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3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홍콩H지수 ELS, 과도한 수익추구가 부른 손실...쟁점이 된 손실배상 구조

  • 입력 2024-03-11 13:3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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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020년 후 홍콩H지수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2020년 후 홍콩H지수 추이,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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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금융감독원이 11일 홍콩H지수(HSCEI)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손실 배상 비율 기준을 제시했다.

금감원은 다수 사례가 '20∼60% 범위' 내에 분포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해 사례들이 다양해 구체적인 배상비율은 특정하기는 만만치 않다.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 손실 배상비율은 20∼80%였다.

금감원은 "DLF 사태 때와 비교해서 상품 특성이나 소비자 환경 변화 등을 감안할 때 판매사의 책임이 더 인정되긴 어렵지 않나 생각된다"면서 "DLF 때보다는 전반적인 배상비율이 높아지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ELS 배상,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 책임' 어떻게 나누나

금감원이 제시한 홍콩H지수 ELS 관련 배상비율 공식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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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공식은 과거 DLF나 사모펀드 사태 등 대규모 분쟁사례에서의 처리 원칙과 방식, 절차 등은 참고했다고 밝혔다.

또 이번 ELS 손실사태의 특수성과 상품 특성, 판매채널 등을 종합 고려해 과거 선례에 비해 보다 정교하고 세밀하게 설계했다고 밝혔다. 다만 공식이 두루뭉실해서 이것만 봐선 투자자 손실을 예단하기가 어렵다.

이번 공식 도출에 참고한 이번 사태의 특수성도 여러가지다.

우선 DLF 등 과거 사모펀드 사례와는 다르게 이번 ELS 사태는 공모 형식으로 상대적으로 '대중화·정형화'돼 다수 개인투자자에게 판매된 점을 주된 특징의 하나로 꼽았다.

투자자의 연령대가 높고 조기상환이 가능한 상품 구조상 '반복적으로' 가입한 투자자들이 다수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장기간 판매돼 온 데 따라 판매시점에 따라 관련 법규 규제 적용시기가 상이(21.3.25. 금소법 시행, 21.5.10. 고난도 금융상품 판매규제 강화)하다는 점도 고려해야 했다고 밝혔다.

아무튼 배상 비율은 크게 '판매사 책임'과 '투자자 책임'으로 나눠서 결정한다.

판매사 요인(23~50%)은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등 판매원칙 위반 여부와 판매정책 및 소비자보호 관리체계 부실 여하에 따라 결정된다.

투자자 요인(±45%)은 판매사의 고령자 등 금융취약계층 보호 소홀 여부, 투자자의 과거 ELS 투자경험 및 금융상품 이해도 등 판매사 및 투자자의 과실사유에 따라 개별 투자건별로 배상비율이 가감된다.

가산‧차감항목에서 고려되지 않은 사안이나 일반화하기 곤란한 내용이 있는 경우에는 기타 조정요인(±10%p)으로 반영된다.

따라서 홍콩H지수 ELS 피해자들의 배상 정도는 상당히 다양할 수 있다.

■ 은행들 변동성 큰 시기에 ELS 판매 독려...피해 규모 커져

금감원은 올해 1월 8일부터 11개 판매사에 대한 현정감사를 실시해 각종 '불완전 판매'를 확인했다.

검사결과 ▲ 판매정책·소비자보호 관리실태 부실 ▲ 판매시스템 차원의 불완전판매 ▲ 개별 판매과정에서의 다양한 불완전판매가 확인됐다.

투자자 배상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는 가운데 각 판매사는 자율적으로 배상(사적화해)하는 게 가능하다.

금감원은 판매사의 고객 피해 배상 노력은 참작하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선 엄중 조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콩H지수 주가 급락이 대규모 손실로 이어진 가운데 금융당국은 판매사들의 실적경쟁과 소홀한 투자자 보호가 맞물려 피해를 키웠다고 보고 있다.

우선 H지수 변동성이 커지는 국면에서 판매를 늘려 피해가 커졌다. 피해가 커진 데는 '실적 경쟁'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지난 2020년초 코로나19에 따른 주가급락 이후 양적완화에 따라 각국 주가지수가 급등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됐다. 2020년 11월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미국 투자자의 중국군 연계 중국기업 투자금지) 등의 조치도 나오면서 리스크가 커졌다.

금감원은 "판매사들이 H지수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오히려 영업목표를 상향하고 영업점에서 ELS 판매를 확대하도록 성과지표를 설계해 전사적으로 판매를 독려했다. 일부 판매사는 이 상품의 판매한도를 상향하도록 리스크 관리기준을 변경했다"면서 "비예금상품위원회를 형식적으로 운영하는 등 금융소비자 보호에는 소홀히 했다"고 질타했다.

실적 경쟁은 영업점 단위 불완전 판매를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

감독원은 "판매정책, 판매시스템이 고객최우선 원칙이 아닌 판매사의 이익을 우선하도록 설계, 운영됨에 따라 영업점의 개별 판매과정에서 다양한 형태의 불완전판매가 발생했다"면서 "안정적 성향의 투자자에게 투자성향을 상향하도록 유도하거나, 청력이 약한 고령투자자에게 상품내용을 ’이해했다‘라고 답하도록 요청하고 영업점 방문이 어렵다는 투자자를 대신해 투자성향 진단설문지, 상품가입신청서 등을 대리 작성, 서명하는 사례들도 발견됐다"고 소개했다.

은행들이 각 지점들에 수수료 수익을 높이라고 독려하는 동시에 성과평가에서 ELS를 많이 판 행원들에게 높은 점수를 책정하면서 리스크를 키웠다.

