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9 (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묵언기간 중 한은 총재가 밝힌 금통위 이슈

  • 입력 2023-08-22 14:3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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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은행 금통위원들과 감사

사진: 한국은행 금통위원들과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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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통위 논의는 파월 의장 발언, 9월 FOMC 예상, 중국 경제 회복이 느린 부분, 중국 단체관광 영향, 가계부채 등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22일 금통위 금리결정 방향을 묻는 질문에 '묵언기간 중'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금리 결정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 요인, 그리고 국내 내부의 가계부채 문제를 지목한 것이다.

채권시장은 이번 회의의 금리 동결을 '기정사실'로 보면서 한은 총재의 코멘트, 경제전망 등을 주시하고 있다.

■ 금통위 논의 주제, 미국 요인

파월 의장의 최근까지 발언은 채권시장에 우호적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파월은 지난 달 말 "금리인하 시점이 올해는 아닐 것"이라며 "더는 경기침체를 예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9월 금리 인상 여부와 관련해선 "올릴 수도 있고 동결할 수도 있다"고 했다.

금통위(24일) 다음에 잭슨홀 미팅의 파월 의장의 발언이 대기해 있다.

24~26일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등이 참석하는 잭슨홀 미팅이 '글로벌 경제의 구조적 변화'라는 주제로 열리며, 파월 의장의 연설은 25일에 잡혀 있다.

최근까지 파월의 발언은 이자율 시장에 우호적이지 않았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채권시장은 높은 확률로 9월 FOMC의 금리 동결을 예상해왔다. 파월의 발언은 최근까지 여전히 매파적인 쪽이었다"면서 "금통위가 파월과 연준을 주시하기 때문에 얼마나 우호적인 멘트가 나올지 의심스럽다"고 했다.

한은은 이번 회의에서 '9월 FOMC 예상'도 고려한다.

시장은 금리 동결, 그리고 파월은 '올릴 수도, 동결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금통위에서 다룰 미국 요인이 크게 우호적 재료가 되긴 쉽지 않다.

■ 금통위 논의 주제, 중국 요인

채권시장 입장에선 중국 경기 둔화를 우호적인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중국 부동산 위기와 예상을 밑도는 중국 경제지표 등을 볼 때 중국의 성장률이 예상보다 낮게 나올 가능성이 높아졌다.

따라서 올해 5%대의 성장률을 예상하는 곳에선 4%대로 전망치를 내리기도 했다. 지금은 중국 성장에 대한 눈높이가 낮아지는 국면이다.

하지만 중국 경기 우려에 따른 위안화 가치 하락이 원화 가치도 동시에 낮추기 때문에 금리엔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

아울러 중국 단체관광 허용은 국내 경기에 보탬이 될 수 있어 역시 통화완화를 제약할 수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중국 경기 둔화 요인이 단체관광 허용에 따른 긍정적 요인보다 국내 성장률에 더 나쁜 영향을 줄 것같다. 금통위 판단은 어떨지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 금통위 논의 주제, 한국 요인 가계부채

이 총재는 금통위에서 논의할 주요 국내 주제로 가계부채를 거론했다.

가계부채는 최근 크게 늘어났다.

사실 가계부채 증가엔 정부의 정책 요인이 크게 작용했다. 당국의 특례보금자리론, 전세자금반환대출 규제 완화 등이 대출을 늘렸다.

최근 은행 가계대출은 급증했다. 7월 중 은행 가계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6.0조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6월 5.8조원 보다 증가폭을 더 확대한 것이다.

여기에 올해들어 아파트 거래량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수도권 가격은 상승전환했다. 한국부동산원 데이터로는 3개월 전부터, KB 데이터로는 최근 상승 전환한 상태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2분기 가계신용(잠정)'에 따른면 올해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862.8조원으로 전분기말 대비 9.5조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4분기 3.6조원, 올해 1분기 14.3조원 등 2개 분기 연속 감소한 뒤 증가세로 전환한 것이다.

7월 은행 가계대출 급증 등을 감안하면 최근 가계부채는 상당폭 확대됐다. 정부 역시 정책적으로 빚을 늘렸지만, 빚 증가세는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이날 국회 기재위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최근 주가가격 상승과 함께 가계부채가 늘고 있다. 가계부채는 엄격히, 일관성 있게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 통화정책서 가장 중요한 물가, 총재 물가관리 '자랑'...부총리 '추경'에 대한 일관적 태도도 평가

물가, 경기는 금통위의 기본적인 논의사항이다.

이런 가운데 한은 총재는 국회에서 물가 관리를 잘 했다고 '자평'하는 모습을 보여 주목을 끌었다.

이창용 총재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물가안정에 대해선 우리 성과가 좋았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수진 의원이 '고물가에 대해 한은 총재가 안일한 것 같다'고 하자 반박하면서 한 말이다.

총재는 "그간 물가가 많이 오른 요인에 유가 등 해외요인이 컸다. 유가가 오르면 파급효과가 크다"면서도 한은이 나름대로 잘 관리했음을 강조했다.

그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높아진 물가 상승률을 빨리 낮췄다. 물가 3% 아래로 내린 선진국 중에선 거의 유일한 나라"라고 치켜세웠다.

다만 기저효과 때문에 8월 물가는 7월보다 높아질 수 있다.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비 2.3%까지 크게 둔화된 바 있다.

총재는 "8월과 9월엔 3%대를 나타낼 가능성 있다"고 했다.

총재는 이후 내년 하반기 정도에 2%대 중반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추경호 경제 부총리는 추경에 대해 부정적인 스탠스도 유지해 채권시장을 안심시켰다.

부총리는 "성장률 0.1~0.2%p 높이려고 빚을 낼 상황은 아니다"라고 했다.

국세 세수가 지난해에 비해 크게 덜 걷히자 채권시장 일각에선 여전히 추경에 대한 의구심을 떨치지 못했지만, 부총리는 일관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부총리는 "재정상황이 녹록하지 않다"면서도 "여러 곳에서 (한국) 재정상황을 예의주시한다"고 했다.

한국 경제현실이 미국이나 일본과 달라 이들처럼 곳간을 풀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전한 것이다.

B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한은 총재가 물가관리 잘 했다고 하고 부총리가 성장률을 올리기 위해 추경을 하지 않겠다고 한 것은 우호적인 코멘트"라며 이날 기재위 이벤트가 채권가격 하락을 제어하는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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