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9 (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24년 연초부터 시장 변동성 원인된 '시장과 중앙은행의 금리인하 기대 간극'

  • 입력 2024-01-03 15:22
  • 장태민 기자
댓글
0
자료: 랠리를 이어가다 3일 큰폭으로 밀린 코스피,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랠리를 이어가다 3일 큰폭으로 밀린 코스피, 출처: 코스콤 CHECK

이미지 확대보기
[뉴스콤 장태민 기자] 2024년 연초부터 중앙은행과 금융시장간 금리인하 간극 좁히기가 관건이라는 진단들이 나오고 있다.

지난 11월~12월 급하게 빠졌던 금리가 새해 첫 거래일부터 대폭 오른 뒤 이날은 주가가 급락했다.

지난해 말 채권, 주식 가릴 것 없이 가격 변수가 크게 뛴 뒤 해가 바뀐 뒤엔 '너무 달린 것 아닌가'하는 고민이 깊어진 모습이다.

금리시장, 중앙은행이 기존 스탠스 바꾸지 않으면 부담

최근 금융시장에선 연준의 금리 인하 가능성을 5~7번 가량 반영한 것은 과도한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았다.

이에 따라 연초엔 지난해 후반부 뛰었던 가격 변수의 조정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진단들도 많다.

반면 어차피 금리 인하 사이클 돌입을 앞두고 있어서 밀리면 담아야 한다는 조언들도 보인다.

다만 올해 연준의 3번 인하 스탠스가 바뀌지 않고 유지된다면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는 이어지고 있다.

미국채 시장 금리가 연초 속등하자 유럽 금리도 올랐다.

국내 금리는 전날 예상을 크게 웃도는 급등세를 보인 탓에 이날은 상승폭이 제한되고 있다. 국고채 금리는 새 해 첫 거래일에 9~15bp나 급등한 바 있다.

간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5.51bp 상승한 3.9341%, 2년물은 7.85bp 속등한 4.3286%를 기록했다.

유로존과 영국 금리 모두 뛰었다. 독일10년물 금리는 6.01bp 상승한 2.0641%, 2년물 수익률은 5.66bp 오른 2.4470%를 나타냈다. 영국10년물 금리는 10.93bp 뛴 3.8468%, 2년물 수익률은 8.84bp 상승한 4.0521%에 자리했다.

금리시장 관계자들 사이에선 시장과 중앙은행 중 누가 굴복할지가 관건이라는 말들이 나온다.

미국 경기가 침체로 빠지기 보다는 소프트 랜딩으로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연준이 시장의 바램을 들어주기 어렵다는 진단도 보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이 3월부터 금리 인하를 시작해 올해 총 6차례의 인하를 생각하고 있는 이자율 시장은 분명 과도하다"면서 "연준 위원들도 12월 FOMC 이후 파월의 발언을 진화하는 발언을 이어가고 있다. 과거 파월이 말을 바꿨던 사례를 고려하면 파월은 언제든지 본인의 말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특히 "과거 미 연준의 금리인하 사례를 참고하면 경기 침체 없이 12개월 동안 6차례 이상의 인하를 한 사례는 없다"면서 "시장도 경기 침체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에 반영된 금리인하 기대감이 현실화되기는 어렵다"고 풀이했다.

1월 FOMC에서 3월 인하 기대감을 합리화시키 않을 가능성을 감안해 투자자들이 차익실현 기회를 찾으려 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인플레와 경제지표 둔화 등을 감안해 연준이 시장 쪽으로 붙을 가능성을 엿보기도 한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연초 인하 기대감이 축소되면서 금리가 뛰었다. 하지만 시장의 강화된 인하 기대감엔 파월의 태도 변화가 큰 영향을 미쳤고 연준도 내심 인플레 둔화를 자신하는 상황으로 본다"며 "시장의 군기를 잡기보다는 시장과 타협을 보려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어느 쪽이 움직이든 시장과 중앙은행들간의 간극이 커 가격변수의 변동성은 이어질 수 있다.

일단 해가 바뀐 뒤 인식 차이가 금리 상승을 이끌고 있다.

주식시장, 24년에도 금리 눈치 보는 상황 지속

간밤 뉴욕 주가지수는 금리 속등 영향에 기술주 위주로 하락했다.

금리에 예민한 나스닥은 245.41포인트(1.63%) 내린 14,765.94를 나타냈다.

특히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3.7% 속락하는 등 차익실현 여파 등이 작용하면서 국내 주가지수도 하락하는 중이다.

이날은 삼성전자가 장중 3% 넘게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외국인은 최근까지 삼성전자를 필두로 지속적으로 한국 주식을 담았으나 이날 차익 매물을 내놓자 주식 낙폭이 커졌다.

새해 들어 미국 금리 상승이 뉴욕 주식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했으며, 이는 작년 11~12월 랠리에 동참했던 국내 주가지수에도 부담이 되고 있다.

