식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주요 기업실적이 시장 분위기를 전환시킬 수도 있지만, 악화된 분위기를 더욱 고착화시킬 수 있다는 경계감도 동시에 엿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최근 주식시장 여건이 좋지 않았다. 만약 이번에 나오는 실적까지 흔들린다면 투자자들은 심리적으로 쫓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주가 급락에 따른 반발 매수는 나올 수 있지만 이런 매수세는 지속성을 담보할 수 없다"면서 "결국 1분기 미국과 국내 주요기업들의 실적이 의심을 극복할 수 있을 정도로 나와줘야 주식시장 상승 재개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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