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17 (금)

(장태민 칼럼) 내수를 위한 금리인하는 수출·금리정책 효과의 시차 게임

  • 입력 2024-05-02 15:5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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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여전히 내수가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 2022년 4분기부터 크게 감소했던 수출이 작년 하반기부터 회복됐지만 내수는 수출 회복 직전부터 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따로 놀자 수출과 다른 내수를 걱정하는 시각도 강해졌다.

올해 들어 수출이 예상보다 더욱 웃돌자 상대적으로 내수가 더 초래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발표됐던 1분기 GDP는 전기비 1.3% 증가해 시장 예상을 대폭 웃돌았다. 성장률은 2021년 4분기(+1.4%) 이후 9분기 만에 최고 수준이었다.

특히 내수의 성장기여도도 0.7%p로 순수출 기여도(0.6%p)를 상회했다.

하지만 여전히 내수가 어렵다는 평가가 적지 않은 데다 정책의 시차를 감안할 때 금리 인하 타이밍을 어떻게 조합해야 하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적지 않았다.

■ 약화된 수출의 내수 낙수효과

수출과 내수가 따로 노는 것은 아니다.

수출이 좋아지면 내수 역시 개선된다.

다만 최근까지는 수출의 내수 '낙수효과' 크기가 문제가 됐다.

2천년대 들어선 수출과 내수 지표의 괴리가 커지면서 수출의 내수 파급 효과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수출이 늘어나면 설비투자가 늘어나고 또 고용을 늘려 내수에도 기여를 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 수출의 주력 산업이 재편되면서 내수에 대한 긍정적인 파급 효과가 약화돼 왔다. 이러자 일각에선 수입 설비의 국산화 필요성,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계 강화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수출의 고용 유발 한계와 국내 대기업-중소기업 질서 재구축 문제가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서 수출과 내수가 '따로 국밥'처럼 논다는 평가가 좀체 사라지지 않았다.

작년말, 올해초 한은과 정부가 '2023년(1.4%)보다 나은 2024년 성장률'을 얘기하자 한국의 상당수 경제학자들은 "한국의 수출과 내수가 양극화돼 버렸다. 수출 낙수효과가 제한돼 내수 침체는 2023년 내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곤 했다.

또 반도체가 좋아진다고 소비가 활성되지 않는다는 식의 진단을 내놓으면서 한국경제 비관론 확산에 주력하는 경제학자들도 많았다.

■ 수출 회복, 당연히 내수에 기여한다...고금리와 수출호조 속에 내수 해법 찾기

하지만 정도의 문제가 있을 뿐 수출의 내수 낙수효과는 있다.

올해 1분기 GDP 서프라이즈가 나타난 가운데 내수의 성장기여도가 만만치 않게 나타나면서 '습관적 내수 비관론'을 점검해봐야 한다는 목소리들도 제기되곤 했다.

수출 증대로 이익을 낸 기업이 많아지면 임금, 배당 등으로 가계 소득이 증가되고 이는 소비로 연결된다.

수출에 대한 장기 전망이 좋으면 생산능력을 배가하기 위해 설비 투자를 늘릴 수도 있다.

또 경제산식 측면에서 경상흑자는 국민소득에서 내수지출을 뺀 값이다. 따라서 수출 증가와 내수 미회복이 주구장창 이어진다고도 보기도 어렵다.

통상 높은 금리는 투자의 기회비용을 높여 투자수요를 위축시키고 가계의 저축 욕구를 키워 소비를 줄이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따라서 지금은 '고금리 속 수출 호조'라는 여건에서 내수의 지속적 회복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려는 노력들도 보인다.

■ 내수를 위한 금리인하...그것은 시차게임

이날 KDI는 '내수 부진의 요인 분석' 보고서에서 수출과 금리가 소비와 투자같은 내수 각 부문에 미치는 영향의 발생 시차와 크기, 파급 기간은 다양한 요인에 의해 상이하게 나타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사실 이런 논의는 시차에 대한 얘기다.

