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2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월러의 결자해지

  • 입력 2024-01-17 10:5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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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연준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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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월러 연준 이사가 금리 인하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국내외 금리가 올랐다.

금리 인하 강도를 두고 통화당국과 시장의 괴리가 여전한 가운데 미국채 시장도 월러의 발언엔 꽤 적극적으로 반응했다.

최근 연준 관계자들이 금리 인하 기대감이 과도하다는 메시지를 줬지만 시장의 반응은 제한되는 모습을 보였다.

CME의 페드와치 툴이 여전히 올해 6회의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전망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통화당국과 시장의 의견조율 과정에서 변동성을 계속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 월러의 결자해지

지난해 대부분의 기간 동안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연준 내 매파로 각인돼 있었다.

하지만 2023년 후반부로 가면서 월러는 금리 인하 기대감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면서 달라진 면모를 과시했다.

작년 11월 28일 월러 이사는 "추가적인 금리인상이 필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현재 통화정책 기조가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데 적절하다"면서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을 자극했다.

월러는 당시 "앞으로 3~5개월에 걸쳐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둔화세를 보이면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는 시점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월러의 이런 발언과 인플레이션 둔화 기조 등을 감안해 3월 정도면 인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키웠다.

연준의 통화정책이 경기 둔화, 인플레 제어 등을 통해 물가를 2%로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장이 치고 나가자 월러는 '신중한 인하'를 거론하면서 시장에 경계감을 선사했다.

지난해 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웠지만, 올해 들어선 결자해지에 나선 듯한 모습이다.

월러는 16일 브루킹스연구소 주최 행사에서 올해 금리 인하가 이뤄질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금리 인하에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금리 인하를 시작할 때가 되면 꼼꼼하면서도 신중하게 금리를 낮춰야 한다. 이전의 많은 주기에서 FOMC는 반응적으로 금리를 인하했다"면서 "다만 이번 주기에선 과거처럼 빠르게, 그리고 자주 금리를 인하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구체적인 인하 시기와 횟수 등은 앞으로 발표될 경제지표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했다. 지금은 경제활동과 노동시장이 양호한 가운데 인플레가 목표인 2%를 향해 점진적으로 내려오는 중이기에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했다.

월러는 "연준이 2% 인플레이션 목표 달성에 근접해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승리를 선언하기에 앞서 더 많은 정보가 필요하다"며 "특히 주목할 경제지표 중 하나는 노동부가 내놓는 CPI"라고 했다.

아울러 자신은 연준 점도표의 중앙값인 올해 3차례 금리 인하에 무게를 둔다고 했다.

여전히 금리선물 시장이 연준 전망치의 두 배에 해당하는 인하폭을 요구하고 있어 이견을 조율하는 과정은 필요해 보인다.

■ 하단 확인하고 올라온 美 금리

월러의 발언은 금리를 띄웠다.

간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2.29bp 오른 4.0647%, 국채2년물은 8.81bp 상승한 4.2198%를 기록했다.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작년 12월 12일(4.2015%)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점프했다.

금리선물 시장에 반영된 3월 금리인하 확률은 전 거래일 80% 수준에서 60%대 중후반으로 하락했다.

최근 3%대에서 추가 하락룸을 테스트하던 미국 10년물 금리도 움찔했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작년 12월 14일 3.9198%로 급락하면서 3%대에 진입한 바 있다. 이후 연말시즌인 27일엔 3.7953%까지 하락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선 11~12월 랠리가 과했다는 인식, 연준 관계자들의 경고 등으로 금리가 올랐다.

올해 들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4% 전후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시장의 인하 기대감이 과하다는 평가도 많은 편이다.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는 "연준이 시장 기대처럼 6회 인하에 나서기 위해선 심각한 경기침체가 발생해야 한다"면서 "경기 연착륙 가능성이 있는 현재 상황에선 2~3회 금리 인하가 예상된다"고 했다.

■ 하단 확인하고 올라온 韓 금리

최근 국내 국고채 금리는 일단 3% 근접에 따른 부담을 확인한 상태다.

작년 12월 28일 국고3년 이상 구간 금리가 모두 3.1%대 이하로 내려가기도 했지만, 새해 들어 이 레벨에선 버티지 못했다. 최근 강세 무드가 이어질 때도 3.1%대에선 레벨 부담을 크게 느꼈다.

국고3년 금리는 15일 3.19%를 기록한 뒤 다시 올라왔다.

시장의 기대감에 동의하지 않는 미국 연준 관계자들의 스탠스, 이창용 한은 총재의 6개월 이상 동결할 수 있다는 입장 등을 감안하면 지금의 금리 수준이 더 높아져야 한다는 평가도 보인다.

조만간 연준의 조기(3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더 타격을 입으면 국내 금리 역시 수급 부담과 함께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늦어도 1월 FOMC에서 3월 금리인하 유무가 확인 가능하다. 최근 연준 인사들의 발언을 고려하면 연준의 금리인하 시점은 하반기에나 단행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금리인하 기대감이 후퇴하면서 변동성이 나타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국내에선 작년 10월 말까지 채권시장이 약세를 보이면서 다수의 발행사들은 올 초로 발행시기를 미뤄놓은 상황"이라며 "더욱이 2월 만기가 도래하는 크레딧도 25조원 가량 되는 가운데 차환 물량도 겹치면서 수급상 부담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최근 금리가 오를 때도 국고3년 기준으로 3.3%에 근접하면 대기매수가 들어왔던 만큼 이 패턴은 일단 유지되는 듯한 모습이다.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금리가 좀 올라오자 역시 대기매수로 더 밀리지는 않는다. 여전히 국고3년 기준 3.2~3.3% 좁은 박스가 중심"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시장이 통화당국에 굴북해 금리 인하 강도에 대한 기대감이 축소되면 대기매수 레벨이 자연스럽게 올라갈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현재는 3년이 3.3% 근처로 오면 대기매수로 잘 안 밀리지만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과했다는 쪽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되면 얼마든지 상황은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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