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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잭슨홀의 파월, 중립금리 답변 유보..그리고 조건 딸린 추가 인상

  • 입력 2023-08-28 11:1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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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출처: 연준

사진: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출처: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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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주 투자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던 잭슨홀 이벤트가 큰 변화 없이 끝이 났다.

금융시장이 중립금리 상향 문제에 대해 긴장했지만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다.

파월 의장이 추가 금리인상의 문을 열어뒀으나 경제지표 등을 관찰한 뒤 움직일 '조건부'라는 점에서 시장을 압박하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 미국 중립금리 상향의 문제...파월, '문제 회피' 방식 택해

지난 24~26일 열린 잭슨홀 심포지엄의 주제는 '세계경제의 구조적 변화'(Structural Shifts in the Global Economy)였다.

시장에선 잭슨홀이 세계경제 구조 변화를 논하면서 특히 통화정책의 '구조적 변화'와 관련해 파월이 중립금리에 대한 어떤 입장을 보일지 관심을 기울였다.

과거 잭슨홀이 큰 변화의 방향을 제시한 적이 많았기 때문에 금융시장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중립금리가 더 높아진다면 금융시장 입장에선 부담을 높일 수 밖에 없었다.

행사 전 전직 연준의 실력자, 그리고 전 재무장관 등이 중립금리를 거론하면서 긴장감을 키워놓았기 때문에 파월이 이 문제에 대해 어떤 답을 할지가 관심이었다.

미중 기술패권 전쟁과 팬데믹을 거치면서 세계는 블록화되고 있다. 아울러 미국은 자국 기업, 그리고 우방기업들이 자국에 투자하도록 만드는 리쇼어링 정책 등을 썼다. AI 등 첨단 기술의 중요성이 커진 가운데 통화정책에 구조적 변화가 오는 것 아닌가 하는 지적도 많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서머스 전 재무장관, 더들리 전 뉴욕 연은 총재는 "중립금리 상향 조정 가능성이 있다"면서 시장을 긴장시킨 바 있다.

하지만 파월은 25일 연설에서 중립금리에 대한 판단을 유보했다.

파월의 25일 연설의 주제는 '인플레이션, 진전과 향후 경로(Inflation: Progress and the Path ahead)'였다.

파월은 "중립금리를 확실하게 식별할 수 없기 때문에 통화정책이 얼마나 제약적인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항상 불확실성이 있다"면서 비켜나갔다.

금융시장은 파월이 중립금리 수준을 언급하는 문제에 대해 조심스러워 하자 이를 우호적으로 받아들였다.

황수욱 메리츠증권의 연구원은 "일각에서는 이번 잭슨홀 회의에서 중립금리 상향이 공식적으로 인정되면서 평균적인 정책금리 상향에 따른 시장의 구조적 부담을 우려했다"면서 "하지만 통화정책의 구조적 변화에 대한 언급은 부재했다"고 평가했다.

파월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했지만 뉴욕 주가는 올랐다. 단기 금리는 오르고 장기 금리는 빠졌다.

■ 미국 추가 인상의 문제...파월, 인상 시사했으나 '조건부'

파월이 금리는 더 올릴 수 있다고 했지만 조건이 걸려 있다.

경기, 물가 관련 지표를 면밀히 살피면서 추가 인상 여부에 대해 판단하겠다는 기존 입장엔 변함이 없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높은 만큼 필요하다면 금리를 추가로 올릴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추가 인상 여부는 기존의 입장대로 데이터를 보며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정점에서 하락한 일은 환영할 만한 발전이지만 여전히 너무 높다"면서 금리를 더 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매파적 스탠스는 유지됐지만 발언이 그다지 신선하지 않아 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제한됐다.

금리 추가인상, 그리고 중립금리에 대한 파월의 스탠스를 확인한 뒤 단기금리는 상승으로 반응하고 장기금리는 하락했다. 뉴욕 주가는 '불확실성 해소'에 무게를 두고 상승했다.

파월의 매파적 발언이 나오자 금리가 일제히 뛰기도 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장기구간 위주로 금리가 내려갔다.