노동길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주식시장이 국채 금리 반등에 하락했다. 특히 연말 산타랠리를 이어갔던 M7 종목이 차익실현 여파로 하락했다"면서 "국내에서도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를 포함해 대형주가 하락하면서 지수 하방을 키웠다"고 밝혔다.

새해 미중 갈등이 지속되는 것도 기술주에 부담이다. 중국을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미국의 판 짜기 전략은 올해에도 금융시장에 상당한 변동성을 줄 수 있다.

세계 최대 반도체 광학장비 업체인 ASML은 전날 네덜란드 정부로부터 중국 장비 수출 일부를 통제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보도됐다.

금리 재반등, 그리고 미중 갈등 지속에 대한 우려가 주식시장에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튼 올해 주식시장에서도 중앙은행과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어느 쪽으로 맞춰질지가 관건이라는 진단은 많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Fed보다 앞서가던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가 좁혀지기 시작한 게 주가 조정의 빌미"라며 "미국 주식시장에 단기 조정 국면의 시작이 될 가능성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기술주 중심의 하락 트리거는 금리였다. 미국 금리는 연내 7회 인하 가능성까지 반영한 수준"이라며 "12월 FOMC 연준 점도표인 연내 3회 인하에 비해 앞선 기대를 반영한 것"이라고 밝혔다.

금리 재반등 우려 속에 각종 기술적 지표가 과열을 나타내고 있어 연초엔 한 템포 쉬어가는 게 낫다고 했다.

CNN의 미국 주식시장 Fear&Greed 지수는 Extreme Greed 구간에 위치하고 있으며 RSI 지표, AAII 심리지수, CTA, VIX 등 지표는 모두 과열 혹은 과매수를 나타내는 중이다.

다만 금리 시장처럼 금리인하 사이클 개시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주식시장에서도 밀릴 때 담아야 한다는 진단도 제기된다. 특히 미국 달러 강세가 끝물로 접어든다고 보면 한국 시장이 특히 나을 수 있다는 견해도 보인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올해는 피벗의 해이고 한국도 금리인하 시기를 타진할 수 밖에 없다"면서 "지수 3천시대가 다시 열릴 것으로 보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앙은행이 고집을 꺾을지, 시장이 고집을 꺾을지에 따라 주가 변동성 역시 커질 수 있는 상황이다.

■ 정부·여당, PF 문제 금융시장 전염 방지에 진력...한은도 '힘 보태겠다'

국내에선 작년말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한 뒤 금융당국자들은 PF 문제가 혹시라도 확대되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최근 정부 경제수장들은 하나같이 PF 해결을 다짐하고 있다. 특히 금융시장 등으로 문제가 번지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올해 기준금리 방향이 바뀔 수 있지만 고금리가 한동안 이어지면서 다시 문제를 키울 수 있어 한은도 금융불안 가능성 차단에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범금융인 인사회에서 "지난해에는 대부분의 중앙은행이 고물가에 대응해 한 방향으로 금리를 인상하는 상황이었지만 올해는 국가별로 정책이 차별화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우리도 국내 여건에 더 큰 비중을 둘 여지가 커지면서 물가와 경기, 금융안정 상황에 따라 금리 향방에 대한 여러 계층의 다양한 의견이 표출되고 있다. 우리는 다르다는 생각보다는 국제적으로 검증된 방식에 근거해 한국은행은 균형을 유지하면서도 정교한 정책조합을 통해 라스트 마일(last mile)에서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을 잘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연말 태영건설 사태 이후 국내 금융 당국자들은 하나같이 PF 문제를 잘 해결해 금융시장 파급을 차단하겠다고 다짐하는 중이다.

이 총재도 "긴축기조가 지속되는 과정에서 촉발될 수 있는 금융불안 가능성에도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일부 위험신호가 감지되고 있는 부동산PF의 경우 질서있는 정리 과정에서 한은도 정부, 금융기관과 협력을 통해 금융안정을 달성하는 데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했다.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정치권, 특히 여당도 혹시나 PF가 말썽을 일으키지 않을까 긴장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아침 당정회의에서 "부동산 PF 불안이 확대되지 않도록 과감히 선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면서 "부동산 경기 부진이 계속되고 있어 가계부채와 부동산 PF에 대한 집중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의동 여당 정책위 의장도 "최근 부동산 PF 위기로 국민들이 많이 불안해 하고 있다"면서 정부가 이 문제를 잘 해결해달라고 당부했다.

한편 PF 우려와 관련해 금융시장 일각에선 기준금리 인하를 빠르게 할 요인으로 봤지만, 시장참가자 다수는 레고랜드 사태 처리에서 본 것처럼 정책금리 활용이 아니라 문제 있는 섹터에 대한 선별적 유동성 공급이 해결방식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