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9 (월)

(장태민 칼럼) 가계소득·고용통계 조작

  • 입력 2023-09-25 14:4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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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역대 통계청장

사진: 역대 통계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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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감사원이 부동산 통계와 함께 가계소득, 고용 관련 통계 역시 조작됐다고 발표해 많은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우선 부동산 통계는 한국감정원(現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수치가 실제 상황을 전혀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에 민간과 정부 통계를 비교하던 사람들의 의심처럼 '마사지 증거'가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 통계 외에 가계통계와 고용통계 역시 조작됐다고 밝혀 역시 몇 년전의 의혹이 사실임을 뒷받침했다.

특히 지난 2018년 8월 25일엔 황수경 통계청장이 전격 교체되면서 가계동향 조사와 관련된 의혹이 크게 증폭된 바 있다.

당시 황 청장이 '이유도 없이'(?) 경질되고 새로운 강신욱 통계청장이 들어서자 사람들은 "좋은 통계로 보답하겠다는 사람을 청장으로 보내느냐"고 비아냥거렸다.

안타깝게도 당시의 의혹은 '비아냥' 정도의 문제로만 볼 사안이 아니었다.

■ 통계청, 가계소득·고용 통계 왜곡

통계청은 오랜기간 분기마다 가구당 월평균 소득과 소득5분위별 소득 동향을 발표해왔다.

2016년까지는 가계소득 및 지출을 분기별로 동시에 조사하다가 2017~2018년엔 소득부문(분기통계)과 지출부문(연간통계)으로 나눠서 공표했다.

통계청은 표본가구를 대상으로 월별 소득실태 등을 조사하고 가구별 조사값에 가중값을 곱해 모집단이 전체 가구의 평균소득을 추정했다.

가중치와 관련해선 무응답으로 인한 표본 손실을 보정하기 위한 '무응답 가중값'과 최신 모집단의 특성을 반영하기 위한 '사후 가중값'(표본 설계 당시 고려하지 못한 최신 모집단 본표 반영)을 사용했다.

2017년 1분기 이후 공표된 가계소득은 459만원에서 2018년 1분기 476만원으로 올랐다. 하지만 소득5분위배율은 5.35에서 5.95로 상승하는 등 악화됐다.

이런 결과가 나온 뒤 2017년 2분기 가계소득이 2010년 이래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이 지점에서 청와대가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2분기 가계소득 발표를 준비하면서 2분기 소득이 전년동기의 430.6만원에서 427.8만원으로 감소하자 '검은 손'이 개입했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은 "이 수치를 발표하는 데 부담을 느껴 가계소득이 상대적으로 높은 '취업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에 새로운 가중값(취업자가중값)을 추가로 곱해 소득을 올려 전년비 증가(430.6만원→434.7만원(1%))로 조작했다"고 밝혔다.

처음엔 '임금근로자'만 가중값을 적용해봤지만, 여전히 소득이 감소하자 소득분포가 불규칙적인 '자영업자 등을 포함한 전체 취업자'로 확대·적용했다고 구체적으로 밝혔다.

감사원은 또 2017년 3분기에도 가계소득 증가율을 높이거나 '근로' 소득은 감소 추세인데도 증가한 것으로 왜곡했다고 지적했다.

2018년 1분기엔 소득분배가 크게 악화되자 이를 낮추기 위해 통계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고용통계와 관련해선 비정규직(기간제) 급증 원인을 병행조사 효과로 몰아가는 등 통계결과 발표와 보도자료 작성에 개입했다고 했다.

당시 가계소득과 고용 관련 통계에 대한 불신과 의구심이 상당했던 가운데 감사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청와대가 개입한 내용들을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고 있노라면 황망하기 짝이 없다.

■ 문 대통령, '우리편 보고서' 내세워 항변...항변의 근거가 '소주성' 핵심인물의 주장

통계 조작이 문제가 되자 문재인 전 대통령은 9월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주성 훌륭했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공유했다.

