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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인하 시점 논의 후...기대감 다스리기와 韓 금융당국·정치권의 안도감

  • 입력 2023-12-18 14:3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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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주 FOMC에서 확인한 연준의 도비시한 스탠스 이후 투자자들은 '연준에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한 논의를 시작했다'면서 기대감을 키웠다.

지난주 FOMC는 시장 예상보다 상당히 도비시한 모습을 보이면서 우선 인상 사이클 종료를 선언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3월부터 이어졌던 고강도 긴축 정책이 끝나고 드디어 인하 시점이 다가왔다는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연준 내부에선 아직도 시장이 금리 인하에 집착하길 원하지 않는 목소리들이 남아 있다.

국내 당국자나 기업, 그리고 금융시장 입장에선 역대 최대인 한-미 기준금리차 역전폭 200bp 시대에 미국의 변화를 반기는 모습들이 많았다.

다만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내년에 깔끔한 통화정책 완화가 이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만만치 않다.

■ 도비시한 FOMC 후...뉴욕 연은의 '기대감 덜어내기'

파월의 도비시한 발언 이후 연준의 공개시장조작 정책을 실행하는 뉴욕 연방은행의 수장은 매파적인 목소리를 냈다.

존 윌리엄스 뉴욕 연은 총재는 15일 CNBC 인터뷰에서 "연준은 현재 금리인하에 관해 논의하지 않고 있다. 현 시점에서 금리인하를 생각하는 것조차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윌리엄스는 "파월 의장이 말했듯이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추기 위해 통화정책을 충분히 제약적인 기조로 가져갈 수 있는가라는 우리 앞에 놓인 질문에 매우 집중하고 있다"면서 "연준은 데이터에 의존할 것이며 인플레이션 완화 추세가 전환되면 다시 정책을 긴축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지금까지의 정책 효과를 평가하면서도 미래의 정책 결정은 물가 데이터를 보면서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윌리엄스는 "인플레이션은 확실히 둔화되고 있다. 통화 정책이 의도한 대로 작동하고 있다"면서도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로 돌아오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지시간 13일 끝난 FOMC는 지난 1년 동안 인플레가 완화됐다는 점을 평가하면서 조금이라도(any) 추가 인상이 필요한지 파악하기 위해 상황을 면밀히 살피겠다고 했다.

현지 투자자들은 'any'라는 문구를 성명서에 삽입한 만큼 현실적으로 연준 내에서도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보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파월의 발언 후 연준 내 실력자인 뉴욕 연은 총재의 '금리인하를 생각하는 것조차 시기상조'라는 견제구 발언이 나오자 시장은 다소 주춤했다.

이 발언에 단중기 금리가 약간 오르고 장기금리는 하락하면서 커브가 플랫 압력을 받았으나 FOMC의 스탠스가 '서프라이즈'였던 탓에 그 영향은 제한됐다.

■ 도비시한 FOMC 후..국내 금융당국, 안도감 속에 리스크 관리 의지 피력

미국 연준의 변화는 국내 금융·경제 당국과 정치권에도 반가운 소식이다.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이 고금리로 신음하는 어려운 환경에서 연준의 통화긴축이 끝나고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것은 국내 당국 입장에서도 반길만한 일이다.

미국의 고금리 장기화에 따라 국내 금리도 높은 수준을 지속한다면 기업과 가계의 금리 부담, 부동산 PF 문제 등 어려운 여건이 쉽게 나아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재부 등 금융당국은 FOMC가 끝난 뒤 평가자료에서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언급하면서도 그간 통화긴축 과정에서 금리 정점에 거의 도달했고 이번 회의에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 논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면서 일정부분 안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금융당국은 또 "최근 자금이동 리스크도 상당부분 완화됐지만 정부와 한은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연말연시 시장 변동성이 커지지 않도록 취약부문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했다.

도비시한 FOMC 후...정치권 경제통들, 안도 속 한국경제 직면한 고차원 방정식 걱정

정치권에서도 내심 미국 연준의 변화를 반기는 모습이 나타났다.

특히 여당 입장에선 미국 고금리 장기화 시 경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에서 연준의 변화를 일정 부분 반가워했다.

기재부 차관을 지낸 류성걸 국민의힘 기재위 간사는 지난 15일 "연준의 금리 동결 발표도 굉장히 중요하지만 더욱더 주목받아야 할 것은 22년 3월 이후 계속해서 고강도 긴축을 하는 상황에서 처음으로 금리 인하 시점에 대해서 논의가 이뤄졌다라고 공개한 사실"이라고 밝혔다.

그는 "연준이 통화정책 대전환을 예고한 부분은 고금리 후유증을 앓고 있는 세계경제가 부담을 덜 수 있는 소식"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국내 입장에선 미국의 통화정책 전환 기대가 커진 데에 낙관만 할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한 때 국내 물가는 주요 선진국보다 상당히 낮아 여유가 있어 보였지만, 지금은 물가와 가계부채, 기업부채 등이 그리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했다.

류 의원은 "우리는 아직까지 여전히 물가 상승 압박이 계속되고 있고 가계와 기업 부채 규모가 이미 위험 수준에 도달해 있는 그런 상태이며 연체율이 지금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면서 "금리와 관련해선 한국은행이 최종적으로 결정을 하겠지만 매우 복잡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금리 정책 대전환 표명에 따라 혹시라도 국내시장이 너무 지나치게 금리 인하 기대감이 있을까 하는 그런 우려의 생각도 있다. 주식과 부동산 등 자산시장에서 투기적 거래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한은은 경기, 물가, 가계부채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서 일관되고 신중한 통화정책을 추진해 주고 정부는 경기와 가계 빚, 그리고 물가의 고차방정식을 풀어달라"면서 윤석열 정부 2기 경제팀의 역할을 강조했다.

■ 도비시한 FOMC 후...커지던 기업 신용 리스크에 '위안'

연준이나 한은이 금리를 더 올리고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기업들의 상황은 시간이 갈수록 어려워졌다.

채권은행들이 이날 공개한 '2023년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보면 고금리로 인한 고통이 커졌음을 알 수 있다.

채권은행은 2023년 정기 신용위험평가를 실시해 231개사를 부실징후 기업으로 선정했다. 이는 전년 대비 46개사나 증가한 것으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보다 늘어났다.

코로나가 한창이었던 20년~21년 기간엔 저금리 조치 등으로 부실징후기업 수가 크게 급감한 뒤 22~23년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22년에 이어 대내외 경기부진과 원가상승 등으로 기업의 수익성 악화가 지속된 데다 금리상승이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 들어선 고금리 영향이 본격화되면서 높아진 금융비용 부담에 따른 연체 발생 기업이 증가했다.

하지만 금융시스템에 영향을 줄 정도는 아니라는 평가다.

금융당국은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금융권 신용공여 규모는 2.7조원 수준(9월말)으로 국내은행의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금감원은 "경영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대해서는 워크아웃을 유도해 채권단 중심의 경영정상화 지원하고 정상화 가능성이 낮은 기업은 법적 구조조정 등을 유도해 부실을 신속히 정리함으로써 시장 불확실성을 해소할 것"이라며 "영업력은 있으나 금융비용 상승으로 일시적 유동성 애로를 겪는기업에 대해선 신속금융지원, 프리워크아웃 등을 통한 위기극복을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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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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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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