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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WTI 70불 하회와 공급 사이드 힘겨루기

  • 입력 2023-12-07 10:4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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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2021년 이후 WTI와 브렌트 선물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2021년 이후 WTI와 브렌트 선물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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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선물 가격이 4% 넘게 급락해 70달러를 하회했다.

예상을 하회한 미국 민간고용 등 글로벌 경기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 전망이 유가를 압박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WTI 선물은 전장 대비 2.94달러(4.07%) 급락한 배럴당 69.38달러를 기록했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은 2.9달러(3.8%) 내린 배럴당 74.30달러로 마감했다.

WTI 가격은 올해 6월 27일(67.70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최근 석유 카르텔 단체인 OPEC+가 다시 감산을 결의하면서 공급 차원에서 유가를 끌어오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을 보였지만 유가를 끌어올리기 만만치 않은 환경이 형성되고 있다.

■ 9월중 90불 넘었던 WTI, 12월엔 60불대로

국제 유가는 지난해 6월 9일 121.51달러를 기록하면서 이중천장을 형성한 뒤 미끌어졌다.

올해 상반기 중엔 60불대 중후반 수준까지 하락한 뒤 하반기 들어 재차 반등했다.

이후 유가는 올해 9월 중 90불을 넘는 등 반등하기도 했으나 10월부터 다시 미끌어지고 있다.

WTI는 전날 60불대로 하락하면서 작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떨어졌다.

최근 사우디와 러시아 등이 주축이 돼 카르텔 모임 일정까지 미루면서 감산 결정 이행을 다짐했지만, 유가는 더 떨어졌다.

원유 카르텔 이익 집단들의 결속력이 예전 같지 않은 가운데 미국의 공급 요인, 중국의 수요 요인 등도 유가 재반등을 제어하고 있다.

무디스가 중국의 신용등급 전망을 낮추고 낮은 성장률 전망치를 제시하면서 중국의 원유 수요 둔화 가능성에 힘을 싣기도 했다.

최근엔 미국 고용 관련 데이터들도 둔화되면서 원유 수요 약화 가능성에 힘을 보탰다.

아울러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 강화에 따른 달러 약세가 유가를 지지할 법 했지만, 최근엔 유럽 쪽에서도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져 유가 상승 기대감에 흠집을 냈다.

ECB의 매파로 통했던 이자벨 슈나벨 집행이사가 금리 인하 기대를 키우는 발언을 한 데다 영국에선 내년 6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졌다.

이런 가운데 유가를 둘러싼 첨예한 핵심 사안은 공급 쪽이란 평가도 많다.

■ 원유 카르텔 맹주의 고민..내부 결속, 그리고 미국이라는 거대한 경쟁자의 문제

최근 OPEC+의 감산 이행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계속되면서 유가 하방 압력으로 작용했다. 공급 사이드가 기본적으로 유가 반등을 제어한 것이다.

원유 카르텔 국가들이 추가 감산을 결정하면서 유가 재급등 가능성을 경계하기도 했지만, 내부 갈등과 주위의 공세 등으로 감산이 쉽지만은 않은 일로 평가받고 있다.

여전히 OPEC+가 단결해서 전면 감산 등에 나설 경우 최근 급락한 유가가 빠르게 재상승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남아 있다.

하지만 미국의 생산이라는 공급 변수도 무시할 수는 없다.

BOfA는 "미국에서 기록적인 원유 생산이 이어지는 중"이라며 "여러 셰일 분지에서 생산이 증가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상보다 빠른 미국 셰일의 성장, OPEC+의 결속력 부족이 유가의 하방 리스크"라고 평가했다.

미국의 생산 증가세가 이어지다보니 일각에선 사우디가 태세를 전환해 유가를 손익분기점 이하로 낮추면서 경쟁자에게 타격을 입히는 전략을 도모할 수 있다는 견해도 보인다.

다만 이런 전법을 쓸 경우 사우디의 원유 수출 이익에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돼 쉽지는 않다.

RBC는 "원유시장이 팬데믹 이후의 수요 주도형 시장보다 팬데믹 이전의 공급 주도형 시장으로 다시 진입하는 양상"이라며 공급 주도권 다툼에 따라 유가가 변동성을 이어갈 수 있을 것으로 봤다.

■ 원유 공급을 둘러싼 싸움..'공급 갈등과 경쟁, 유가 상승 제어하는 쪽' vs '산유국 카르텔 결국 능력 발휘할 것'

원유 공급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 1분기 실제로 OPEC+가 일일 90만배럴을 추가로 감산할지 등을 봐야 한다.

실제 데이터 확인 때까지 유가가 오르내림을 지속하면서 불확실성을 이어갈 것이란 예상도 적지 않다.

최근엔 원유 공급자 카르텔의 승패를 놓고 낙관론과 비관론이 부딪히고 있다.

모간스탠리는 "OPEC+ 협상이 오래 걸린 것에 비해 결과는 초라했다"면서 "공식적인 생산목표 조정이 아니라 실제 이행 규모는 발표된 수치보다 적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증권사는 "내년 1분기 수급은 일일 30만 배럴 공급부족이 예상되지만 2~3분기 중 공급 과잉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골드만삭스는 "OPEC+ 결정은 글로벌 재고와 공급의 큰 폭 증가에 대한 임시방편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했다.

골드만은 "감산 관련한 자발적 성격이나 여유생산능력 증가는 OPEC+가 추가 감산을 실행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근 유가 하락 흐름 속에 산유국 카르텔의 공급전략 '실패'에 대한 전망이 과도하다는 평가도 보인다.

TD증권은 "OPEC+의 자발적 감산 준수에 대한 시장의 불신은 과장됐다"면서 "이번 합의는 향후 몇 달 동안 예상되는 공급과잉을 해소하기에 충분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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