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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김용익-김윤 사단의 한국 의료시스템 칼대기

  • 입력 2024-03-08 14:2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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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의과대학 증원 문제가 해결책을 못 찾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 의대 내 '의료관리학교실'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의료관리학교실은 서울 의대 내의 '문과'로 평가 받기도 한 곳으로 의료정책 등에 대해 목소리를 내왔다.

이곳 출신들은 한국의 중대한 의료정책 관련 결정을 이끌어왔다.

최근 사회적 이슈로 대두된 '의대 증원' 문제는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김윤 교수 등이 주도한 작품이다.

김 교수는 한국 의사들이 '수적으로' OCED 평균에 비해 크게 부족해 노인이 늘어나는 한국 인구 구조를 감안해 의사 수를 극적으로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주장이 윤석열 정부에 의해 채택되면서 의료계와 정부의 갈등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한국 의사 집단의 '의료관리학교실'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하다.

서울 의대 내에서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곳이지만, 의료 현실을 전혀 모르는 곳이란 평가를 내리기도 할 정도다.

■ 김윤, 의사들 '돈 밝히는 사람' 취급하며 국민 여론 악화 조장

서울 의대 김윤 의료관리학교실 교수는 오랜 기간 의대 증원 확대를 주장했다.

의대생들을 대거 뽑아서 의사들의 수입을 낮추면 국민들이 더 좋은 의료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국민들은 의사가 늘어나 비용이 낮아지고 편의성이 높아진다는 김 교수의 주장에 대해 대체로 찬성했다.

특히 김 교수가 의사들이 받는 '고액 연봉'을 문제 삼자 국민들은 쌍수를 들고 박수를 치기도 했다.

최근 김 교수는 텔레비전 방송에 출현해 "전공의 수련 후 군복무를 마친 35살 전문의 연봉이 3~4억원"이라며 "의대 쏠림의 근본적 원인은 의사 수입이 다른 직업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에 이를 시정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의사 집단은 김 교수의 35살 의사 연봉이 3~4억원이라는 주장이 사실도 아닐 뿐더러 의사들을 '돈에 환장한 사람'으로 폄하하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심지어 서울대 의대 내의 다른 교수가 김 교수에서 토론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 의사들 돈 많이 번다고 욕하는 한국인들

의사들의 연봉은 당연히 평범한 샐러리맨보다 높다. 의사가 되기 위해선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상의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한국에서 가장 머리가 좋은 학생들이 들어가는 곳이 의대다.

의사가 되는 과정이 험난한 데다 노동시간도 평균적인 노동자들보다 길어 이들이 고액 연봉을 받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의사들의 고액연봉'을 문제 삼고 있다. 오랜 공부와 노력, 경험 등을 통해 기술을 익혀 아픈 사람들을 치료하는 대가로 급여를 많이 받는 것이 무엇이 문제인가.

또 희한하게도 한국인들 상당수는 인간은 누구나 이기적이란 사실을 이해하려 들지 않는다.

의사들이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만큼 더 높은 도덕적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다그친다. 그렇게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과연 그런 기준에 맞춰서 사는가라고.

열심히 공부하고 노력한 자, 그리고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중요한 기술을 지난 사람을 우대하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필자의 입장에선 전공의들이 과중한 노동에 비해 4백만원 내외의 월급여 밖에 받지 못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더 이상하다.

현재 정부나 한국사회에서 조장하고 있는 '돈 잘 버는 의사들 꼴보기 싫다'는 식의 1차원적인 접근은 문제의 본질만 왜곡할 뿐이다.

의사 집단과 정부의 갈등이 첨예화되고 국민 다수가 '정부 편'을 들어 의사들을 매도하고 있지만, 의사들이 한국인 다수에 의해 집단적으로 '멍석말이'이 당할 정도의 잘못을 했는지 의심스럽다.

필수 의료 과목의 의사수 부족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도 아니었다.

문제의 본질은 '전체' 의사수가 부족한 게 아니다. 한국은 OECD 평균보다 크게 적은 '명목' 의사수를 과중한 노동과 기술력에 기반한 '실질' 의사수로 채우고 있다.

주요국 중 의사수가 가장 적은 나라는 한국, 일본, 미국이다. 이 나라는 의사수는 적지만 유럽보다 양호한 의료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의 한국 시스템도 다른 나라 국민들은 충분히 부러워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서 대학교수로 일하고 있는 필자의 한 친구는 "미국에서 살 때 가장 부러운 게 한국의 의료 시스템이었다. 한국인들이 자국 의료 시스템에 불만이 많겠지만, 미국이나 유럽 등 다른 나라를 경험하게 되면 한국 의사들에게 고마워하게 될 것"이라고 일갈했다.

■ 문제 해결책...왜 다른 생각은 못하고 '증원'만 주장하나

문제의 본질은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 등 생명을 다루는 중요하고도 필수적인 과목에 의사가 부족한 것이다.