아울러 최근 내수와 수출의 괴리 확대와 축소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작업으로 볼 수 있다.

KDI의 김미루·김준형 연구원은 2004년부터 2024년 1분기까지 20년간 수출과 금리 변화가 발생한 시점부터 내수가 받는 영향을 연구해 이날 발표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수출 증가는 소비와 투자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일반적인 믿음'에 부합했다.

또 즉각적으로는 투자에 대한 영향이 더 크게 나타나지만 소비에 대한 영향이 더 오랜 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상품수출이 1%p 증가하면 설비투자는 같은 분기에 최대폭(0.36%p)으로 증가하고 약 2분기 후까지 그 영향이 유의미하게 파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품수출 증가의 영향이 설비투자엔 시차를 두지 않고 빠르게 파급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분석 결과다. 이런 현상은 해당 분기를 포함해 3분기에 걸쳐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또 상품수출이 1%p 증가하면 민간소비는 1분기 후에야 최대 0.07%p 상승한 후 약 3분기 후까지 그 영향이 유의미하게 파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자들은 "상품수출 증가 영향이 민간소비로 큰 시차를 두지 않고 파급됨을 의미하는 결과"라며 "해당 분기를 포함하면 그 영향이 약 1년간 유의미하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요약하면 기업은 상품수요 증가에 즉각 대응해 투자를 확대하나 가계는 중장기적 소비 평탄화를 추구하기 때문에 소비 반응성이 비교적 작게 나타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통상 가계는 생애 전체의 기대소득을 바탕으로 소비 수준을 결정한다. 따라서 단기적으로는 소비를 크게 변동시키지 않는 경향을 보인다. 시계열상에서 소비 변동성이 투자 변동성에 비해 작게 나타나는 현상과도 연관된다.

그러면 현재는 어떤 상황일까.

연구자들은 "수출 증가에 따른 소비 및 투자의 반응이 해당 분기를 포함해 약 3~4분기 동안 유의미하게 지속됨에 따라 2023년 상반기의 수출 부진이 내수 각 부문에 최근까지도 일부 영향을 미치고 있을 수 있다"고 했다.

■ 지금의 내수 상황도 23년 1월까지 이어진 정책금리 인상 여파 받는 중

KDI의 연구자들은 정책금리 인상은 소비와 투자를 모두 유의미하게 감소시키지만 본격적인 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약 3~4분기가 소요되고 파급 효과는 상당기간 진행된다고 추정했다.

이런 추정은 일반적인 연구 결과와 크게 차이나지 않는다.

분석을 보면 정책금리가 1%p 인상됨에 따라 민간소비는 3분기 후 최대 0.7%p 감소하고 그 영향은 인상 후 9분기까지 유의미하게 지속되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정책금리가 1%p 인상됨에 따라 설비투자는 3분기 후 최대 2.9%p 감소하고, 그 영향은 인상 후 8분기까지 유의미하게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사실 통화정책 변화의 효과는 채권시장 등 예민한 시장에서 즉각적으로 나타나지만, 가계나 기업의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쳐 경기에 영향을 주는 데까지 시간이 걸린다.

가계나 기업이 직접 영향을 받는 예대금리 반영까지는 시간이 다소 필요한 데다 예대금리가 변해도 이미 계약된 고정금리대출(채권발행)엔 영향을 주지 못한다. 문제가 되는 시기는 차환이 도래했을 때다.

당연히 현재 한국경제는 여전히 작년 1월까지 빠르게 올린 높아진 정책금리 영향을 받고 있다.

