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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국 금리 'higher for longer'의 또 다른 이유는 부동산의 다른 이름 '가계부채'

  • 입력 2023-08-24 14:1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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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이창용 한은 총재

사진: 이창용 한은 총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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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금리를 더 올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반복하는 선에서 금통위 이벤트를 갈무리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이자율 시장 대다수의 전망대로 만장일치 동결하면서 기준금리는 지난 번처럼 3.75%선까지 열어뒀다.

지금 수준에서 한번 더 올릴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면서 계속해서 금리인하 기대감은 닫았다. 연내 금리인상은 사실상 쉽지 않은 일이 됐다.

이 총재는 "금통위가 금리인상 가능성에 대해 논의를 하고 초점을 두고 있어서 인하를 얘기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 가계부채 흐름, 최소한 금리인하 더 늦추는 요인

최근 은행 가계부채가 급증하면서 한은이 금리를 내리지 않을 명분을 강화시켰다.

최근 두 달간의 가계부채 데이터가 급증한 탓에 향후 이 부분이 진정되지 않으면 한은의 통화완화는 좀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금리인상'을 열어두는 두 가지 이유 중 하나가 가계부채라는 점을 명확히 알려줬다.

한국 가계부채는 부동산 매매가 늘어날수록, 그리고 집값이 오를 수록 더욱 늘어나는 구조다.

한은 총재가 통화정책은 직접적으로 부동산을 타게팅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가계부채는 사실상 부동산의 이면 성격을 지니고 있다.

총재는 "금통위원들이 금리 추가인상을 열어둔 첫번째 이유는 연준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두번째 이유는 가계대출 증가세가 계속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가계부채는 부동산 시장 흐름과 맞물려 돌아간다.

3개월 전부터 한국부동산원 데이터로 서울 아파트는 상승세로 전환됐다. 지난주엔 표본이 더 많은 KB가 서울아파트 가격을 상승전환시켰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990년대말 IMF 외환위기 사태 이후 처음보는 저조한 모습을 나타냈다.

월간 서울아파트 거래량은 작년 10월 500건대라는 상상하기 힘든 거래량은 보인 바 있다. 이 때를 저점으로 거래량은 꾸준히 늘어나 현재는 3천건을 넘어서 4천건에 육박했다.

거래량 통계 집계 이후 거의 평균이라고 할 수 있는 월간 6천건엔 여전히 못 미치지만 흐름 상으로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현재 집계 중인 7월 거래량의 경우 여름 비수기 효과와 서울 대단지 아파트값 급등에 따른 매수, 매도 호가갭 차이로 약간 주춤할 수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늘어나는 중이다.

한국 가계부채는 집값이 타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은 서울, 경기 지역 거래량과 가격에 큰 영향을 받는다.

■ 한은 총재, '금리 얕잡아보는 부동산 예비 투자자'에 경고

이창용 총재는 특히 금리를 얕잡아보는 부동산 투자자에 경고장을 배달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부동산 대출이 늘어난 것은 다수가 금리가 안정되고 앞으로 금리가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예측에서 집값 바닥을 쳤으니 대출을 받자는 집값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진단했다.

총재는 또 "50년 만기 대출을 통해서 DSR 규제를 약간 회피하는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가계부채가 두달간 늘어난 것 같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간 해왔던 규제 완화정책을 조금더 조정해 나가야 하는 것이 먼저"이라며 "거시정책은 그 이후에 생각할 문제"라고 했다.

시중에선 한국 금리의 'higher for longer'가 될 이유 중 하나로 부동산과 가계부채가 꼽히기도 한다.

서울의 한 공인중개사는 "최소 아파트값 상승은 불가피해 보인다. 지금 분위기로 보면 급등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따른 집값 폭등으로 무주택자들의 꿈이 이미 물거품되지 않았는가. 최근 몇 년간 집값은 젊은층, 서민층 등 많은 사람들의 인생 패러다임 자체를 바꿨다"면서 "문제는 향후 공급 구조 등을 감안하면 다시금 집값 폭등이 재연될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도 골치가 아플 것"이라며 "어쩔 수 없이 거래량을 늘리는 차원에서 규제를 완화했지만, 지금 같은 때에 금리를 내리면 (아파트 가격상승을 자극해) 큰일 난다"고 했다.

한은 총재도 금리를 쉽사리 내려주지 않을 듯한 말을 했다. 높아진 금리를 감안하지 않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어려움에 처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거론했다.

이 총재는 "집값이 어떻게 될지 얘기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다만 돈 빌려 집 살 때의 금융비용이 과거 10년처럼 1,2% 수준으로 낮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했다.

그는 "본인의 이자 감당 수준을 고려해서 부동산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 한은 총재, 정책의 부동산 연착륙 효과 평가...지금의 가계부채 증가세, 일단 미시정책으로 대응할 때

이 총재는 레고랜드 사태 이후 당국이 한층 금융안정에 신경을 써왔다는 점을 강조했다.

사실 금융안정의 상당부분은 부동산이나 가계부채와 엮여 있다.

이 총재는 "지난 10월 이후에 금융시장 불안이 올라간 상황에서 한은 뿐만 아니라 정책 담당자들의 우선 순위는 금융불안이 더 심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면서 "부동산 시장 가격이 연착륙되는 것을 목표로 미시적 규제 완화 정책을 하면서도 금리를 높여왔다"고 상기했다.

그 결과 부동산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고 부동산 PF 관련 금융시장 안정된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총재는 "반면 미시적 정책의 기대치 않은 효과로 가계부채가 2달 정도 올라왔다. 상황이 변한 만큼 정부 당국과 미시적 정책 규제 등을 점검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가계부채 증가폭이 커져서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올라가는 일이 없도록 미시적 조정을 할 것"이라며 "점진적으로 가계부채를 낮춰가자는데 한은과 정책당국이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으로는 미시적 정책으로 가계부채 흐름을 조정하지만, 만약 부채가 더욱 증가하거나 시장 반응이 부족하면 거시정책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지금은 거시정책(예컨대 금리인상)을 동원해 가계부채 증가를 막을 정도의 상황은 아니라고 했다.

GDP 대비 총량이 늘어나지 않도록 정책당국간 공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고 자평했다.

그는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데 따른 가계부채 늘어나는 것이 금융시장 안정을 저해할 수 있고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도 약화시킨다"면서 "가계부채 늘어나는 데에 중앙은행으로서 관심을 두고 있다. 어느 지역에 부동산 가격 오르는 문제는 미시적으로 다른 정책으로 해결할 문제"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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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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