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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통화당국의 인하폭 기대조정 시도...IMF 총재는 '미국 흉내내지 마라'

  • 입력 2023-12-19 10:14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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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파월의 기자회견 장명, 출처: 연준

사진: 파월의 기자회견 장명, 출처: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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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연준이 지난주 시장 예상을 크게 밑도는 도비시한 FOMC 결과를 선보인 뒤 현재는 말 주워담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주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도 그간 통화긴축 과정에서 금리 정점에 거의 도달했고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준의 변화된 태도에 시장이 인하 기대감을 키우자 이젠 다시 조율에 나서고 있는 모양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가 15일 "연준은 현재 금리인하에 관해 논의하지 않고 있다. 현 시점에서 금리인하를 생각하는 것조차 시기상조"라고 말한 뒤 연준맨들이 인하 기대감 차단에 합세하고 있다.

■ 연준맨들, 시장의 인하 강도 전망 조율 나서

오사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12월 FOMC 회의 이후 시장 반응이 혼란스럽다. 시장이 연준 메시지를 잘못 해석했을 수 있다"고 직격했다.

굴스비는 18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그것은 당신이 말하는 것도 아니고 파월 의장이 말하는 것도 아니다. 그들이 무엇을 들었고 무엇을 듣고 싶어 했는지가 중요하다"며 "개인적으로 약간 혼란스러웠다"고 말했다.

굴스비는 연준이 일련의 금리 인하를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있다는 생각을 반박하며 "연준은 미래에 대한 특정 정책에 대해서 추측성 토론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회의에서 투표를 한다"고 했다.

그는 시장과 연준간 전망 차이를 강조하며 "금리 인하 횟수에 대한 시장 전망이 SEP 전망치보다 더 많다"고 했다.

옵션시장 내 트레이더들은 2024년 말 연준 기준금리 범위로 3.75%~4.00%를 가장 유력하게 보고 있다. 이는 현재 기준금리보다 125bp 낮은 수준이며 연준이 점도표에서 전망한 것보다 두 배나 높은 수준이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금리인하 기대는 시기상조다. 시장이 앞서가고 있다"고 밝혔다.

메스터는 18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다음 단계는 (시장이 지금 어디에 있느냐에 달린 것이지만) 금리인하 시점이 아니다"라며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고 적시에 2%로 돌아갈 수 있도록 통화정책을 얼마나 오랫동안 제약적으로 유지해야 하는지가 다음 단계"라고 했다.

물론 연준이 내년에 금리인하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장이 너무 큰 기대를 하고 있어 연준맨들은 경종을 울리고 싶어했다.

메스터는 "성장세가 더욱 둔화하고 실업률이 소폭 상승하면서 인플레이션이 계속 완화될 것"이라며 "내년 25bp씩 3차례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고 했다.

12월 점도표에서 연준은 내년 3차례 금리인하를 전망했다. 하지만 시장은 최근 6번까지 인하가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하는 모습을 보였다.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는 18일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인플레이션이 하락세를 지속 시 내년 금리인하가 필요하다"면서 '3회'가 전망이라고 했다.

그는 "금리와 인플레이션에 대한 전망은 지난주 발표된 19명의 연준 정책위원들의 전망 중앙값과 비슷하다. 대다수가 내년 정책금리가 현재 5.25%~5.50%에서 75bp 인하되고 연말까지 인플레이션이 약 2.4%로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고 말했다.

■ 당국의 '전망 괴리' 문제삼기

연준은 각종 금리시장이 내년 금리인하를 5회, 6회씩 반영하자 과도하다는 입장을 전달하는 중이다.

CME 페드와치 툴은 내년 3·5·6·7·11·12월 6차례의 25bp 인하를 전망하는 등 연준이 원하는 인하폭과 괴리된 모습을 보였다.

이러다보니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인상 종료 뒤 고려해야 하는 국면은 즉각적 인하가 아니라 제약적 금리 유지 국면'이라는 입장을 표명했고 시카고 연은 총재는 시장이 '듣기 원하는 것만 듣는다'고 비판했다.

굴스비는 특히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 '완화'로의 전환을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시장의 해석에 문제를 제기했다.

금융당국에서 일했던 다른 인사들까지 나서 시장에 경고하기도 했다.

쉴라 베어 전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 총재도 "내년 금리인하에 대한 시장의 낙관론이 지나치다"고 우려했다.

■ 다른 나라들은...미국 따라 하지 마라?

지난주 FOMC가 끝난 뒤 IMF의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미국 경제 여건을 고려한다면 연준의 정책 전환 신호는 적절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이 미국처럼 스탠스를 바꿀 때는 아니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IMF 총재가 여타 중앙은행들은 연준의 통화정책 전환을 따르지 않도록 주의를 당부했던 것이다.

게오르기에바는 "연준이 내년 통화정책 전환 신호를 나타냈지만 여타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한 싸움을 늦추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FOMC 이후 ECB, BOE 회의에선 '시장의 인하 기대와는 별도로' 통화당국의 매파성이 유지됐다.

아울러 최근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 증폭이 유럽으로 번지는 것을 방지하려는 듯한 발언들도 보였다.

피터 카지미르 ECB 정책위원은 18일 "금리를 너무 일찍 내리는 것이 높은 금리를 너무 오래 유지하는 것보다 더 나쁠 것"이라고 인하 기대감을 경계했다.

최근 미국 뿐만 아니라 유로존, 영국, 한국 등에서도 인하 기대감에 기댄 시장금리의 하락이 이어진 바 있다.

이후 도비시한 FOMC 이후 연준맨들, 그리고 다른 나라 통화정책 관계자들이 나서서 질서를 잡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주 FOMC가 끝난 뒤 국내에선 이상형 한국은행 통화정책담당 부총재보가 "금통위에서는 금리 인하와 관련해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밝히기도 했다.

국내 통화당국 역시 '문제의' 12월 FOMC 이후 인하 기대감이 과도하게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내년 금리인하는 자연스러운 수순으로 보이지만 결국 인하폭이 문제되는 상황"이라며 "최근 연준 자신들이 금리 인하 기대감을 더 키워놓은 뒤 기대감이 지나치다고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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