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7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파월 발언이 준 안도감과 한계

  • 입력 2024-05-02 11:2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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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일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모습, 출처: 연준

사진: 1일 파월 연준 의장의 기자회견 모습, 출처: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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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금리 추가 인상과 선을 긋자 금융시장이 환호했다.

미국 장기 국채금리는 파월의 발언이 일각의 금리인상 개재 우려를 희석시킨 데다 연준의 국채 보유액 감축 속도 완화, 재무부의 국채 입찰규모 유지(5~7월, $1,250억)와 바이백 개시 발표 등으로 하락했다.

뉴욕 주식시장은 장중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하락세를 나타냈으나 파월이 금리인상 가능성을 일축하자 낙폭을 만회하면서 보합권에서 거래를 종료했다.

달러화도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 축소 등으로 하락했다.

전체적으로 시장이 '혹시 모를' 인상 재개 가능성을 경계하다가 이번 이벤트를 통해 불확실성을 해소한 것이다.

■ 파월, 상반기 인하·향후 추가 인상 모두 어렵다고 시사

FOMC는 예견된 만장일치 금리동결 뒤 "최근 몇 달 동안 2% 인플레이션 목표를 향한 추가 진전이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FOMC는 "완전 고용과 안정적인 물가라는 공동 목표 달성에 대한 위험이 지난 1년 동안 더 나은 균형을 향해 움직였다"면서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인상을 아직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사실상 상반기 금리 인하는 어렵다는 점을 거론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동시에 금리를 다시 올릴만한 상황도 아니라는 점도 알려준 셈이다.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2% 인플레이션으로 지속 가능한 경로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얻는 데 시간이 더 걸릴 것 같다"며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음 정책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한다. 현재 금리는 긴축적 수준"이라고 했다.

파월은 지금은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했다. 성장세는 여전히 강력하며, 지금 통화정책의 초점은 정책금리를 얼마나 오래 현 수준에서 유지할지 여부라고 했다.

FOMC는 또 6월부터 양적긴축(QT) 속도를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국채를 매입하지 않고 매달 만기까지 보유할 수 있는 한도를 600억달러에서 250억달러로 줄이겠다고 했다.

다만 여전히 최대 350억달러의 MBS는 대차대조표에서 제외될 수 있으며, 350억달러 한도를 초과하는 원금 상환액도 국채에 재투자된다고 밝혔다.

QT 감속은 국채 금리 하락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금융 가격변수는 파월은 금리인상에 대한 부정적이 발언에 힘을 얻어 가격 낙폭을 줄이거나 상승했다.

■ 한은이 연준을 보는 관점은...

연준이 조속한 금리 인하와 추가 인상에 대해 모두 선을 그은 가운데 한국은행은 '미국의 신중한 스탠스'에 주목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이번 FOMC에서 파월 의장은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낮다고 하면서도 디스인플레이션과 금리인하를 위한 확신에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했다"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과 관련된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유 부총재는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상당한 상황에서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러 대외 불확실성 요인이 상존해 있는 만큼 앞으로도 외환·금융시장 상황을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과정에서 주요국 경제지표 발표 등에 따라 외환·금융시장의 변동성이 과도하게 확대될 우려가 있는 경우 적기 시장안정화 조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이날 아침엔 국내 4월 소비자물가가 다소 둔화된 것으로 발표됐다.

미국 연준 관계자들이 인하 전망을 낮춘 데엔 물가 둔화의 한계가 일차적 원인이었던 만큼 국내 물가에 대한 중앙은행의 입장도 관심이다.

이날 CPI는 3개월만에 2%대(2.9%)로 내려왔다.

김웅 한은 경제담당 부총재보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 초반에서 2%대 후반으로 낮아졌으며(2월3.1%→3월3.1%→4월2.9%), 근원물가 상승률은 완만한 둔화 흐름을 지속(2.5%→2.4%→2.3%)했다"고 평가했다.

김 부총재보는 "석유류가격 오름세가 이어졌으나 농축수산물가격과 개인서비스물가의 상승률이 둔화된 데 주로 기인한다"면서 "생활물가 상승률도 전월에 비해 다소 하락했으나 여전히 3%대 중반의 높은 수준을 지속했다"고 밝혔다.

한은은 4월 중 물가상승률 둔화 정도는 당초 예상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김 부총재보는 "앞으로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근원물가를 중심으로 둔화 추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정학적 리스크 전개 양상에 따른 유가 추이, 농산물가격 강세 지속기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5월 경제전망 시 최근 중동사태의 여파, 내수 흐름, 기업의 가격인상 움직임 확산 정도 등이 향후 물가 경로에 미치는 영향을 면밀히 점검해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 이자율 투자자들의 '기대반걱정반'

이자율 시장은 연준의 금리 인상 재개 가능성이란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해 안도했지만 한계도 인식하고 있는 중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FOMC는 최악을 피했다. 일단 연준이 추가 인상을 배제했고 양적긴축 속도조절을 통해 수급적 기대감도 키웠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물가에 대해 연준이 크게 자신은 없어 보인다. 따라서 인하 시점 역시 상당히 불확실해 '인상 없다'는 말만 믿고 시장이 달려가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일단 추가 인상이 어렵다는 점과 함께 QT 등 수급 관련 재료도 우호적으로 봤다.

연준은 6월부터 QT 규모를 현행 월 950억 달러에서 600억 달러로 축소하기로 발표했다. 파월은 QT의 감속에 대해 더 오랜 기간 QT를 지속하기 위함이며 통화정책의 전환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MBS는 현행 월 350억 달러 규모가 유지됐지만, 국채는 600억 달러에서 250억 달러로 축소하면서 월 400억 달러 규모의 자산이 감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PD들이 MBS 규모 유지, 국채 300억 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PD들의 전망치보다 QT 규모가 더 크게 축소되면서 수급 부담은 다소 완화됐다"면서 "미 재무부의 국채 발행 계획에서는 5~7월 발행 규모는 9,540억 달러로 2~4월 (9,270억 달러)보다 확대됐지만, 1월 말에 TBAC가 추천한 발행 규모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는 "8~11월도 5~7월과 동일한 규모로 발행하는 것을 추천해 작년과 달리 미 국채의 발행 증가 우려는 일단락됐다"고 해석했다.

안재균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5~7월 2~7년 국채 계획물량은 2,410억달러로 4월과 같다. 2~7년 구간 중심의 발행 확대 우려가 불식되고, 향후에도 늘릴 필요가 없을 것이란 재무부의 판단도 확인됐다"면서 "오늘 FOMC 결과와 국채 공급 계획은 미국 국채 금리의 추가 상승 압력을 약화시킬 긍정적 요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날 국내 채권가격이 반등에 한계도 보이고 있다. 일단 외국인 선물 매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외국인은 11시 현재 3년 선물을 5천개, 10년 선물을 3천개 가량 순매도하는 중이다.

은행의 한 딜러는 "연준이 추가 인상 가능성에 대해 일축하고 수급 관련 우호적인 재료도 나왔지만 외국인 선물 매도로 장이 강해지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ISM 제조업이 다시 기준선 아래로 내려가는 등 경기 관련 우호적이 재료도 나타났지만 전체적으로 이번 이벤트를 우호적으로만 보기도 어렵다"고 덧붙였다.

출처: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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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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