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9 (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금감원장이 제시한 3가지 PF 구조조정 가이드라인

  • 입력 2024-01-09 11:1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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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 이복현 금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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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9일 부동산 PF의 조속한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태영건설 워크아웃 신청을 계기로 시장 불안이 확대되는 것을 막고 PF사업장을 종합적으로 점검해 사업성 없는 PF 사업장은 신속히 정리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KB‧신한‧농협‧우리‧하나‧한국투자‧메리츠금융지주 회장, 산업은행 회장, 기업은행장 등을 불러 모은 뒤 '속도를 내 달라'고 당부했다.

■ 금감원장의 PF 가이드라인, '속도' 강조...불안 확산 막되 신속히 부실 사업장 정리

이 원장은 태영건설 사태가 시장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만큼 부동산 PF사업장을 전체적으로 종합 점검해 사업성 없는 PF사업장이 보다 신속히 정리될 수 있도록 속도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동산 PF 문제는 작년부터 채권 금융회사들의 적극적인 협조에 힘입어 대주단 협약을 가동하는 등 연착륙 유도가 이뤄지고 있어 시스템 리스크 발생 등의 문제가 없다는 견해가 많다"면서도 "그 정리 속도가 너무 느리다는 비판도 없지 않다"고 밝혔다.

PF사업장 토지 등에 대한 공매를 추진하다가 수차례 유찰되는 경우 손실인식을 하지 않기 위해 다시 만기연장을 추진하는 사례 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PF 대주단은 보다 면밀한 사업장 평가 등을 통해 신속하게 사업장 구조조정 및 재구조화가 이뤄질 수 있도록 속도를 내 달라고 했다.

앞으로 구조조정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복잡해 채권단의 노력만으로 어려울 경우 감독당국도 필요한 조치와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 금감원장의 PF 가이드라인, 구조조정의 '원칙' 강조...자기책임 원칙 엄격히 적용

이 원장은 "부실기업 구조조정에 있어서는 자기책임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워크아웃은 채무자와 채권단이 중심이 돼 상호 신뢰와 양보를 바탕으로 합의해 나가는 것이 원칙이라고 했다.

채권단은 워크아웃 신청 기업에 대한 금융채권을 유예해 유동성 여유를 주고, 채무자는 상거래채무와 같은 비금융채무 상환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부담하는 것이 기본 구조라고 했다.

이 원장은 따라서 "자력이 있는 대주주가 워크아웃 중 필요한 자금을 최대한 지원한다는 상호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채무자와 대주주는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제시함으로써 워크아웃 추진과정에서 필요한 역할을 다하겠다는 신뢰를 얻을 필요가 있다"면서 "이런 요청을 주주 유한책임 원칙이나 시장원칙에 반한다고 보기는 곤란하다"고 했다.

채무자 뿐만 아니라 채권단도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채권단도 채무자 측의 회사를 살리려는 의지가 확인될 경우 기업개선을 위해 불가피하다면 채무자의 직접 채무 뿐만 아니라, 직간접 채무 또는 이해관계자에 대한 지원 등도 폭넓게 고려하는 것이 워크아웃의 본래 취지"라고 했다.

그룹 내 일부 계열사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모회사를 포함한 그룹 전체의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피할 수 있도록, 워크아웃 신청기업 뿐만 아니라 모기업 등 연관회사의 유동성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감독당국은 워크아웃 추진을 뒷받침하면서 복잡한 이해관계가 원활히 조정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율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이 원장은 특히 "워크아웃의 기본 취지에 따른 채권단의 의사결정에 대해서는 감독당국도 비조치의견서 발급 등을 통해 해당 담당자에 대해 사후책임을 묻지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 금감원장의 PF 가이드라인, '선제'적 구조조정 강조

감독당국은 적극적이고 선제적인 구조조정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구조조정을 지연하다가는 시장 불안을 키울 수 있는 만큼 옥석을 가려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원장은 "향후 취약기업의 구조조정이 지연돼 시장 불안요인으로 작용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채권금융회사가 보다 엄중한 상황 인식을 바탕으로 적극적이고 선제적으로 구조조정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저금리 시대 도래 등을 예상해 구조조정에 미적거릴 경우 감독당국이 가만 두지 않겠다는 엄포도 놓았다.

이 원장은 "만에 하나라도 향후 1~2년 내에 다시 저금리 환경에 기반한 부동산 호황이 올 수 있다는 막연한 기대를 근거로 예상되는 손실인식을 지연하고 구조조정을 미루기만 하는 금융회사가 있다면, 감독당국에서는 좌시하지 않고 엄중 대응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따라서 각 업권별로 충당금 적립 수준과 향후 예상손실 규모 등을 감안해 충분한 수준의 손실흡수능력이 유지될 수 있도록 경각심을 갖고 신속하게 충당금을 적립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금융권의 '상생 차원의 배려'도 부탁했다.