내외산소보다 몸도 편하고 상대적으로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피안성'(피부과, 안과, 성형외과)으로 의대생들이 몰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는 자연스러운 흐름이었다. 따라서 문제 해결을 위해선 피안성 메리트를 줄이고 내외산소 메리트를 높이면 될 일이었다.

의료계 인사들은 필수의료 과목의 의사수 부족문제는 '현재의 의료 시스템' 내에서도 해결할 수 있다는 말을 한다. 하지만 정부는 듣지 않는다.

의사수를 많이 늘려놓으면 '낙수 효과'로 필수분야로 의사들이 가게 되고, 국민들은 더 싸고 좋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의대 정원이 한번에 65%나 늘어나 초래할 입시·교육계의 혼란 따위는 생각할 여유도 없는 듯하다.

한국에서 환자들은 세계 어떤 나라보다 의사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거기다가 다른 선진국에 비하면 의료비마저 상당히 싸서 가성비 최고의 시스템을 갖고 있다.

한국인들이 이런 혜택을 누려왔던 이유는 의사들의 '과잉노동' 때문이다. 특정 분야에서 이름난 전문의들은 젊은 시절 '뼈를 갈아' 공부하고 노력한 사람들이었다.

필자의 친구인 한 외과 전문의도 매주 주말을 포기하고 환자를 돌보는 일에 매진하지만, 군말 없이 자신의 일을 하고 있다.

그런 그가 문재인 정부 의대 증원 400명 주장을 훨씬 넘는 2천명 증원 소식을 듣고 "대체 정부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냐"고 물었다.

의사들이 많은 돈을 버는 게 그렇게 눈에 가시인가.

그렇다면 이 사회에 별로 기여하는 것도 없이 '죄 지은 사람들' 변호해준 대가로 엄청난 돈을 버는 변호사들을 볼 때 어떤 생각이 드는가.

한국의 의료시스템은 전세계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있지만, 2024년 초 한국의 의사들은 '악마화'됐다.

그리고 이런 분위기를 이끄는 데 앞장선 세력은 의료계 내의 소수집단인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이다.

■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지난 1987년 서울 의대 의료관리학교실을 설치한 인물은 당시 신영수·김용익 교수였다.

의대 내의 이 특수한 '교실'은 의료 관련 정책을 연구했다.

의료관리학교실은 사회과학 지식과 방법론을 활용해 보건의료와 관련된 제반 현상을 분석하고 구체적인 정책 대안을 개발했다.

김용익 교수는 이후 국내 의료정책에서 굵은 자취를 남겼다.

그는 김대중 정부의 의약분업 정책을 실계했다. 당시 김 교수와 의사들이 크게 부딪혔지만 김 교수의 뜻대로 됐다.

하지만 의약분업을 통해 국민들은 불편을 감수해야겠으며, 국가적으로 부담만 늘어났다는 비판도 많이 받았다.

필자는 의약분업을 해서 과연 '국민들이' 큰 이득을 얻었는지 의심스럽다. 약사들에게 이익이 됐지만, '국민' 입장에선 불편함만 가중됐다는 비판도 많다.

정부는 2000년 실시된 의약분업에 대해 의약품 오남용을 막고 약제비를 감소시키는 등 국민 의료 서비스를 한층 높이는 정책이라고 홍보했다. 하지만 이는 의료비와 약제비 증가에 따른 의료비 부담 증가와 국민의 불편함으로 이어졌다.

김용익 교수와 의료관리학교실 출신인 그의 제자들은 계속해서 한국 의료 정책에 손을 댔다.

문재인 정권 때는 의료관리학교실 출신인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이 '문재인 케어'를 통해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을 이끈 사람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는 김용익 교수의 제자로 공공병원을 오랜기간 연구한 사람이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선 사회정책비서관, 정책조정비서관, 국정상황실장 등을 지냈다.

하지만 각종 부작용 속에 비용 증가를 유발해 문 케어의 '지속 가능성'은 의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으며, 결국 칼질을 당했다.

■ 김윤의 어이없는 국회의원 '비례' 신청

서울대 의료관리학 교실의 '산파' 김용익은 정치적 행보로도 주목을 받았다.

더불어민주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냈으며, 민주당 씽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원장을 역임했다.

그런 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뒤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을 지냈다.

김용익의 제자 김윤 역시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김윤은 윤석열 정부의 의대 증원 확대에 혁혁한 공을 세우고 상당수 국민들 사이에 '스타'가 된 인물이다.

그런 그가 국민의힘도 아닌 민주당 비례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에 공천을 신청했다. 그런데 '출마의 변'이 이상하다.

의사들로부터 많은 미움을 받고 있고 전문가로서의 역할이 끝나 정치 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정치란 게 자신이 속한 집단 내에서도 인정받지 못한 자들이 하는 일인가. 그래서 한국의 정치가 이 모양 아닌가.

김윤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캠프에서 활동했으며, 윤석열 정부에선 의대 증원에 앞장 섰고, 선거철이 되자 다시 민주당 비례정당에서 '국회의원'이 되겠다고 나섰다.

이쯤되면 서울대 의료관리학교실 뭔가 이상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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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서울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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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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