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3 (금)

(장태민 칼럼) 태양광과 세금도둑...민주화 386의 비민주적 과욕

  • 입력 2023-06-21 15:2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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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2022년 9월 13일.

국무조정실이 태양광 사업과 관련해 놀라운 결과를 발표했다.

당시 국무조정실은 2021년 9월부터 2022년 8월까지 산업부와 합동으로 전국 226개 지자체 중 12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운영실태에 대한 합동점검을 벌인 결과 2,267건(2,616억원)의 위법‧부당 사례를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전체 지자체나 전 기간을 대상으로 한 조사가 아닌 '표본조사'에서 엄청난 혈세가 낭비됐다는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당시 발표를 보면 위법·부정적 대출이 총 1,406건, 1,847억원이었다.

여기엔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대출 집행과정에서 허위 세금계산서를 이용한 부당대출과 무등록 업체와 계약집행한 사례 등이 포함됐다.

두번째 보조금 위법·부당 집행이 총 845건, 583억원이었다.

발전시설 주변 도로‧수리시설 공사를 수백건으로 잘게 쪼개서 입찰가격을 낮춘 뒤 특정업체와 수의계약한 사례, 결산서류를 조작해 전력사업 보조금으로 마을회관을 지은 사례 등이 해당한다.

세번째 입찰 담합 등 위법‧특혜 사례는 총 16건, 186억원이었다.

한국전기안전공사 장비 구매 입찰 과정에서 특정 업체들에 낙찰시키기 위해 들러리 업체를 세워 입찰한 사례 등이 여기에 해당했다.

■ 발표가 사실이라면...'황당무계한' 세금 도적질

작년 9월 국무조정실의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 '표본조사'에 대한 발표는 말문을 막히게 했다.

전체가 아닌 표본조사에서 이미 엄청난 비리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은 신재생에너지 보급,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 전력 R&D 사업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최근 5년간 12조원이 투입된 대규모 사업이다.

하지만 기금운영, 세부집행 등에 대한 외부기관의 점검은 미흡하기 짝이 없었다.

전국 226개 기초단체 중 12곳만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임에도 점검대상 사업비 2.1조원(금융지원 약 1.1조원, 융복합사업 약 1.0조원) 중 2,500억원 넘는 돈이 부정하게 사용된 것이다.

특히 태양광 지원사업의 경우 1차 점검대상 중 전체의 17%에서 부실이 확인됐다.

정부는 9월 30일 전력산업기금사업 점검 결과 후속 조치 차원에서 허위세금계산서를 발급하거나 위장 태양광 시설을 설치한 376명, 1,265건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고 발표했다.

■ 태양광은 '복마전'이었다...상당수 정부 간부·자치단체장 세금 도적질에 '혈안'

2023년 6월 13일.

감사원은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 중 비리혐의로 중앙부처 전직 간부, 자치단체장 등 38명을 수사의뢰한다고 발표했다.

감사원은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짧은 시간에 빠르게 확대되는 가운데 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고 정부 지원정책에 편승한 도덕적 해이 사례를 엄단할 목적으로 작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를 실시한 바 있다.

감사원은 특혜·비리 의혹이 있는 대규모 사업을 선별해 위법 여부를 집중 점검했다. 대상은 공공·민간 최대규모 사업 등 4건이었다.

감사원은 "감사결과 신재생 사업과 밀접한 기관의 공직자, 자치단체장 등이 민간업체와 공모해 인허가·계약상 특혜를 제공한 사례와 함께 허위서류 등을 통해 사업권을 편법으로 취득하거나 국고보조금을 부당 교부받은 사례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따라서 신속 수사가 필요한 사항에 대해선 올해 2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중앙부처 전직 간부급 공무원, 자치단체장 등 13명을 직권남용, 사기, 보조금법 위반 등의 혐의로 수사요청했다.

공무원 등 관련 종사자들의 비리도 심각했다. 신재생 업무 관련 이해충돌 가능성이 높은 기관 소속 임직원들이 태양광 사업 참여를 금지하고 있는 내부 규정을 위반하거나 겸직허가도 받지 않은 채 태양광 사업을 부당하게 영위하는 사례들도 확인됐다.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해 사적 이익은 얻은 사례도 확인되는 등 장기간 태양광을 둘러싼 '세금먹기' 복마전이 형성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예컨대 에너지 정책 소관 중앙부처 과장들이 민간업자들과 짜고 업자에 유리하게 법령 유권해석을 제공하는 등 특혜를 제공한 뒤 퇴직 후엔 해당 업체에 재취업하기도 했다. 자치단체장이 입찰공고상 계약조건에 미달하는 부적격 지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는 등 특혜를 제공하기도 했다.

심지어 허위 자료로 발전사업 허가를 받아 사업권을 편법으로 취득한 뒤 착공도 하지 않고 사업권을 팔아 돈을 벌기도 했다. 또 가짜 기술평가서를 바탕으로 대규모 국고보조사업 사업자로 선정돼 보조금을 빼먹는 일도 있었다.

