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9 (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고용 둔화가 안겨준 긴축종료 기대감...그러나 상승한 금리

  • 입력 2023-09-04 13:5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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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1시40분 현재 국고채 금리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 1시40분 현재 국고채 금리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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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고용지표가 둔화되면서 미국 금리인상 종료에 대한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미국채 금리는 하락에 한계를 보였다. 국내 금리는 이날 장 초반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미국 8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뒤 금융시장에선 9월 금리 동결에 대한 관점을 강화하고 연내 추가인상 역시 없을 것이란 목소리들이 강해졌다.

하지만 이런 기대감 속에서도 미국과 한국의 금리는 오히려 뛰었다.

아직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보인다.

■ 美고용둔화, 보다 가시화되는 그간의 긴축 효과

미국의 8월 비농가취업자 수는 18.7만명 늘며 컨센서스(17만)를 웃돌았다.

하지만 직전 2개월 수치가 11만명이나 하향조정됐다. 결국 8월 수치가 전망을 웃돌았지만, 전체적으로 고용고용 활력 둔화에 무게가 실릴 수밖에 없었다.

노동시장에서 공급자들의 헤게모니도 약화되는 듯한 모습이 나타났다.

노동 공급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경제활동참가율은 62.8%로 5개월 만에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실업률은 3.8%로 높아졌다. 공급이 늘고 수요가 둔화되면서 타이트한 노동시장 분위기가 변화 조짐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임금을 높여줄 유인도 줄인다. 시간평 평균임금은 전월비 0.2% 올라 예상을 밑돌았다. 전년비로는 4.3% 올랐다.

이번 고용지표를 확인한 뒤 향후 고용은 더욱 둔화 압력은 계속 이어질 것이란 전망들도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김찬희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작년부터 이어진 고강도 긴축 정책과 리오프닝 수요 마무리 등으로 고용 둔화 추세가 확인됐다"면서 "재정 지출과 관련된 일부 업종(헬스케어사회부조, 정부)를 제외할 때 취업자 수가 3개월째 10만명을 하회한다"고 밝혔다.

최근엔 JOLTS 등 고용 둔화를 예비하는 지표들이 계속 발표됐다. 여기에 고용지표까지 둔화에 자신감을 주는 수치를 보여줬다.

7월 비농업부문 고용자수가 비록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7월 구인건수가 882.7만건으로 부진했고 8월 ADP 민간고용자수도 17.7만명으로 부진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고용지표에서 6월과 7월 증가자수가 각각 8만명, 3만명 씩 하향 조정되는 일이 벌어졌다.

고용 둔화 흐름이 경기 활력을 떨어뜨리고 임금 등을 통해 물가 압력을 낮추면 이는 결국 추가적인 통화 긴축보다 완화 기대감을 키울 것이란 진단도 보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둔화되는 고용시장으로 소비가 감소하면서 주거 제외 서비스 물가도 둔화가 확인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낮아진 연준의 추가 인상 기대감을 감안할 때 채권 비중 확대가 필요하다"면서 "10-3년 스프레드는 축소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국 현지에서도 이번 고용지표가 연준의 추가 긴축에 대한 부담을 낮췄다는 평가는 많다.

엘-엘리언 알리안츠 경제고문은 "8월 고용지표는 연준이 금리를 더 인상하지 않을 확률을 높였다"고 풀이했다.

블랙록, 핌코 등 유명 운용사들이 연준의 긴축 종료에 대해 베팅했거나, 베팅을 강화할 수 있다는 평가들이 들려오기도 했다.

■ 美고용둔화, 급격한 둔화와는 거리 있어...시장 기대감 과하다는 지적들도

하지만 금융시장의 높아진 긴축 종료 기대에도 불구하고 의구심은 남아 있다.

아울러 매파적 목소리를 내던 연준 관계자들이 고용지표 둔화에도 불구하고 별로 동요하지 않는 모습 역시 부담이다.

이번 고용지표에 대해 일각에선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한다거나, 고용지표에 대한 판단이 일방적이지 않다는 진단도 보인다.

황원정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지난주 8월 미국 고용지표에서 6~7월 비농업일자리가 큰 폭 하향조정되고 8월 실업률이 급등하자 언론과 월가 기관들은 과열됐던 노동시장이 서서히 식어가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아직 타이트하다는 의견도 상당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황 연구원은 "노동시장 과열 해소에 무게를 두게 되면서 향후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은 한층 낮아졌다는 시각이 대두됐지만, 표면적인 둔화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시장의 예상처럼 노동시장이 빠르게 진정되지는 않고 있으며 여전히 타이트하다는 반론도 많은 것"이라고 했다.

그는 "8월 비농업일자리 증가가 18.7만명이지만 당월 파업에 따른 일회적인 일자리 감소를 감안하면 실제 24만명에 이를 것이라는 추정도 나온다. 실업률 증가 역시 취업시장에 뛰어든 구직자수 급증에 따른 현상이라는 평가들도 제기된다"고 밝혔다.

고용 둔화에도 불구하고 연준의 매파들은 크게 후퇴하지 않아 통화 긴축 종료와 완화 시작을 고대하고 있는 시장에 부담을 주고 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는 "인플레가 아주 높은 수준 머물고 있으나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연준 조치가 노동시장 균형을 맞추는 데에 도움이 되고 있으나 미국 고용시장은 여전히 강하다"며 "향후 정책 결정은 통화정책상 과다 긴축과 과소 긴축간의 위험과 일시적 비용을 관리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했다.

■ 美고용둔화, 고금리 장기화 위험 벗겨내진 못해...금리 더 누르는 수급 없어

1일 고용지표가 나온 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7.46bp 속등한 4.1837%, 국채30년물 수익률은 8.34bp 오른 4.2964%를 기록했다. 2년물은 보합 수준을 나타냈지만 중장기 금리들을 뛰었다.

최근 금리 하락에 따른 반작용이 나타난 데다 메스터 총재의 발언 등이 경계감을 준 영향을 받았다.

이런 가운데 미국 역시 고금리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를 떨쳐내지 못했다는 평가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고용지표가 나온 뒤 연준이 금리를 더 못올릴 것이란 얘기가 많이 나왔지만, 높은 수준의 금리가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계감은 살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다시 부각되지 않으면 한국과 미국 모두 금리가 강해지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체적으로 둔화를 확인시켜 준 고용지표에도 불구하고 채권시장은 별로 도움을 받지 못한 모습이다.

다른 채권딜러는 "미국, 한국 모두 채권시장이 최근 강했기 때문에 고용지표가 우호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엔 조정 압력이 예상보다 강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딜러는 "미국 고용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선물 매도가 이어지는 데다 오늘 입찰도 별로였다. 시장은 일단 수급에서 밀리는 모양새"라고 말했다.

자료: 신한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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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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