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8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두 달 연속 예상 웃돈 美 CPI...한·미 금리인하 모두 하반기로 미뤄질 가능성은

  • 입력 2024-03-13 10:4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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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미국 노동부

출처: 미국 노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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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CPI가 두달 연속으로 시장 예상을 웃돌았다.

이에 따라 금리인하 시기와 강도가 예상보다 늦춰지거나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점들도 나오고 있다.

여전히 미국의 6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금리인하 기대감이 추가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진단도 내놓고 있다.

■ 美 CPI, 2달 연속 예상 상회...이번 금리시장 반응은 상대적으로 1월보다 '미지근'

미국의 2월 근원 CPI가 예상을 웃돌았다.

12일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2월 근원 CPI는 전월 대비 0.4% 올랐다. 이는 전월 수치(+0.3%)와 시장 예상치(+0.3%)를 웃돈 것이다.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로도 3.8% 상승해 예상치(+3.7%)를 상회했다.

헤드라인 CPI는 전월 대비 0.4% 올라 예상에 부합했다. 전월에는 0.3% 상승한 바 있다. 전년 대비로는 3.2% 올라 전월치이자 예상치(+3.1%)를 웃돌았다.

에너지 물가가 전월비 2.3% 상승해 CPI 수치를 끌어올렸다. 식료품 물가는 전월 대비 보합세를 보였고, 주거 관련 CPI는 전월비 0.4% 상승했다.

에너지와 주거비 물가 상승이 전체 상승률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지난 1월 CPI 데이터도 예상을 웃돈 바 있다.

1월 근원 CPI는 전월비 0.4% 올라 예상(+0.3%)을 상회했고 전년 동월비로는 3.9% 상승해 예상(+3.7%)을 웃돈 바 있다.

당시 헤드라인 수치는 전월 대비 0.3% 올라 시장 예상치(+0.2%)를 상회했고 전년비로는 3.1% 올라 12월(+3.4%)을 하회했으나 예상치(+2.9%)는 상회했다.

1월 CPI 수치 발표 뒤 미국채10년 금리는 13.12bp, 2년 금리는 16.93bp나 급등한 바 있다. 이번엔 10년이 6.05bp, 2년이 2.40bp 상승했다.

2월에도 CPI가 예상을 웃돌았지만 6월 금리 인하에 견고한 전망을 바꾸지 못한 탓에 1월보다는 금리시장 압박 강도가 약했던 것이다.

■ CPI 예상 웃돈 뒤...당장 대세를 건들진 못해

미국 CPI 데이터가 나온 뒤에도 6월 인하 전망은 전반적으로 유지됐다.

특히 전직 연준 관계자가 나서서 6월 인하 시작과 연내 3~4차례 인하 전망이 바뀔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를 내려 주목을 끌었다.

에릭 로젠그린 전 보스턴 연은 총재는 12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2월 CPI는 그렇게 뜨겁지 않았다. 연준은 올해 인플레이션이 둔화세를 보일 것이라는 그 믿음에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면서 2월 CPI 결과가 예측을 크게 바꾸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로젠그린은 "연준이 6월에 첫 금리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생각한다. 연준은 1년에 3~4 차례 금리를 인하하고도 인플레이션에 계속 하방 압력을 가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한 발 물러서서 연준은 서두르지 말아야 한다. 6월에 금리를 인하는 것은 서두르는 것이 아닐 것"이라고 했다.

미국 금리선물시장도 6월 금리인하 확률을 70% 정도로 반영하는 등 여전히 6월 인하 전망은 '대세'로 유지됐다.

■ 24년초 예상 웃돈 물가와 인하 스타트 지점...'6월 인하 충분' vs '6월 혹은 하반기 초입' vs '하반기로 이연'

미국의 6월 금리 인하 시작은 금융시장 다수의 전망이다.

아울러 1월, 2월 인플레가 예상을 웃돌긴 했지만 인플레 둔화 흐름이라는 대세에 지장을 주는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들도 여전하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이번 물가 데이터에서 위안거리는 1월 급반등하면서 우려감을 키웠던 서비스 인플레가 누그러진 점"이라며 "다수의 서비스 항목 가격 상승이 전달보다 완화되며 디스인플레이션 품목 확산이 재개됐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서비스 인플레 둔화는 주거비 완화가 기여했다. 특히 자가거주등가임대료(OER)는 전달보다 0.4% 올랐는데 이는 지난 몇달 동안 월간 상승률 가운데 가장 낮은 것"이라고 의미를 뒀다.

