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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파월 도비시해진 뒤...기준금리 역전 트라이와 지속성에 대한 고민 이어져

  • 입력 2023-12-04 10:3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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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0시30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0시30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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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도비시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국채 금리가 급락하자 국내 국고채 금리도 다시 기준금리를 압박하고 있다.

기준금리와 국고3년의 거리가 5bp 이내로 들어온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선 레벨 부담과 역전 가능성을 동시에 감안하고 있는 모습들이 엿보인다.

미국채10년물 금리가 기준금리(상단 5.5%)와 역전폭을 더욱 키우면서 3개월래 최저인 4.1%대로 하락한 가운데 국내시장도 추가 강세룸을 가늠하고 있는 중이다.

■ 도비시해진 파월과 달리는 미국채 시장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1일 조지아주 애틀랜타 스펠만 대학 총장과의 대화에서 "연준이 취한 강력한 조치로 인해 정책이 제약적 영역(restrictive territory)으로 잘 들어가 있다"고 평가했다.

파월은 "통화정책의 과도한 긴축과 불충분한 긴축의 위험이 균형에 가깝다"며 "회의 때마다 의사결정을 하며 좀더 신중하게 움직일 것"이라고 밝혔다.

파월이 일단 추가적인 금리 인상은 쉽지 않음을 시인한 것이다.

물론 시장의 관심은 이미 인하 시점으로 옮아가 있는 상황이며, 지금은 그 시점을 점점 더 당기고 있다. 이제 내년 3월 금리 인하가 가능할 것이란 전망을 강화하고 있다.

그렇다고 파월이 금리 추가 인상을 접었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은 아니다.

파월은 "통화정책이 경제활동과 인플레이션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다만 긴축정책 효과가 아직 충분히 나타나지 않았다"고 했다.

파월은 최근 인플레 둔화를 '반가운 일'이라고 했으나 추가 인상도 가능하다는 스탠스를 유지했다.

파월은 "충분히 긴축적인 기조를 달성했는지 자신 있게 결론 내리는 것도, 금리 인하 시점을 짐작하는 것도 다 이르다"면서 "적절할 경우 통화정책을 추가로 긴축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시장은 파월의 발언을 금리 인상 종료 선언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일 13.28bp 급락한 4.1984%, 국채2년물 수익률은 15.83bp 급락한 4.5425%를 기록했다.

■ 미국의 정책금리 조속한 인하 기대는 정당한가

미국채 시장이 랠리를 벌이는 것은 금리인하 기대감 강화와 맞물려 있다.

투자자들은 파월의 발언이 점점 도비시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중이라는 평가들도 내놓고 있다. 아직 금리 추가인상 가능성을 거론하고 있지만, 이런 수사(修辭)보다 변화의 방향에 주목할 때라는 진단들이 적지 않다.

LPL 파이낸셜의 제프리 로치는 "통화정책이 제약적인 영역에 잘 위치했다는 발언은 파월 입장에선 충분히 비둘기적인 시사"라고 평가했다.

미국 시장의 가격변수는 내년 5차례의 금리인하를 예상하는 중이다.

CME 페드와치는 이제 금리 인하가 3월부터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3월, 5월, 7월, 9월, 11월 각각 25bp씩 인하해 내년 미국 정책금리가 4~4.25%로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의 분위기라면 오는 13~14일 열리는 12월 FOMC에서 연준 인사들이 인플레 우려를 더욱 완화하면서 시장의 기대감에 좀더 정당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보인다.

최근 미국 경제지표들이 예상을 밑도는 데다 이번주 나올 비농업부문 고용자수가 예상을 밑돈다면 금리 인하 분위기가 더욱 힘을 받을 수도 있다.

하지만 연준 입장에선 시장이 앞서나가고 있다는 판단을 하면 다시금 견제구를 던질 수 있다. 이 경우 가격 부담이 부각될 수 있다.

아울러 파월의 '균형 잡힌' 발언을 시장이 유리한 부분만 따서 반응했다고 본다면 주의가 필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보인다. 예컨대 파월은 충분히 제약적인 입장을 취했다고 자신있게 언급하기는 시기상조이며 필요할 경우 추기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파월도 금리인하 기대감에 대해 시장의 투기적 수요라고 평가하는 등 여전히 다수의 연준 위원들은 금리인하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긋고 있다"면서 "연준이 시장 예상처럼 빠르게 금리를 인하할 수 있지만 핵심 상품과 달리 주거 및 주거 제외 서비스물가의 뚜렷한 둔화세는 아직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2024년 하반기에는 기저효과로 물가가 재차 반등할 수 있는 리스크를 고려하면 연준이 상반기에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낮다"면서 "이로 인해 11월 FOMC와 달리 시장 금리도 크게 하락한 만큼 연준은 12월 FOMC에서 점도표를 상향 조정하는 등 매파적인 스탠스로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 미국 따라 한국의 정책금리 조속한 인하 기대는 정당한가

최근 미국시장이 내년 금리 인하 시점을 3월로 당기면서 한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지난주 금통위에서 여전히 '매파적 동결'이란 최근의 스탠스를 유지했지만, 한국 통화정책 역시 미국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당겨지면서 국내 역시 더 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보인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최근 미국 금리 인하 시점 전망이 5월에서 3월로 더 당겨졌다. 이런 분위기를 추종한다면 국내 역시 하반기가 아니라 상반기 인하를 내세우면서 강세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 분위기가 강하다 보니, 레벨 부담을 지나치게 고집할 필요 없다는 주장도 보인다.

B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국내도 올해 초만 하더라도 금리 역전이 깊었다"면서 "국고채와 기준금리 역전이 안 될 것도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올해 1월 기준금리를 3.5%로 올린 뒤 동결을 지속하고 있지만, 2월 초 국고3년 금리는 3.1% 수준까지 낮아진 바 있다. 이후 3월초엔 3.9% 근처로 뛰었다가 그 달 하순엔 다시 3.1%대로 재차 낮아진 바 있다.

이후 금리는 대체로 올라 10월엔 3년 금리가 4.1%를 웃도는 수준으로 뛰기도 했다. 그런 뒤 11월 이후 금리는 다시 급락했으며, 지금은 기준금리 근처에서 고심하는 중이다.

하지만 레벨 부담이 커지는 구간에서 금리 인하라는 기대감이 실현되지 못할 경우 시장금리가 급반등할 수 있어 조심스러워하는 모습도 보인다.

현재로선 국고3년이 기준금리 하향 돌파를 시도할 수 있지만 그 지속성이 얼마나 될지 애매해 하고 있는 것이다.

C 딜러는 "국고3년과 기준금리 역전도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지속성이 어떨지 모르겠다. 앞으로 나오는 지표들이 관건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D 딜러도 "국고3년, 기준금리 역전이 일시적으론 가능해도 지속성은 담보하지 못할 것"이라며 "올해 2월 금리가 역전된 바 있지만, 당시 약간의 충격에도 결국 롱의 불꽃은 빠르게 사그라들었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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