연구자들은 "정책금리 인상의 파급 효과가 장기간에 걸쳐 지속된다는 사실은 과거의 정책금리 변경의 영향이 최근까지 유의미하게 지속되고 있을 가능성을 시사한다"면서 "통화정책의 파급 효과가 약 9~10분기 동안 지속된다는 사실은, 1~2년 전의 통화정책도 현재 내수에 일부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 인하 타이밍 잡기...수출과 금리가 내수에 미치는 영향, 인플레 파급 영향 감안해서

수출 흐름이나 금리 결정이 시차를 두고 내수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미래를 예견하기 위해선 최근의 상황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KDI 연구자들은 내수가 위축되기 시작한 2023년 상반기는 수출 급락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추정했다. 그런데 해당 시점까지의 금리 인상 영향은 아직 본격화되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했다.

즉 수출은 비교적 즉각적으로 내수에 파급되는 반면 금리 변화는 시차를 두고 파급됨에 따라 수출 부진의 부정적 영향이 크게 나타났다는 것이다.

하지만 2023년 하반기엔 상황이 꽤 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는 누적된 금리인상 효과가 시차를 두고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해 수출이 일부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음으로 내수 위축은 오히려 심화됐다.

연구자들은 이 시기에 내수가 위축되면서 인플레이션이 가시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물가 안정을 위한 금리 인상 정책이 의도한 효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또 올해 1분기 수출과 내수 모두 예상을 웃돈 가운데 내수가 '사람들의 예상'보다 양호했던 것도 시차 문제로 보면 이해가 됐다.

연구자들은 수출 회복이 본격화된 올해 1분기에는 누적된 금리인상 효과가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출 효과의 긍정적 효과가 확대되면서 내수 위축의 정도가 완화되는 것으로 분석했다.

따라서 당장 수출과 금리에 큰 변화가 없다면 앞으로의 내수 상황은 수출과 금리인상 영향력 간의 방정식에 의해 결정될 수 있다.

연구자들은 "2023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수출 회복이 2024년도 소비와 설비투자를 각각 0.3%p, 0.7%p 상승시킬 것으로 추정됐다"면서 "하지만 누적된 정책금리의 영향은 2024년도 소비와 설비투자를 각각 0.4%p, 1.4%p 감소시키면서 여전히 내수 회복의 제약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추정됐다"고 소개했다.

즉 올해 내수 위축의 정도는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충분한 회복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결론은 금리 인하를 주창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수도 있다. 즉 수출 회복세가 더 강화되지 않는다면, 금리 인하를 통해 내수를 진작할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에 무게를 보태줄 수 있다는 것이다.

향후 '내수 회복세 강화와 금리 인하 타이밍 잡기'는 수출 회복의 긍정적 영향과 고금리 지속에 따른 악영향 간의 힘을 따져서 결정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당장 금리를 내린다고 해도 그 효과는 한참 뒤에 볼 수 있어 이를 두고 통화당국은 갈등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연준의 금리인하 기대감 퇴조에 따라 국내 금리인하 기대감도 낮아졌지만, 여전히 하반기에 인하를 기대하는 사람들은 많다.

다만 연구자들의 분석 등에 근거하면 올해 하반기에 정책금리가 인하될 경우에도 통화정책 효과의 내수 파급에는 상당한 시차가 존재해 본격적인 영향은 2024년보다 2025년에 가시화될 가능성이 높다.

연구자들은 또 최근 수출 회복에도 불구하고 고금리정책으로 인해 내수 회복이 제약되고 있는 현상은 인플레이션 안정을 위한 정상적이고 불가피한 통화정책의 결과라고 해석했다. 기조적인 물가 상승세는 실제로 내수가 위축되기 시작한 2023년 중반 이후 가시적으로 안정되기 시작해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빠르게 안정됐다고 했다.

따라서 한국은행의 금리정책은 금리정책이 내수와 인플레에 미치는 파급 시차를 결정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KDI 연구자들은 "작년 이후 진행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안정 추세를 면밀히 분석해 어느 시점에 긴축 기조를 완화하는 것이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목표 수준인 2% 내외에서 안정시키는 데 효과적일지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추경 등 대규모 내수부양 등 인플레이션 안정 추세를 교란할 수 있는 정책은 가급적 자제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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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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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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