이달 14일 발행된 한국노동사회연구소(이사장 김유선)의 '문재인 정부 고용노동정책 평가'를 올렸다.

전직 대통령은 "문재인·민주당 정부 동안 고용률과 청년고용률은 사상 최고였다. 비정규직 비율과 임금격차 감소, 사회보험 가입 확대, 저임금 노동자 비율과 임금 불평등 대폭 축소, 노동분배율 대폭 개선, 장시간 노동 및 실노동시간 대폭 단축, 산재사고 사망자 대폭 감소, 노동조합 조직원 수와 조직률 크게 증가, 파업 발생 건수와 근로 손실 일수 안정, 고용안전망 사각지대 해소 등이 나타났다"고 자화자찬했다.

하지만 당시 고용과 관련해 많은 사람들이 '관급 일자리 급증과 세금 낭비'로 '실질적인' 통계 왜곡에 가깝다고 비판한 바 있다.

감사원의 통계조작 발표 직후 나온 문 대통령의 대응은 뭔가 찜찜함을 남겼다.

우선 '부동산 정책실패에 따른 부동산 통계 조작'에 대해선 별 말이 없었다.

부동산 통계는 다시 '현실'과 통계가 너무 달라 누구든 반박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전직 대통령은 그런 뒤 자신이 재임하던 시절 노동·고용 통계가 훌륭했다는 치켜세운 것이다.

하지만 문 전 대통령이 인용한 노사연(한국노동사회연구소)은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 '객관적 기관'과는 거리가 멀다.

보고서 작성자인 김유선 노사연 이사장이 문재인 정부 '소주성(소득주도성장)' 정책에 개입됐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2020년 12월 소득주도성장 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던 인물이다.

소주성 설계자인 홍장표씨가 경제수석으로 자리를 옮기자 김유선씨가 '소주성' 특위를 맡았다.

따라서 보고서는 제3자의 객관적 평가와는 거리가 멀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이나 민주노총 등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에게 씽크탱크로 알려진 유명한 곳이다.

현재 노사연 홈페이지엔 '고문'으로 권영길·김경수·김병태·단병호·박순희·박인상·박중기·박홍섭·배종배·변형윤·이수호 등의 이름이 올라와있다. 과거 노동운동에 관심이 많았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민주노총,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 등이 이 연구소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안타깝지만 전직 대통령의 반박은 '제3의 객관적인 기관'의 분석에 근거한 것이라고 볼 수 없었다.

■ 전직 통계청장의 울분...'철면피' 대통령

문 전 대통령이 '반박 보고서'를 페이스북에 올린 뒤 통계청장을 지냈던 국민의힘 유경준 의원이 전직 대통령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감사원이 '통계조작' 결과를 발표한 뒤 문 전 대통령이 '고용률 좋았다'는 내용을 페이스북에 올리자 또다시 전직 대통령이 사실 왜곡을 일삼고 있다고 비난한 것이다.

감사원은 15일 오후 문재인 정부 통계 감사 이후 "대통령비서실과 국토부가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통계수치를 조작했다"고 밝혔다.

이후 문 대통령이 발끈하자 유 의원은 "전 대통령이 또다시 이상한 보고서를 들고와 물타기를 하고 있으나 이 또한 조작된 통계를 '복붙'(복사해 붙여놓기)한 것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전직 통계청장이 '노사연 보고서' 같은 것은 전혀 설득력이 없다고 본 것이다.

그는 "(보고서) 주요 내용은 노동소득분배율과 고용률이 크게 증가했고 비정규직 규모는 증가했지만, 이는 설문 문제라 어쨌든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성장'과 '비정규직 제로' 정책은 효과가 굉장했다는 것"이라며 "우리 경제를 망쳐놓았는데도, 일말의 반성도 없는 철면피"라고 했다.

