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9 (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과 한국 통화당국의 착륙 비행

  • 입력 2024-01-04 14:5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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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리치먼드 연방은행

출처: 리치먼드 연방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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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채10년물 금리가 4일만에 하락해 국내 금리 시장에도 훈풍을 불어넣었다.

국내 이자율 시장에서도 해가 바뀐 뒤 금리가 상당폭 올랐으나 이날 시장은 미국 금리 하락과 최근 채권 금리가 오른 데 따른 대기 매수 등으로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

다만 올해 연준이 기준금리를 6번 정도를 내릴 수 있다고 보는 시장과 '불확실성'를 강조하는 연준의 힘겨루기는 계속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 착륙 준비하는 연준의 불확실성..바킨, "인상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았다"

현재까지 금융시장과 중앙은행들이 각자의 견해를 고집하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나올 경기, 물가 지표가 누가 승자인지 알려줄 것으로 보인다.

연준도 올해 3번 정도 금리를 내릴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의 기대와는 상당한 격차가 존재한다. 아울러 통화정책 불확실성도 상당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불확실성이 어떤 쪽으로 방향을 잡을지에 따라 올해 금리 인하 강도는 강할 수도, 약할 수도 있다.

항공기 파일럿같은 역할을 맡은 연준은 착륙을 준비 중이다. 연준은 경기의 미끈한 연착륙을 기대하면서 올해 중 금리를 내려줄 준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연준에선 착륙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나와 주목을 끌었다.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는 연준의 직무를 비행기를 착륙시키려는 조종사에 비유하면서 향후 여러가지 리스크가 있다고 했다.

바킨은 3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연설에서 "경제는 연료가 고갈돼 성장이 역전 될 수 있다. 지정학적 이벤트나 지난해 3월 은행권 충격과 같은 예기치 않은 난기류를 만날 수도 있다"며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인 2% 이상 수준에서 유지되는 잘못된 공항에 접근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수요가 예상치 않게 높아져 인플레이션을 높이는 지연된 착륙이 발생할 수도 있다"면서 "공항이 지평선에 있지만 비행기를 착륙시키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전망이 흐릿한 날에는 역풍과 순풍이 항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장기금리가 하락하면서 주택과 같이 이자율에 민감한 부문에서의 수요를 자극할 수 있다"며 "강한 수요는 목표치를 웃도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해결책이 아니다.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았다"고 주장했다.

3일 발표된 FOMC 의사록은 금리가 정점에 도달했을 가능성이 있고 2024년에는 금리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면서도 불확실성을 거론했다.

몇몇 위원들은 인플레이션이 협조하지 않으면 기준금리를 높은 수준에서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또 상황 변동에 따른 추가 인상 가능성도 있다고 언급했다.

따라서 연준 위원들은 데이터에 의존하는 접근 방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일단은 인플레이션이 목표 수준까지 지속해서 하락할 때까지 당분간 제약적인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 착륙 준비하는 한은의 불확실성...이창용 "'라스트 마일'은 지금보다 힘들 수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물가목표 달성과 관련해 '라스트 마일'이라는 표현을 썼다.

물가를 목표(2%)까지 낮추기 위한 마지막 '힘든' 구간이 남아 있다는 것이다.

총재는 최근 여러차례에 걸쳐 금리인하를 위한 전제조건으로 '물가의 목표 수렴에 대한 확신'을 거론했다.

한은은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에 물가가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따라서 올해 중에 물가의 목표도달에 대한 자신감이 강화되면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

라스트 마일은 42.195km를 달려야 하는 마라톤에서 대략 35km 지점부터 시작된다. 이 용어는 '임무 달성' 시점까지의 힘들면서도, 중요한 레이스 막판 지점을 의미한다.

다만 한은도 연준처럼 라스트 마일 상황이 쉽지 않을 수 있다고 본다.

지난해 말 이창용 총재는 "라스트 마일은 지금보다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연준과 유럽 중앙은행이 최근의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을 반영해서 물가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도 여전히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은 점도 이러한 어려움을 반영한 것"이라고 했다.

그런 뒤 전날엔 금융 종사자들을 만나 인플레와의 마지막 구간 싸움에서 이기겠다는 선언했다.

전날 금융인 인사회에서 이 총재는 "우리는 다르다는 생각보다는 국제적으로 검증된 방식에 근거해 한국은행은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정교한 정책조합을 통해 라스트 마일에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잘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 연준과 한은의 착륙 비행..그리고 금리 인하 시점의 불확실성

미국과 한국 통화당국은 경기와 물가를 연착륙시키는 금리 인상 사이클의 막바지 과정을 진행 중이다.

투자자들은 사실상 추가 인상은 없다고 본다.

다만 막바지 착륙 과정이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착륙 타이밍을 잡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수도 있어 한국과 미국 중앙은행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바킨 총재와 FOMC 의사록 모두 착륙 과정의 불확실성을 거론했다"면서 "오늘 금리가 빠졌으나 최근 다소 빠르게 올랐던 데 따른 기술적인 움직임"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중앙은행은 조심스러워하고 시장은 인하 베팅을 하고 있다. 하지만 연준 스탠스를 감안하면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지나친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착륙 과정에서 역풍이 만나 불시착하게 되면 금리를 예상보다 더 빨리 내릴 수 있을 것이란 관점도 있다. 한국 시장에선 최근 태영건설 사태로 인한 불확실성이 종종 거론되기도 한다.

다른 딜러는 "미국이 먼저 금리를 내리고 한국은 시점 차이를 두면서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며 "다만 한국경제가 불시착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당국이 태영건설 사태가 금융시장으로 전염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지만 불확실성도 남아있다"며 "만약 PF 위기 등으로 내수가 더 망가지면 금리 인하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과 한국 통화당국의 착륙 비행이미지 확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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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3일 톰 바킨 미국 리치먼드 연방은행 총재 연설내용

자료: 3일 톰 바킨 미국 리치먼드 연방은행 총재 연설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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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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