예컨대 일부은행은 낙인이 발생하지 않는다면 H지수가 하락해도 판매 당시 ELS 쿠폰 수익률을 영업점 KPI로 인정했으며, 다른 은행은 고위험 특정금전신탁(ELT)를 팔면 신탁수수료의 최대 2배를 성과이익으로 평가해 은행원들이 이 상품을 적극적으로 판매하도록 유도했다.

■ 고객 성향 관리 미흡

위험상품 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고객에게 상품판매가 가능하도록 상품판매 기준을 임의조정한 사례도 확인되는 등 '고객 성향 고려 소홀' 문제도 발생했다.

은행이나 증권사가 위험상품 투자에 부적합한 고객들도 유치에 나서면서 피해를 키운 것이다.

ELS 등 상당수 금융상품을 구분하는 기준은 '원금 보존(혹은 보전)' 여부다. 금융상품에 가입하는 사람들 중엔 원금 손실을 견디지 못하는 성향의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번에 문제가 된 ELS의 경우 3년 만기, 손실 발생시 최소 30% 이상 손실을 발생할 수 있게 설계돼 있었다. 따라서 손실 감내수준이 10%, 20% 수준의 투자자라면 부적합한 상품이었던 것이다.

아울러 기간을 감안할 때 단기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자금을 유치하는 것도 적절하지 않았다.

거래 목적인 노후자금 마련이라면 좀더 보수적인 투자를 유도할 필요가 있었지만 판매사를 이를 무시한 경우도 있었다.

어떤 사람에게 특정 금융상품이 적합하냐 여부를 따질 때는 △ 거래목적 △ 연령 △ 고객의 재산 규모와 포트폴리오 성향 △ 위험자산(안전자산) 투자경험 △ 금융지식(상품 이해 정도) △ 위험 선호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하지만 이를 충실히 준수하지 않은 것이다.

감독원은 "판매사들은 투자자 성향분석 시 필수 확인항목을 누락하고 ’손실감내수준 20% 미만‘, ’단기투자희망‘ 등 고난도 장기위험상품에 부적합한 투자자에게 판매가 가능하도록 판매시스템을 설계한 경우가 발견됐다"면서 "ELS 상품 판매시 설명해야 하는 손실위험 시나리오, 투자위험등급 유의사항 등을 누락하거나 왜곡하는 사례도 나타났다"고 소개했다.

■ H지수 ELS 피해 추정규모는

작년 말 기준 홍콩H지수 기초 파생결합증권(ELS, ELT, ELF) 판매잔액은 18.8조원에 달한다. 계좌수로는 39.6만계좌에 이른다.

은행이 15.4조원(24.3만계좌), 증권이 3.4조원(15.3만계좌)에 달한다.

투자자별로는 개인이 17.3조원(39.0만계좌), 법인이 1.5조원(0.5만 계좌)이다.

투자자들은 주로 은행에서 대면으로 ELS에 가입했다.

판매채널은 보면 은행은 오프라인이 90.6%, 증권사는 온라인이 87.3%를 차지해 나이든 거액 고액들이 주로 은행을 통해 가입했음을 알 수 있다. 65세 이상의 고령 투자자 계좌가 8.4만계좌(21.5%)에 달해 20%를 넘었다. 아울러 최초 투자자 계좌가 2.6만개(6.7%)로 피해자의 다수는 ELS에 꾸준히 투자하던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상당수 투자자에게 올해 상반기는 '손실의 기간'이다. 전체 만기의 80.5%인 15.1조원의 만기가 올해 중에 도래한다. 그 중 1분기에 3.8조원(20.4%), 2분기에 6.0조원(32.1%)의 만기가 도래해 상반기 중 손실을 볼 수 있다.

이미 연초에 만기가 돌아온 상품들은 손실이 났다.

올해 1~2월 만기도래액 2.2조원(은행 1.9조원, 증권 0.3조원) 중 총 손실금액은 1.2조원(은행 1.0조원, 증권 0.2조원, 누적 손실률 53.5%)에 달했다.

감독원은 2월말 현재 지수 5,678포인트가 유지된다고 가정하면 추가 손실금액은 4.6조원이라고 추정했다. 올해 1~2월 손실 1.2조원에 3~6월 손실 3.6조원, 그리고 하반기 1조원의 손실을 더한 것이다.

■ 예단하기 어려운 배상 규모, 금감원이 제시하는 시나리오별 예상은...

이번 ELS 사태의 배상은 은행이나 증권사가 물건을 제대로 팔았는지를 따지는 판매자 요인, 이번 사태의 1차적인 책임자라고 볼 수 있는 투자자 본인 요인을 감안해서 결정한다.

여기에 일반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개별적 사정'까지 감안해 준다. 얼마나 돌려받을 수 있을지는 판매자 실수의 경중, 투자자 실수의 경중, 나이 등 여러 요인들을 감안한다.

금감원은 대략적인 피해 배상 비율도 사례를 제시하면서 추론했다.

금감원은 예컨대 80대 초고령자가 은행에서 ELS 상품에 5천만원 가입할 당시 은행이 설명의무를 위반하는 등 불완전 판매 사실이 발생했을 경우 손실액의 70% 수준의 배상을 예상한다고 밝혔다.

또 30대 젊은 직장인이 은행에서 ELS 상품에 4천만원을 강비할 경우 은행이 적합성 위칙 위반 등 불완전판매 사실이 발생했을 때 손실액의 45% 수준의 배상을 예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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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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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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