파월 연설 당일 미국채10년물 금리는 0.67bp 하락한 4.2324%,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76bp 떨어진 4.2869%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7.00bp 속등한 5.0800%, 국채5년물은 3.46bp 상승한 4.4509%를 나타냈다.

주가는 파월의 '금리 추가 인상 준비' 발언에 하락하기도 했지만 기존 입장과 큰 차이는 없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47.48포인트(0.73%) 오른 34,346.90, 나스닥은 126.67포인트(0.94%) 높아진 13,590.65를 나타냈다.

잭슨홀 관련 긴장감, 혹은 기대감이 있었으나 구체적인 방향이 나온 건 없다는 평가들도 나올 수밖에 없었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고 파월이 복잡한 심기만 표출했다는 평가도 보였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파월은 지난해 잭슨홀에서 볼커의 재림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하게 물가 안정 의지를 피력했다"면서 "올해는 높아진 금리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에도 대해서도 고민할 필요성을 시사했다"고 평가했다.

파월은 그간 열심히 올린 금리가 경제활동을 영향을 미치는 '시차의 문제'까지 거론하면서 통화정책의 복잡성을 언급했다. 금리 추가 인상 필요성을 시사했지만, 동시에 추가 인상에 대해 부족한 자신감도 드러낸 것이다.

결국 이런 스탠스로 파월은 "과잉 긴축과 과소 긴축의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발언을 했다.

■ 현지 금융사들, 파월 발언 '매파적'으로 평가 불구 11월 추가인상 '애매'

연준은 현재 과잉 긴축과 과소 긴축 위험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여전히 연준은 인플레이션의 상방 리스크를 높게 보고 있다.

미국 현지에서도 이런 평가가 많았다. 주가가 오르는 등 위험자산이 반등하기도 했지만, 이는 불확실성 해소에 따른 것이다.

씨티은행은 파월 연설과 관련해 "연준 내 컨센서스는 정책 시차를 고려해 신중하게 움직이되, 대응은 기민해야(agile) 한다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고 풀이했다.

도이치뱅크는 "연준의 인플레 전망이 상방 리스크에 치우쳤다"고 평가했다.

BOA는 "파월이 2% 물가를 위해 추세 이하의 성장, 그리고 노동시장 둔화가 필요하다고 한 점을 보면 완전무결한 디스인플레이션은 없다는 점을 연준 내부에서도 인정한 것"이라며 "이런 점에서 파월 연설은 매파적"이라고 해석했다.

JP모간은 "파월의 발언은 매파에 가까웠지만 추가 긴축이 근접했다는 신호를 명확히 제시하지 않았다"면서 "지금 수준의 금리 유지가 우리의 기본 전망이지만 인플레이션 하락세나 노동시장 완화가 지속되지 않을 경우엔 추가 금리인상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노무라는 "파월이 과잉 긴축과 과소 긴축 리스크를 모두 언급했으나 과소 긴축을 더 경계했다"고 풀이했다.

금융사들이 대체적으로 매파적었다는 평가를 내렸지만 실제 인상 여부에 대해선 애매해하고 있다. 여전히 금리인상이 끝났을 것이란 추론이 더 많은 편이다.

현지 금융사 애널리스트들은 대부분 9월 금리 동결을 예상하고 있으며, 11월에 추가인상에 대해선 의견이 갈라져 있다.

씨티, BOA, 바클레이즈 등은 11월 인상을 전망하고 있으나 골드만삭스, JP모간, 도이치, HSBC 등 다수는 금리 인상이 이미 끝나고 본다.

황유선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 대해 현지 분석기관들은 고금리 장기화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으며 내년 금리인하 시점도 뒤로 이연될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황 연구원은 "이번 발언이 경제지표 추가 검토나 경제 연착륙을 확인하기까지 추가로 시간을 벌기 위한 말이었다는 해석들도 나오는 중"이라며 "작년 미팅 때보다는 덜하지만 매파적이었다는 평가가 많다"고 했다.

그는 다만 "분석기관들이 연내에는 미국 경제의 침체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지만, 고금리와 매파적 통화 기조로 인해 내년에는 경기 침체에 이를 수 있다는 의견도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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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파월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문, 출처: 연준

자료: 파월 잭슨홀 심포지엄 연설문, 출처: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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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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