이 원장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구조조정 기업의 협력업체라는 이유만으로 여신거래 상의 불이익을 입지 않도록 지원하는 한편, 최근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영세 중소건설사에 대해서도 유동성 애로가 악화되지 않도록 상생금융 차원에서 적극적인 배려를 부탁드린다"고 했다.

경제수장도 강조한 구조조정 '원칙'..."태영 워크아웃은 PF 연착륙 과정으로 봐야"

전날 국회 기재위에서 최상목 경제부총리도 원칙과 책임성을 강조했다.

우선 부총리는 태영건설 사태와 관련해 공적자금을 투입할 의향은 전혀 없다고 했다.

최 부총리는 "태영의 워크아웃이 잘 진행된다고 제가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 "채권단과 태영이 처음보다는 접근했고 더 접근시키도록 하겠다"고 했다.

워크아웃 과정에서 태영이 최근 처음보다 더 성의를 보였지만 부족하다는 게 채권단의 시각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태영이 하는 PF 사업장을 모두 들여다보고 준비를 하고 있다"고 했다.

위크아웃 무산 가능성까지 포함해 만일의 상황에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태영의 워크아웃 신청을 PF 부실의 신호탄으로 해석하는 데 반대했다. 정부의 PF 연착륙 노력 결과물로 태영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것이라고 했다.

최 부총리는 "부동산 PF는 2017년 대비 2배 이상 많아졌고 금리가 올라 문제가 됐다"면서 "한번에 경착륙시키면 문제 생기니 그간 연착륙을 위해 노력했으며, 그 결과가 태영의 워크아웃"이라고 설명했다.

즉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은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온 '질서있게 PF를 연착륙시키는 과정'이라는 것이다.

태영 사태를 과장해서 해석하는 것도 경계했다. 태영건설 사태는 '회사 자체의 경영 실패'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부총리는 "태영건설은 부채비율이 높고 PF 보증을 선 게 많았다"면서 "PF에 의존한 부채의존적 경영이 잘못"이라고 했다.

부총리는 "태영건설 사태가 다른 건설사로 확산될 가능성 유념은 하고 있지만 그럴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태영은 다른 건설사보다 예외적으로 훨씬 나빴다. 나머지 건설사는 태영과 꽤 다르다"고 했다.

앞으로 PF 관련 구조조정이 많을 것이라고 했다.

경제수장은 PF 구조조정과 관련해 원칙과 질서, 책임성를 바탕으로 일을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부총리는 "앞으로 태영 이후 기업 구조조정 많이 있을 것이지만 질서 있게, 원칙을 지키면서 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책임성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 한국식 PF, 구조적 문제 있어

이런 가운데 한국 특유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은 본래의 취지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는 질타도 제기됐다.

기재차관을 지낸 류성걸 국민의힘 의원은 기재위에서 "국내 PF는 본래 의미의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류 의원은 "시공사의 신용을 갖고 사업을 시행하는 완전히 잘못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국내 PF는 영세한 시행사가 브릿지론 통해 시작하고 소위 시공사를 '물어서' 한다"면서 "취약한 자본을 가진 시행사의 문제가 시공사, 금융사로 전이될 수 있어 근본적인 검토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최상목 부총리도 이런 지적에 대해 '맞는 말씀'이라고 동의했다.

다만 경제수장은 당장은 태영건설 사태로 인해 시장이나 한국경제가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부총리는 "태영에 대해선 어떤 가능성도 열어두지만 금융시장 안정과 수분양자·협력업체·대한민국 경제 모두 피해가 없도록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 야당 "금융당국 PF 문제 소극적으로 대처하다 일 키워...태영 사태는 정책 실패의 예"

야당은 금융당국이 PF 처리와 관련해 문제 해결을 미루다가 일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가 터진 뒤 유동성 공급 등을 통해 대응했으나 부실사업장 구조조정과 같은 근본적인 해결책을 등한시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야당 의원들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자체를 '정책 실패'의 사례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해 가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시간이 많이 지났음에도 PF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다는 것이다.

양경숙 민주당 의원은 "2022년 레고랜드 사태 직후 롯데건설이 자금난에 빠졌을 당시부터 태영건설 부도설이 파다했다"면서 "김진태발 레고랜드 사태와 채권시장 위기의 원인 분석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 태영건설발 부동산 PF 위기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양기대 의원은 "부동산 PF 문제는 유동성 문제가 아닌 신용의 문제"라며 "정부는 부동산 PF 문제에 대해 폭탄돌리기식 조치로 일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특히 4월 10일 총선전까지 PF 문제를 봉합한 뒤 이후 일이 터지도록 할 것이라는 의심도 제기했다.

야당 기재위 의원들은 "총선까지 3개월만 연장시켜주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든다"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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