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2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누그러진 파월 VS 경계하는 라가르드

  • 입력 2024-03-08 11:39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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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출처: ECB

사진: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출처: E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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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미국 의회에서 연이틀 금리인하 기대감을 수긍하는 발언을 하면서 이자율 시장의 기대감이 커졌다.

유럽에선 그러나 라가르드 총재가 조기 금리인하 기대감을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에선 최근 금리인하 기대감이 대폭 축소된 뒤 파월이 여유를 보인 반면, 유럽에선 일단 라가르드가 4월 인하 기대감이 확산하는 것을 막는 데 주력했다.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선 미국, 유로존 등의 금리 인하 전망이 다시 강해지면 한은의 변화가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보이기도 했다.

파월, 하원에선 인하 '시기' 기대감 부풀려

파월 의장은 7일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연준의 금리인하 시작에 필요한 인플레이션 하락에 대한 확신이 생길 때까지 멀지 않았다"고 말했다.

전날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 증언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하를 여전히 예상한다.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는 발언을 한 뒤 상원에선 인하 '시점'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린 것이다.

파월은 "인플레가 2%를 향해 지속적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확신을 추가로 얻기를 기다리고 있다. 그 확신을 갖게 되면, 그리고 그 확신이 멀지 않았다면 제약 수준을 낮추기 시작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는 통화정책의 제약적인 수준을 과거 상태로 되돌려 경기 침체를 초래하지 않도록 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파월이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멀지 않았다고 시사한 만큼 시장에선 파월 발언 후 수개월 내에 인하가 시작될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졌다.

현재로선 6월부터 연내 4차례(6, 7, 11, 12월) 정도 금리가 인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연초 많게는 연내 기준금리 7회 인하까지 기대감이 커지면서 3월에 인하가 시작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작용했다.

하지만 이후 연준 관계자들의 매파적 발언과 물가·경제지표를 확인한 뒤 12월 연준 점도표와 같은 3회로 축소됐다가 지금은 다시 인하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라가르드, 4월 인하 기대에 대해 불편함 내비쳐

ECB는 3월 정책회의서 정책금리들을 동결(예금금리 4.00%, 재융자금리 4.50%, 대출금리 4.75%)한 뒤 성명서를 통해 "임금 상승으로 물가 상승 압력이 여전히 크다"고 밝혔다.

특히 라가르드는 조기 인하 기대감을 차단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상 데이터를 더 확인해야 하기 때문에 4월 등 조기인하는 빠르다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 목표치를 향해 좋은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확신이 강해지려면 더 많은 데이터가 있어야 한다"면서 "4월에는 조금 더 아는데 그치겠지만 6월에는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4월 초에 정책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 일각의 전망을 반박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제시한 물가나 성장률 전망은 기대감을 오히려 키울 법 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작년 12월 +0.8%에서 +0.6%로 하향 조정됐다. 긴축 환경 지속에 따른 성장 훼손을 추가로 반영한 것이다.

헤드라인/코어 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024년 +2.7%/+2.7%에서 +2.4%/+2.6%로, 2025년 +2.1%/+2.3%에서 +2.0%/+2.1%로 낮췄다.

라가르드의 조기 인하 기대감 차단 노력에도 결국 금리는 다소 빠졌다.

독일 국채10년물 금리는 7일 1.70bp 하락한 2.3042%, 2년물 수익률은 3.13bp 떨어진 2.8279%를 나타냈다. 프랑스 10년물 금리는 3.61bp 떨어진 2.7394%, 2년물 수익률은 3.78bp 내린 2.7992%에 자리했다.

금리인하 '스타트' 위한 마지막 지표 확인 과정 남아

미국과 유럽은 금리인하를 시작하기 위해 지표들을 더 확인하고 싶어 한다.

금리를 너무 일찍 내릴 위험과 너무 늦게 내릴 위험 사이에서 고민하는 중이다.

파월은 하원 증언 당시 "정책 규제를 너무 빨리 또는 너무 많이 줄이면 궁극적으로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기 위해 더욱 제약적인 정책이 필요할 수 있다. 동시에 정책 규제를 너무 늦게, 또는 너무 적게 줄이면 경제 활동과 고용이 과도하게 약화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인하가 멀지 않은 가운데 적절한 타이밍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유럽 역시 이런 환경은 비슷하다.

인플레이션이 ECB 목표치인 2%에 근접한 가운데 너무 빨리 금리를 인하하면 인플레이션이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반면 너무 늦게 인하하면 최근 몇 달 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경제에 불필요하게 타격을 줄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시장에서 라가르드의 사실상 4월 인하 거부 입장과 경기, 물가 상황을 종합할 때 6월 인하가 무난하다는 평가가 많아졌다.

미국과 다른 유럽, 시장의 압박 각오해야 할 가능성

파월은 최근 금리인하 기대감이 축소되자 다시 시장의 기대감을 풀어주는 반면, 라가르드는 시장의 욕심을 시정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의 다른 경기 상황, 그간의 인하 기대 프라이싱 정도 등을 감안할 때 금리시장의 ECB에 대한 공세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ECB의 6월 기준금리 인하 시작 전망은 유효해 보인다. 금리 인하 프라이싱이 충분히 되돌려졌으며, 이제 금리 하락 베팅이 유리해진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선물금리 기준 6월 인하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앞당겨질 가능성보다 후퇴 가능성을 더 반영하고 있었던 만큼 시장의 공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숫자로 확인되는 성장률,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작년 12월 대비 하향 조정됐다"면서 "1분기 임금 지표 확인 이후 인하 논의가 본격화되며 독일 국채 중심으로 금리 하방 압력이 강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라가르드의 물가 둔화를 확실히 확인하고 움직이겠다는 입장은 채권시장의 매수 공세를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견해도 보인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CB의 물가 둔화 확인사살을 위해 지연된 통화완화는 경기 하방 압력 확대, 정책 실패 베팅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ECB가 지표를 더 확인해야 한다며 4월 금리 인하 기대감을 낮추려 노력했지만 올해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폭은 이미 과거 대형 위기에 준하는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통화정책 운영에는 펀더멘털과 정책 당국자 의지 두 요소가 작용하지만, ECB 정책가들이 무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2021년 코로나19를 근거로 통화긴축이 지연되며 물가 상승 압력이 강화된 것과 반대로 물가 완화의 확인사살을 위해 통화완화 전환이 늦어지면 경기 하방 압력은 더욱 강해진다"면서 "3월 전까지 발표되는 주요 물가 및 실물 지표 둔화를 확인하면서 독일 채권시장은 정책 실패에 대한 베팅을 늘려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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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ECB의 정책결정 내용, 출처: E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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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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