■ 태양광, 지자체장이 친구들에게 먹여준 세금?

태양광 발전 정책은 중앙정부가 기획하고 지자체장들이 자금 집행과 운용을 담당했다.

전국 17개 시·도 지자체 등이 각각 운용했다.

특히 2010년대 중반 이후 한국의 지자체들은 태양광 사업에 열광했다. 서울시는 특히 이 사업에 큰 관심을 가졌다. 하지만 각종 특혜 때문에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감사원도 이미 2019년 10월 서울시가 특정 태양광 장비 업체에 특혜를 줬다고 지적해 태양광 관련 커넥션을 일부 파헤치기도 했다.

당시 문제가 된 태양광 업체는 녹색드림협동조합(녹색드림), 해드림협동조합(해드림), 서울시민햇빛발전협동조합(햇빛발전) 등이었다.

이런 업체들은 '시장이나 서울시 권력자'들의 인연으로 바탕으로 사업을 키웠다는 의심을 받아왔던 곳이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015년 태양광 미니발전소 설치 사업을 본격화했다. 박 시장은 이 사업을 하면서 '친환경 에너지 자립도시'라는 모토를 앞세웠다.

베란다형(거치식)과 옥상·마당형(이동식), 벽면부착형(고정식) 등으로 태양광 발전 장비가 우리의 이웃들로 들어왔다. 이같은 자가발전 장비 설치 사업이 '미니발전소 설치사업'이었다.

태양광 사업이 세금먹는 하마였지만, 지자체로부터 관련 사업체로 지정만 되면 큰 돈을 벌 수 있었다. 이미 오래 전부터 수많은 업체들이 난립해 세금을 도적질하기 위해 경쟁 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할 정도였다.

■ 허인회 사건에서 드러났던 태양광 '내 식구끼리 해먹기' 단서

많은 사람들이 태양광 사업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된 계기는 허인회씨 때문이었다.

허인회씨는 1985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1980년대 반미운동의 선봉에 섰던 인물이다.

특히 삼민투(민족통일·민주쟁취·민중해방 투쟁위원회) 위원장으로서 1985년 5월 서울 미국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을 주도해 유명세를 누렸다.

서울북부지검은 2019년 허씨가 태양광 발전 업체인 녹색드림을 운영하면서 직원 40여명에 수년간 임금을 주지 않은 혐의(근로기준법 위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혀 충격을 줬다. 당시 체불 금액은 5억원 안팎으로 전해졌다. 노동가치를 무엇보다 중시했던 운동가가 직원 임금을 떼먹었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허씨는 이후 국회 등에 도청방지 장치 납품을 청탁한 혐의로 2020년 8월 구속됐다.

사실 운동권 유명인사 허인회씨는 문재인 정부 출범 초부터 '에너지전환정책'의 특혜를 입은 인물로 거론돼왔다.

당시 운동권 출신 그룹이나 이를 잘 아는 사람들 사이에선 '386 운동권 카르텔'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결국 이후 감사원이 서울시 특혜를 지적했던 곳 중 하나가 허씨가 운영한 '협동조합' 녹색드림이었다.

발효현미를 팔던 녹색드림이 2017∼2018년 서울시에서만 총 37억여원의 태양광 사업 보조금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운동권 물정'을 아는 사람들은 서울시와 한 때 잘나갔던 운동권 스타의 끈끈한 '동지애'를 칭송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 끈끈한 동지애의 연결고리가 세금이었다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국토교통부 장관을 지냈던 변창흠씨 역시 SH공사 사장으로 근무할 때 허인회씨와의 관계를 의심받은 바 있다.

2020년 말 당시 야당은 "허인회는 2015년 11월 30일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던 녹색드림협동조합의 태양광 미니발전소를 공급하는 것을 SH에 제안했고 양측은 한 달 뒤인 12월 30일 '태양광 미니발전소' 보급 활성화 상호협력 협약서를 체결했다"고 폭로했다.

또 태양광 사업과 관련해 빠지지 않는 의혹 중 하나가 중국 업체(혹은 이와 연관된 정치인)와의 커넥션이다.

녹색드림은 국산 태양광 모듈을 사용한다고 속이고 실제론 중국산 제품을 시공해 에너지공단으로부터 지원금 부정 수령에 따른 환수조치를 받기도 했다.

태양광 사업은 오랜기간 '세금 따먹기' 사업으로 소문이 무성했으나 제대로 조사가 이뤄진 적이 없다.

원전에서 벗어나 에너지를 전환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세금이 탕진됐지만, 정확한 비리 규모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아무리 민주화 운동을 했더라도, 아니 정말 민주화 운동을 했다고 한다면, 국민 세금을 도둑질하기 위해 양심을 팔아선 안 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상당수가 나이 60대에 진입한 운동권 카르텔과 '에너지 전환 정책'에 얽힌 의혹 스토리는 무궁무진하게 널려 있다.

당국이 얼마나 파헤칠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불법으로 세금을 착복한 이들에게서 반드시 이를 환수하고 죗값을 물어야 할 것이다.

자료: 감사원

자료: 감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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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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