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9 (월)

(장태민 칼럼) 부동산 통계조작

  • 입력 2023-09-19 14:1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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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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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15일 오후 감사원이 '통계조작' 결과를 공표했다.

감사원이 발표한 통계조작 중 무엇보다 관심이 큰 사안은 부동산 통계였다.

충격적인 내용이었지만 전혀 충격을 받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부동산 통계들을 오래 관찰해온 사람들은 수년전 국가의 부동산 통계가 '조작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다.

2018년부터 국가통계인 한국감정원(現 한국부동산원)과 민간통계인 KB부동산 수치는 상당히 따로 놀기 시작했다.

이후 서울 아파트값이 50% 이상 올랐을 때 김현미 국토부 장관이 국회에 나와 10% 남짓 올랐다는 식의 어이없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한국감정원 통계는 현실과 괴리가 너무 커 필자를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저 통계는 마사지가 심하게 됐을 수 밖에 없다'고 추론할 수 밖에 없었다.

통계라는 게 표본이나 기법에 따라 다양하게 나올 수도 있고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는 통계를 만들기도 어렵지만, 당시 통계는 왜곡을 확신할 수 밖에 없을 정도로 엉망이었다.

선진국 쯤 되는 나라에서 국가가 앞장선 통계 조작은 사실 상상하기 힘든 범죄다. 하지만 이런 발표에 충격을 받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범죄 행위에 대해 관대해져 있는지도 모른다.

■ 감사원이 발표한 부동산원 데이터 조작은...

감사원은 지난 15일 "대통령비서실(BH)과 국토부 등은 통게 작성기관이 통계청과 한국부동산원(舊 한국감정원)을 직간접적으로 압박해 통계수치를 조작하거나 통계서술정보를 왜곡하게 하는 등의 각종 '불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통계법' 위반, 직권남용, 업무방해 등의 범죄혐의가 확인된 관련자 22명에 대해선 13일 검찰에 수사 요청을 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BH와 국토부는 2017년 6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총 94회(본 감사에서 확인된 것) 이상 부동산원의 통계작성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수치를 조작하게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당시 정부는 주택통계 조작과 관련해 다양하게 압박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BH와 국토부는 2017년 6월부터 부동산으로부터 주중치, 속보치 등을 불법적으로 사전 제공 받은 뒤 집값 상승률 수치가 낮게 나오도록 주중치에 임의의 가중치를 적용하는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집값 상승률이 전주보다 높게 나오거나 부동산 대책의 효과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판단되면 부동산원에 재검토 지시, 변동률 상승사유 소명 요구, 현장점검 요구 등의 방법으로 상승률을 낮추도록 압박했다고 밝혔다.

이런 일이 거듭되자 부동산원이 '애초부터' 주중치 등을 낮춰서 작성하거나 보고하는 사례까지 등장했다고 했다.

특히 부동산 대책 발표 직전엔 변동률이 높아지더라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다가 발표 이후엔 그 효과가 큰 것처럼 보이게 변동률을 하향하는 등 통계를 조작했다고 했다.

결국 '국가공인' 부동산 통계에 대해선 불신이 생길 수 밖에 없었다. 이런 불신에 대응하기 위한 과정에서 또 다른 불법이 개입됐다.

감사원은 "부동산원은 그간의 조작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이른바 '표본가격 현실화'와 '표본 재설계'를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이미 확정·공표된 과거의 표본가격을 상향 조작하거나 새롭게 교체된 표본의 가격을 하향 조작하는 등 새로운 불법행위를 했다"고 적시했다.

■ 18년부터 눈에 확연히 들어왔던 KB와 한국감정원의 격차...조작을 의심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

문재인 정부 이전 한국감정원은 주택가격의 변화 흐름을 KB국민은행 데이터보다 빠르고 정확하게 알려준다는 평가를 많이 받았다.

KB 데이터가 주택시장 변화를 반영하는 데 상대적으로 더 '느렸지만' 두 기관의 데이터가 가르키는 방향과 진폭은 종국적으로 비슷해졌다.

하지만 2018년부터 이를 의심하는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늘어났던 기억이 난다.

필자처럼 한국감정원과 KB 데이터를 모두 체크하고 있었던 사람들은 당시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다.

주간 주택상승률 통계에서 KB가 0.3%, 0.4% 급등으로 잡고 있는데 한국감정원은 0.1% 정도로 줄여서 잡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필자 역시 통계를 믿지 못해 인근 공인중개사 사무실을 여러 차례 방문하기도 했다. 거기서 확인한 데이터들은 한국감정원이 발표한 데이터들이 '거짓'이라는 확신만 심어줄 뿐이었다.

결국 문재인 정부는 각종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집값을 잡는 데 실패하자 통계를 잡는' 범죄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보였다.

통계는 특정 사건의 후행적 결과다. 하지만 집값 급등이라는 사건을 제어하지 못하자 통계를 조작하는 데 열과 성을 다한 것처럼 보였다.

이러다 보니 부동산 관련 일을 하는 고위공무원들이 '말이 안 되는 얘기'들을 지속했다.

■ 한국 사회의 유례 없는 계급분화...부동산 폭등이 일거에 이룬 성과!

문재인 정부는 세금과 규제로 집값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오른 세금이 집값에 전가된다는 경제학의 기본적인 사실도 알지 못했다.

공급을 늘리라고 할 때는 사람들의 수요가 많은 물건 대신 '엉뚱한' 물건들의 공급을 늘리려했다.

결국 2017~2019년 집값 급등 뒤 2020~2021년에 집값 '폭등기'가 도래했다.

