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9 (월)

(장태민 칼럼) 미·중 패권전쟁의 골디락스 지분

  • 입력 2023-07-19 13:5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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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디락스 스토리는 동화 작가들 뿐만 아니라 이코노미스트들에게도 아이디어를 줬다.

골디락스 스토리는 동화 작가들 뿐만 아니라 이코노미스트들에게도 아이디어를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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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2023년 초입 골디락스에 대한 기대감이 만만치 않았다.

연초 주식, 채권가격이 동반 상승하는 가운데 인플레이션이 둔화될 수밖에 없다는 믿음, 경기가 둔화되더라도 그 폭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 등이 골디락스에 대한 전망을 강화했다.

이후 인플레이션, 경기 전망을 두고 치고받는 시간이 흘러 2023년 중반 다시금 골디락스와 관련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우선 최근 인플레 둔화가 보다 가시적으로 나타난 영향 등이 작용했다.

여기에 미국 경기는 상대적으로 좋고 중국은 예상에 못 미치는 구도 등도 골디락스를 바라는 사람들에겐 긍정적으로 다가온 측면이 있었다.

■ 미지근한 게 좋아

골디락스는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적당한 경제 상황을 뜻하는 말이다.

영국 전래동화 '골디락스와 곰 세 마리'(Goldilocks and the three bears)에 등장하는 소녀의 이름에서 유래한 용어다.

이 곰 세마리 스토리에서 금발머리 소녀 골디락스는 곰이 끓인 세 가지 종류의 수프, 즉 뜨거운 것과 차가운 것, 미지근한 것 중에서 미지근한 것을 먹고 행복해 한다.

21세기 들어선 미지근한 것인 적당한 것이란 믿음이 각종 경제 현상과 마주하는 사람들의 뇌리 속으로도 들어왔다.

역사적으로 볼 때 너무 뜨겁거나, 차가운 것은 항상 다른 문제를 야기했다. 그런 만큼 큰 호황이 아니더라도 적당한 성장과 안정적인 물가가 좋다는 인식이 곰 세 마리 얘기와 함께 번졌다.

■ 인플레 둔화 속 리세션 없이 가기

미국 금융사 골드만삭스는 최근 미국이 12개월 안에 리세션에 빠질 확률 전망치를 25%에서 20%로 하향 조정했다.

이 회사 전략가들은 리세션 전망을 낮춘 가장 큰 이유로 '적정 수준에서 인플레이션이 둔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근 물가 흐름은 "경기가 인플레를 우려할 만큼 과열되지 않고, 그렇다고 침체를 걱정할 만큼 냉각되지도 않는" 경제 상황을 의미하는 골디락스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간 금융시장 애널리스트들 사이에서 미국의 리세션에 대한 전망이 강했다.

하지만 물가가 최근 가시적으로 둔화된 데다 미국 고용지표를 포함해 각종 지표들이 괜찮게 나오자 골디락스의 현실화 가능성에 힘이 실리는 모습이다.

■ 美-中 패권전쟁의 골디락스 지분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17일 "미국경제 성장세도 다소 둔화하고 있지만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미국경제에 있어 리세션을 예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옐런은 "경제는 노동시장이 큰 타격을 받지 않으면서도 인플레이션은 둔화하는 좋은 경로에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성장세가 둔화됨에 따라 미국에 일부 부정적인 영향이 올 수 있지만 큰 흐름에 변함이 없을 것이란 인식도 드러냈다.

그러면서 "중국향 미국 투자를 제한하는 것은 전적으로 국가보안을 고려한 것"이라며 앞으로도 해외(중국) 투자 통제를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을 내비쳤다.

올해 중국이 코로나 통제에서 벗어나 재개방에 나서면 세계 경제가 자극을 받을 것이란 기대감이 컸던 게 사실이다. 이와 동시에 중국의 원자재 수요 등이 글로벌 인플레 통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걱정이 동시에 있었다.

하지만 현재 중국 경제는 예상만큼 좋아지지 않는데다 미국은 상대적으로 양호해 보이는 측면이 있다.

■ 중국 경기 상황, 글로벌 인플레 자극 못해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은 전년비 6.3%로 전기(4.5%)에 비해 상승했으나 예상치(7.1%)를 밑돌았다.

일견 수치가 높아 보이지만 기저효과를 감안해야 한다. 중국의 작년 2분기 성장률은 0.4%였다.

미중 갈등과 대외수요 둔화에 따른 중국 수출 감소 등이 중국 경제 회복 강도를 낮추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엔 부동산 시장 위축에 따른 투자 저하 등 내부적인 과제도 크다.

여전히 중국경제가 올해 당국이 제시한 5% 성장을 달성하는 데는 문제가 없을 것이란 예상이 강하지만, 미중 갈등 속에 중국경제 활력은 예상보다 못 살아나고 있다는 진단이 많다.

상대적으로 중국경제를 더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도 있다. 이런 사람들은 중국 경제의 더블딥이나 디플레이션 고착화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5% 달성도 쉽지 않다고 보기도 한다.

아무튼 중국 경제의 예상을 밑도는 회복세가 수요 측면의 글로벌 인플레 압력을 더 가중시키지는 못하고 있다. 특히 2분기 중국의 CPI 상승률은 전년비 0.1%에 불과했으며, PPI는 -4.5%를 나타내 놀라움을 안겼다.

■ 골디락스와 금융시장 희망의 찬가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월비 3.0% 올랐다. 미국 CPI 상승률은 12개월 연속 상승폭을 둔화한 것이며, 전년비 3.0% 상승률은 2021년 3월 이후 가장 작은 것이다.

근원 CPI의 전년비 상승률은 4.8%로 여전히 관리목표인 2%보다 상당히 높지만 예상치(+5.0%)를 하회하면서 추가 둔화에 대한 기대치를 높였다.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캐나다의 6월 CPI 상승률은 2.8%를 기록하면서 예상(+3.0%)을 하회했다. 캐나다 물가 상승률은 27개월래 최저였다.

물가상승률의 가시적인 둔화, 그리고 그간의 긴축강도를 감안할 때 양호해 보이는 경제지표의 흐름은 골디락스에 대한 믿음을 강화시키고 있다.

금융시장에서도 이런 분위기를 감안한 희망을 찬가가 흘러나온다.

미국에 부는 경기 순풍과 중국에 부는 역풍, 그리고 인플레 둔화 속에 나쁘지 않은 미국의 경기 상황이 골디락스에 대한 기대감을 키운다.

작년 가을 이후 상승 흐름을 지속 중인 국내 주식시장은 골디락스에 기댄 추가 강세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고물가와 통화긴축이란 악령에 시달려온 채권시장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상황 전개란 평가가 엿보인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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