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2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3.75% 열어둔 금통위원 없어졌으나 6개월 이상 동결 생각하는 한은 총재

  • 입력 2024-01-11 14:1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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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024년 1월 금통위 회의 모습

사진: 2024년 1월 금통위 회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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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현재 수준 고금리 장기화'에 방점을 찍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을 배제했으나, 이창용 총재는 사견임을 전제로 최소 올해 상반기엔 금리인하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금통위원들은 일단 당분간(3개월) 기준금리를 현수준(3.50%)에서 유지한다는 데 동감을 표했다.

■ 통방 문구상의 중대한 변화

한국은행은 11일 새해 첫 금리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서울 여의도 채권투자자 대부분은 '만장일치 금리동결'을 예상했으며, 실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에서 통화정책방향 문구에서 중대한 변화가 목격됐다.

금통위는 '추가 인상 필요성 판단' 문구를 삭제했다.

금통위는 통방의 통화정책 점검 항목에서 "인플레 둔화흐름, 금융안정과 성장측면 리스크, 가계부채 증가추이, 주요국 통화정책 운용, 지정학적 리스크 등을 면밀히 점검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11월에 있었던 '추가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는 표현을 지워버렸다.

이는 장중 통화정책 완화 기대감으로 작용했다. 10년 국채선물이 장중 114.28, 3년 선물이 105.14로 뛰면서 총재의 기자회견 발언이 누그러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총재의 발언 이후 10년 선물이 114 아래로 내려오는 등 기대감은 무산됐다.

■ 통방 문구 변화, 전향적 통화완화와는 거리 멀었다

이창용 총재는 "금통위원 5명 중 최종금리에 대해 5명이 모두 3.5% 유지했다"고 전했다.

11월 말에 열렸던 금통위에선 6명 중 4명이 3.75%까지 열어두자고 했고 2명이 3.5%를 유지하자고 했다. 정책금리 상단 포텐셜이 낮아진 것이다.

11월 회의 이후 박춘섭 위원이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 간 뒤 금통위원 한 자리가 공석이 된 상황에서 이제 모두 3.75% 가능성을 닫았다.

하지만 총재의 발언이 매파적이었기 때문에 중대한 문구 변화는 채권 매수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현실적으로 기준금리를 3.75%까지 열어 두지 않은 것을 도비시하게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평가도 보였다.

A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채권시장에선 정책금리가 3.5%에서 더 올라갈 것으로 보는 사람이 사실 아무도 없었다"면서 "굳이 3.75%로 열어두면서 (더 올릴 수 있다고) 시장을 압박하더라도 시장도 무시할 게 뻔했다. 따라서 금통위원들도 현실적으로 3.5%에 맞춘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은 총재가 인하 논의에 대해 너무 이르다고 지적하면서 정책금리 상단 포텐셜 축소의 의미를 퇴색시켰다는 평가도 보였다.

B 채권 중개인은 "금통위원 모두가 기준금리를 3.5%에서 더 안 올린다고 했지만, 총재가 인하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하면서 기대감은 물거품이 됐다"고 평가했다.

■ 상반기 금리인하 물건너 가나...총재, 6개월 이상 금리 동결할 수 있다는 점 시사

이날 이창용 총재는 금리동결 지속 기간과 관련해 소위 '한국판 포워드 가이던스 규칙'을 설명한 뒤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 총재는 먼저 "총재가 금통위원을 대변할 때에는 위원들과 견해가 일치해야 하는데 3개월에 관해선 의견을 말하기로 했다. 3개월 이상 허라이즌에 대해선 금통위원 의견을 말하기는 어렵다"고 말한 뒤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총재는 "몇 개월로 못박지 말고 3개월은 어쨌든 그럴 의도(인하)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후는 여러가지 변수, 즉 연준이나 경기, 물가상승률 변화 등을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론 적어도 6개월 이상은 금리를 인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총재가 지적한 중대한 이유 중 하나는 가계부채, 그리고 가계부채의 이면인 부동산 때문이었다.

■ 한은 총재 "금리 성급히 내렸다간 부동산만 부추길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국의 집값이 소득 대비 높다고 보고 있다. 총재는 이런 입장은 이미 어려차례 밝힌 바 있다.

아울러 한은과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툴을 통해 부동산 관련 레버리지를 조정할 수 있다.

총재는 상식적인 얘기지만 대출 규모의 절대량보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총재는 "가계대출을 중장기적으로 GDP 대비로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 급격히 줄이려고 하면 금융안정에도 문제가 있어서 중장기로 낮추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연말까지 내려가는 추세가 보이고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하고 있기 때문에 가계부채가 크게 늘지 않을 것으로 기대는 하는데, 계속 주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어떻게 될 것인지 예측하는 것도 가계대출 늘어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면서 "그래서 고금리 기조를 장기화함으로써 부동산 가격 기대심리를 낮추는 것이 가계부채를 늘어나지 않게하는데 정책금융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자칫 금리를 빨리 내렸다가 집값만 다시 올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신 지금은 금리 추가인상 가능성 적어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더라도 천천히 떨어질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미국 등과 비교할 때 소득대비 집값이 높기 때문에 가계부채 비율이 높다고 했다. 그러면서 GDP 대비 가계부채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총재는 "내 임기가 지나서도 가계부채 비율이 90% 미만으로 갔으면 한다. 부동산 가격이 하향 안정돼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현 정부가 가계부채 비중을 낮추면 이는 상당한 정책적 성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총재는 "가계부채 비중을 낮추면 현 정부는 칭찬받아야 한다. GDP 대비로 가계부채 비중이 줄어든 적이 없기 때문"이라고 했다.

태영건설 문제가 시스템 리스크로 발전할 가능성도 낮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동산PF가 질서있게 조정되면 한은이 나설 필요 없다고 했다.

총재는 "PF 문제가 시장불안으로 이어질 경우 한은은 시장안전판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못박았다.

■ 총재 말대로 6개월 내 인하 어렵다면...

총재는 금리 인하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란 사견을 밝히면서 '금리인하 논의 가체가 시기상조'라는 점을 강조했다.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돌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시장이 견뎌야 하는 역캐리 시간은 꽤 길어지고 있다.

아울러 총재 발언을 감안해 하반기 어느 시점엔가 인하를 한다면 올해 금리인하 횟수가 1,2번에 그칠 수 있다는 의견도 보인다.

C 증권사의 한 딜러는 "총재 발언 등을 감안할 때 올해 금리 인하가 하반기 1번 정도에 그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예상했다.

그는 "미국 물가 둔화가 도와주지 않으면 국내 시장금리는 현재 수준에서 계속 유지되기도 어려운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금리인상 가능성이 '공식적으로' 없어졌다는 점과 금리인하 사이클이 가동되기 전이라는 점을 거론하면서 대기매수는 유효하다는 진단도 보인다.

D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오늘도 총재 발언은 매파적이었지만 미국, 유럽 등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면 한국 역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 "시간이 흐를수록 한은이 결국 보따리를 풀게 될 것이며, 시장의 인하 기대감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매니저는 곧 확인하게 될 미국 CPI 등 해외지표와 연준의 스탠스가 중요하다고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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