한국 사회엔 아파트 소유 여부에 따른 유례없는 속도의 '계급 분화'가 일어났다.

당시 필자 주변의 한 무주택자는 뛰는 집값을 만회해야 한다는 긴박감 때문에 돈을 빌려 알트코인에 투자하다가 거의 신불자가 되다시피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노동의 가치는 땅에 떨어지고 말았으며, 정부에겐 집값을 제어할 능력이 없었다.

하지만 부동산 당국자들의 발언은 듣는 사람들의 귀를 의심하게 만들었다.

■ 지금도 생생한 김현미의 "3년간 서울아파트 14% 올랐다"

2020년 7월 29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출석했다.

국회에서 '집값이 너무 뛰었다'는 질문이 나오자 당시 김 장관은 "정부 기본통계상으로 3년간 서울 아파트 가격은 14% 올랐다"고 말했다.

당시 일부 의원이 실제와 너무 차이난다고 하자 김 장관은 "국민 체감과 다르겠지만 장관으로서는 국가가 공인한 통계를 말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이 비판하자 당시 집권당 의원들은 장관을 비호했다.

아파트 공급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지만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공급이 문제가 아니라 투기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일부 민주당 의원은 당시 아파트값 급등에 대해 "이명박근혜 정부 정책 실패의 후유증"이라고 주장했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많은 사람들은 당시 공인중개업소에만 가보다 집값이 50% 급등한 사실을 알 수 있는데, 왜 저렇게 말을 하느냐고 장관을 비난했다.

그해 11월 김현미 장관은 다시 국회에 나와 "3기 신도시 통해 주택이 공급되면 어려움 해소되니 조금만 기달려달라"고 했다.

하지만 사전청약을 도입하는 등 금방이라도 공급이 늘어날 것처럼 부산을 떨었지만 3기 신도시가 말처럼 쉽게 완성될 리는 만무했다. 당시 '예상한 대로' 언제 본격적으로 공급될지 알 수 없다. 이미 2년 이상은 늦어지는 분위기다.

■ 백치처럼 순진무구했던 대통령의 거짓말

2019년 11월19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에 나섰다.

당시 '대화'에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귀를 의심해야했다. 대통령이 부동산에 아무 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너무나 '순진무구하게' 말을 했기 때문이다.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장담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한 이유는 역대 정부가 부동산을 경기 부양수단으로 활용해 왔기 때문입니다. 건설경기 만큼 단기간 경기 부양을 하는 게 잘 없습니다. 아시다시피 우리 정부는 성장률에 어려움을 겪더라도 부동산을 경기 부양수단으로 사용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집 없는 서울 시민들이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서울 아파트 폭등으로 꿈을 버리고 있을 때 대통령이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고 하자 사람들은 놀랐다.

KB 기준으로 이명박·박근혜 대통령 시절의 9년 3개월간 서울 아파트는 채 2억원이 오르지 않았으나, 문재인 대통령 출범 후 2년 남짓한 시간 동안 2억 5천만원 가까이 오른 상황이었다.

이런 시기에 당시 대통령의 발언은 무책임하다고 볼 수 밖에 없었다. 아니면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였거나, 뛰어난 연기를 한 것으로 해석할 수 밖에 없었다.

아무튼 대통령은 당당했으며, 자신이 있었다. 세상 물정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백지 상태의 인물을 마주하는 느낌이었다. 대통령의 말은 이랬다.

"대부분의 기간동안 부동산 가격을 잡아왔고요, 전국적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오히려 하락했을 정도로 안정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서민들의 전월세는 과거에는 미친 전월세였는데, 우리 정부에선 전월세는 안정돼 있지 않습니까. 지금 서울 쪽의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다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고 있는데, 정부가 강도높게 합동조사를 하고 있습니다만, 정부는 여러가지 방안을 갖고 있습니다. 부동산 가격을 잡지 못하면 다른 여러가지 방법으로 반드시 부동산 가격을 잡겠습니다."

마치 내용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외워온 대로만 발언하는 학생 같았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2020~2021년 서울 아파트값은 더욱 기세를 올리면서 뛰었다.

결국 '설마 오겠어?'하던 서울 아파트 평균가격 10억원 시대가 도래했다. 문재인 정권이 끝나기 전 많은 무주택자들은 서울에선 10억원으로도 '괜찮은' 아파트를 살 수 없다면서 절망했다.

■ 부동산 통계조작 '범죄'를 보면서 느끼는 착작함

통계는 경제정책이나 국민들의 경제 행위에 하나의 기준을 제공한다. 따라서 국가 통계에 '정치적 이해관계'가 반영돼선 안 된다.

대외적으로도 국가는 신인도를 위해 건실한 통계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

예컨대 유럽 재정 위기 당시 그리스는 '재정통계' 조작이 들통나면서 본격적인 위기에 빠진 바 있다.

필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어느새 범죄행위에 둔감해져 있지만, 감사원의 '한부원 부동산 통계조작' 발표는 큰 충격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국가의 통계조작은 국민의 삶을 뒤흔든 '국기 문란 행위'에 해당한다.

이번 통계조작에 연루된 자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격하게 처벌해야 하는 이유다.

그리고 정권의 성격이 바뀌더라도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통계 시스템을 재구축해야 할 것이다.

정책 실패 뒤 이를 감추기 위해 통계를 조작하는 일은 한국 경제, 그리고 미래의 꿈을 상실한 많은 사람들의 상처에 소금을 뿌리는 극악무도한 행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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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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