유 의원은 특히 "'노동소득분배율'이 크게 증가했다며 자화자찬을 하고 있는데, 이때 사용한 노동소득분배율은 소주성 설계자인 홍장표 전수석이 '자영업 부문의 특성을 감안한 소득분배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한 한국은행의 지표"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출발인 소득주도성장은 한국은행의 공식통계와는 다른 왜곡된 노동소득분배율 정의와 계산으로부터 시작된 모든 문제의 출발"이라고 했다.

결국 자신들이 부인했던 한국은행 기준의 노동소득분배율이 높게 나오니 이를 홍보의 수단으로 사용하는 건 너무 치졸하다고 했다. 이 지표는 이제 더 이상 노동소득분배율이라는 이름으로 생산되지 않는다.

그는 "비정규직 통계와 관련해서도 감사원 발표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설문 문항 문제라고 강변하는데, 여전히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외면하고 싶은 것인지 안쓰럽기까지 하다"고 했다.

문재인 정부 때 사상 최대치를 갱신했다고 하는 고용률도 실제로는 엉망이었다고 비난했다.

그는 "수치상으로는 아주 좋은 수치로 보이지만 이는 최저임금 급상승에 따른 청년 알바 일자리 증가와 노인 재정 일자리 증가로 인한 일자리 부풀리기 효과에 불과하다"면서 "그리고 문재인 정부 1번 국정과제로 밀어 붙인 '공공부분 비정규직 제로'는 공정과 상식에 반하는 기준으로 진행돼 청년층에 깊은 상처를 남긴 것은 누구나 다 알지 않느냐"고 답답해 했다.

실제로 고용의 질의 상징인 정규직 일자리의 수와 비중은 오히려 줄었고, 이는 정권별 평균 정규직 전환율에서도 문재인 정부가 최악이라는 것은 확인 가능하다고 했다.

전직 통계청장은 "통계는 아는 만큼 보인다. 그리고 아는 만큼 이해한다"면서 "문재인 전 대통령에게 부탁컨대, 통계 조작이 드러난 지금 통계에 대한 무지를 더 이상 드러내지 말고 최소한 국민들에게 반성하는 모습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쏘아붙였다.

■ 통계조작과 2019년 기억의 소환

2019년은 '정부의 통계조작' 논란이 더욱 거세졌던 해다.

청와대와 정부가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통계에 메스를 대고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지금 경제부총리로 일하고 있는 추경호 당시 자유한국당 의원도 이런 비판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2019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추경호 의원은 "청와대가 2018년 통계청의 소득 통계 자료를 불법 유출했다"고 주장했다.

2018년 5월 홍장표 경제수석은 소득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진 2018년 1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 당일 통계청 담당 직원을 청와대로 불러 들였다고 비판했다.

담당자가 청와대에 가보니 훗날 통계청장으로 영전한 강신욱 보건사회연구원 실장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 때 홍 수석이 통계청 담당자에서 '강신욱 실장에서 마이크로 데이터를 넘기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강 실장은 소득 분배 악화의 주 원인은 통계에 새로운 표본이 많이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청와대는 '소주성은 문제 없다'는 논리를 밀어붙였다는 게 2018년 국감 당시 추경호 의원의 주장이었다.

추 의원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당시 청와대의 행위는 불법에 해당한다.

마이크로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선 문서로 신청해야 한다. 청와대가 '구두로' 통계청 자료를 아무개에게 넘기라고 한 것은 월권 행위다.

이러다 보니 사실 당시에도 언론들이 의구심을 제기했다.

<한겨레신문>은 "청와대와 정부의 무리한 통계 활용이 논란을 빚고 있다"면서 "법 절차를 건너뛰기도 했다"고 비판했다.

■ 2018년의 기억, 황수경 자르기와 강신욱 앉히기

2019년 통계 조작 논란이 거셌다고 얘기했지만, 그 전 해에도 이미 논란은 뜨거웠다.

대표적인 논란 중 하나가 2018년 8월 통계청장 교체 때 일어났다.