그는 "1~2월 디스인플레이션 정체로 상반기 중 인플레이션이 뚜렷하게 둔화되는 모습이 나타나긴 어려워졌으나 근원CPI는 6월까지 3%대 초반까지 둔화될 것"이라며 "근원PCE는 좀더 나은 궤적을 보여줄 것이며, 상반기 내 연준의 금리인하 여건은 마련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물가 데이터들을 좀더 확인하는 과정 속에 상반기, 혹은 하반기 인하가 결정될 것이란 관점도 보인다. 여전히 재화와 서비스 부문 간 엇갈림이 이어지고 있어서 좀더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국제유가 상승에 에너지 가격 반등에도 식료품 핵심 재화(식료품, 에너지 제외 재화)는 보합 수준의 오름세를 나타냈다"면서 "반면 서비스는 여전히 타이트한 수급 환경을 시사했으며, 주거비와 비주거 서비스 모두 장기 평균을 웃돈 상승세를 지속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따라서 "미국 연준이 2분기 서비스 물가에 따라 6월 선제적 금리 인하에 나설지 아니면 하반기로 연기할지 결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2월 물가가 예상을 웃돌고 인플레 둔화 강도가 세지 않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금리인하 기대감은 퇴조하면서 '하반기' 인하에 힘이 실릴 것이란 관점도 보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견고한 경제지표와 울퉁불퉁 (bumpy)한 물가 둔화 경로로 연준은 3월 FOMC에서 발표되는 점도표에서 연준의 연내 금리인하 폭 전망이 기존 3회보다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파월 의장이 금리인하에 확신을 가질 때까지 기간이 멀지 않았다고 언급했지만 3개월 이동 평균(연율화) 물가는 헤드라인 3.99%(전월 2.83%), 핵심 4.12%(전월 3.54%)로 상승한 모습에서 보듯이 연준은 다시 반등하고 있는 물가를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 연준의 시기 선택은 한은의 시기 선택에 영향

2월 금통위의 소위 한국판 포워드 가이던스에선 향후 3개월 기준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 등장해 주목을 끈 바 있다.

전날엔 당시의 의사록이 공개됐다. 소수의견자의 논리는 한국의 내수 부진이 물가를 둔화시켜 금리 인하를 가능케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의사록에 따르면 '한국판 포워드 가이던스' 소수의견자는 "내수 부진 등에 따라 물가 상승 압력이 소폭 약화되면서 긴축완화의 위험이 다소 감소했다고 평가한다. 향후 물가 및 경제 상황 흐름, 그리고 국내외 금융시장 상황을 지켜보면서 완화 시점을 적절히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다만 다수 의견은 인플레 안정 여부를 더 확인하면서 긴축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는 쪽이었다.

물가 둔화 흐름은 인정하지만 여전히 물가상승률이 목표치 대비 높은 수준이어서 완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 다수를 점했다. 지금은 디스인플레이션이 지속되도록 긴축 기조를 계속 이어가야 할 때라는 인식이 관점이 강했던 것이다.

시장엔 한국의 금리인하가 미국보다 무조건 늦는 건 아니라는 관점도 있다.

예컨대 시장 일각에선 한국 근원물가가 미국이나 유럽보다 더 낮고 안정적인 반면 내수는 좋지 않기 때문에 한국이 미국보다 더 일찍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하기도 한다.

하지만 연준이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는 상황에선 한은이 금리 인하에 적극적으로 나서기가 만만치 않은 분위기다.

한국은행의 한 베테랑 직원은 "금통위 일부의 인하를 열어둔다는 의견이 3개월 내 인하를 예상한다는 의견은 아니다. 그 사람이 강력하게 조기 인하를 주장하고 있지도 않다"면서 "작년 내내 금리를 동결할 때 한국은행이 (1월 이후 인상하지 않았지만) 추가 인상을 열어둔 것과 같은 차원에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개인적으로는 조기 인하의 부작용을 감안할 때 한국은행이 최대한 금리 동결을 길게 끌고가는 게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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