당시 황수경 통계청장은 자신이 '왜 통계청을 그만둬야 하는지' 몰랐던 것으로 전해져 많은 사람들이 그를 안쓰러워했다.

황 전 청장은 노동운동가 출신으로 뒤늦게 경제학을 공부한 뒤 KDI에서 일했으며, 문재인 정부 들어 통계청장까지 오른 인물이었다.

하지만 황 전 청장이 이유없이(?) 경질될 당시의 인사는 '오얏나무 아래에서 갓을 고쳐쓰지 마라'는 격언에 정면으로 배치됐다.

2018년 7월 고용지표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악을 나타낸 데다 8월 23일 통계청에서 내놓은 소득분배 역시 크게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의심이 일자 정부가 해명했지만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은 "나쁜 통계 때문에 통계청장이 잘렸다"는 의심을 거두기 어려웠다.

능력과 도덕성을 모두 어필하고 싶었던 문재인 정부는 "못 사는 사람들의 형편이 더 어려워졌다"는 가계동향조사를 발표한 뒤 통계청장을 교체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상식이 통하는 사회라면 단순히 고용지표, 소득분배지표 악화 때문에 통계청장이 교체되는 일은 상상하기 어렵다. 그 때 청와대는 의혹을 진화하느라 진땀을 뺐다.

당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보통 1년 2~3개월 정도가 차관의 평균 재임 기간"이라며 "문재인 정부 들어서 아직 차관인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 조직의 활력을 위해 차관급 인사를 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통계 관련 의심 등에 대해선 자세한 설명 없이 '표본 오류 논란과 무관하다. 차관급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해다'는 식으로 자신들의 진정성을 항변했다.

하지만 해명은 미흡했고 의혹은 더 커질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청와대와 '통계 조율'을 한다는 의심을 받은 강신욱씨가 통계청장이 됐다.

■ 통계는 특정 정파를 위해 복무해선 안 돼

회계 업계에선 회계 기준이나 원칙이 바뀌면 과거의 장부를 고친다. 이른바 '소급법'을 사용해 과거의 재무제표까지 뜯어고치는 것이다.

회계 추정의 변경되면 '전진법'을 통해 앞으로만 잘 하면 되지만, 큰 원칙이나 기준이 바뀌면 전부 손을 봐야 하는 것이다.

통계 역시 의심을 피하기 위해선 시계열로 비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통계 기준이 바뀌면 '기존과 같은 방식으로도' 한동안 통계를 계속 생산해야 한다. 아울러 바뀐 기준에 의해 과거의 통계도 고쳐야 한다.

그래야 비교가 가능하고 통계가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은근슬쩍 통계를 마사지하면서 '권력자에게 보답하는 좋은 통계'를 내놓는 것은 나라 경제 전체를 대상으로 사기를 치는 일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를 보면 한 '한국 정부가' 간도 크게 이런 조작을 자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장이나 통계를 다루는 사람이 할 일은 진보, 보수 등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를 떠나 가장 객관적이고 신뢰를 받을 수 있는 통계를 생산하는 일이다.

안 그래도 통계 그 자체의 '불완전함' 때문에 통계를 제대로 생산하더라도 의심을 받기 십상이다. 그런데 통계에 대통령실이 조직적으로 개입해 마사지를 했다면 이는 예삿일이 아니다.

통계가 특정 이념이나 내 편의 이익을 위해 복무하게 되면 그 통계는 쓰레기가 되고 만다. 그리고 다른 나라도 그 나라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어떤 정부든 이번 일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 편이 한 일은 모두 잘 한 일'이란 식으로 대응하다가는 다시금 이런 불행한 일이 재발할 것이다. 그리고 그 불행은 국민의 몫이 된다.

또 당연한 얘기지만 통계를 조작해 위법 행위가 드러난 인물들에 대해 지금이라도 엄정하게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장태민 칼럼) 가계소득·고용통계 조작이미지 확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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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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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노동사회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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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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