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26 (금)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SVB 사태로 관심 모으는 '실물'과 다른 '금융' 중립금리

  • 입력 2023-03-13 14:1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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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시54분 현재 국채선물 가격과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시54분 현재 국채선물 가격과 국고채 금리,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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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채 금리가 10년 4%, 2년 5% 등 '빅 피겨'를 바꾸는 수준으로 올라온 뒤 얼마 지나지 않아 폭락했다.

미국채 금리는 고용지표에 대해 잔뜩 경계하고 있다가 금요일 폭락했다.

새로운 한 주가 열린 뒤 아시아 시장에선 단기구간 위주로 미국채 금리가 추가로 급락했다.

SVB 파산이 최근의 시장 분위기를 일거에 바꿔버린 모양새다.

■ '단 이틀만에' 벌어진 모든 상황 되돌림?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8일 3.9902%로 다시 4%에 바짝 붙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틀간 급락했다.

10년 금리는 3월 2일 4.0596%로 급등한 뒤 4%대의 저가매수로 3.9%대 중반으로 하락했다. 하지만 연준의 긴축 스탠스 등으로 재차 4%선으로 붙는 듯했으나 9~10일 이틀간 28.67bp 급락했다.

특히 10일엔 SVB 파산이 전해지면서 20.55bp 급락해 금리가 3.7035%로 낮아졌다.

2년 금리의 진폭을 더욱 컸다.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은 7일 5%를 넘긴 뒤 8일 5.0658%로 더욱 올라왔다.

그런 뒤 이틀간 50bp 가까이 폭락했다. 미국2년물은 이틀간 47.48bp 급락했으며, 특히 SVB 파산이 전해진 10일엔 28.17bp 떨어졌다.

이후 새로운 한주를 맞아 아시아 시장에서 2년물 금리가 다시 20bp 넘게 빠지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에선 지난 목요일부터 금리 환경이 갑자기 바뀌었다.

최근 금리가 가파르게 올라온 데 따른 저가 매수에다 실업수당 신규청구자수가 예상치 19.5만명을 웃돈 21.1만명으로 집계되자 '변화의 기미'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특히 일각에선 SVB 사태에 따른 안전선호에 무게를 실었다.

결국 현지시간 9일 실업청구자수, SVB파이낸셜그룹 주가의 60% 폭락, 채권 저가매수 등으로 급락한 뒤 다음날 폭락해버린 모양새다.

A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지난주 고용지표를 앞두고 경계감이 컸던 상황에서 주말 SBV 사태가 게임체인저가 돼 버린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 美 2년금리 폭락 정도는 9.11, 리먼 등 때나 보던 일...최근 급속한 분위기 변화 이후 '되치기'가 금리 낙폭 키워

미국채 2년 금리를 보면 통화정책 전환에 대한 전망이 순식간에 상당폭 변했음을 알 수 있다.

이틀간 금리 낙폭이 9.11 사태 때나 리먼 파산 때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로 컸기 때문이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금리 급락폭 기준으로 1990년 이후 비교할 만한 사례는 2001년 9월 911테러, 2008년 리먼브라더스 파산 직후가 있다"며 "두 사례 모두 기준금리 인하가 동반되며 시장 금리 방향에 변곡점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는 금리 낙폭만 보면 대형 이슈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최근 금리인상에 따른 '약한 고리'부터 끊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갖게 만든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지속적으로 금리를 올리던 와중에 최근엔 인상폭을 더 높이겠다고 시사했다.

하지만 이런 태도 변화 직후 암호화폐 익스포져가 컸던 실버게이트와 벤처 투차 익스포져가 컸던 SVB의 파산이 발생하면서 금리 낙폭이 더 컸던 것이다.

결국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더 올려야 할 수 있지만 그 와중에 금융시스템에 균열이 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커질 수 밖에 없었다.

박 연구원은 "Higher for Longer에 집중하고 있던 시장은 최근 다시 Faster 가능성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연방기금선물 시장에 반영된 3월 FOMC에서 50bp 인상 확률이 가파르게 높아졌다"며 "2월에만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한달간 40bp 이상 상승했고 경기, 물가, 통화정책 모두 금리 상승 요인으로 해석되자 2월 미국채 Short 포지션이 급증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예상치 못한 SVB 파산이라는 변수가 급부상하자 가파르게 금리 되돌림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 주목 받는 실물 중립금리와 금융 중립금리

실물 경기에서 긴축과 완화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를 ‘실물’ 중립금리(R*, R 스타)라고 한다면 금융시장에서 자산 가격 과열과 경색의 기준이 되는 기준금리를 ‘금융’ 중립금리(R**, R 더블유 스타)라고 부른다.

금융 중립금리는 금융안정 여부의 기준이 되는 금리로 볼 수 있다.

실물경제 관점에서 보면 중립을 위해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고 볼 수 있지만, 각종 레버리지 투자 등이 혼재돼 있는 자산시장은 그 전에 더 예민하게 반응할 수 있어 '금융 중립금리'가 나름의 의미를 갖는다.

박민영 연구원은 "2022년 10월 영국 연기금 사태 이후 뉴욕 연은에서 ‘금융안정 실질 중립금리’ 관련된 개정 보고서 발표로 금융 중립금리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다"고 밝혔다.

지난 9월 하순 영국에선 물가 안정을 위한 공격적인 긴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연기금의 국채 청산 이슈가 불거지면서 시장 변동성이 극대화된 바 있다.

결국 영란은행은 기준금리 인상과 향후 양적긴축(QT)을 예고하면서도 일시적으로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무제한 양적완화(QE) 발표를 했다. 금리인상과 QT 국면에서 QE를 다시 들고 나오는 수를 써야 했다. 영란은행은 긴축과 완화라는 칼을 동시에 사용하면서 한달에 걸쳐 시장 기능을 회복 시키느라 용을 썼다.

현재까지 이번 사태가 미국 금융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평가가 많다. 은행업계가 유동성 경색이나 위기에 직면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약한 고리' 쪽에서 일어난 문제를 방치하기도 어렵다.

박 연구원은 "전체적인 상황을 보면 당장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포기하고 금융 불안정성에 대응하기 위해 긴축 통화정책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하지만 문제는 중소은행"이라고 밝혔다.

미국 주식시장에 상장된 은행만 600개가 넘지만, 총자산기준으로 상위 7개 은행이 전체 총자산의 70%를 상회한다. 나머지는 중소은행으로 분류된다. SBV의 경우 작년말 총자산 기준 16번째이다. 중소은행 중에 최상위권으로 분류 가능하다.

이에 다른 은행들에서도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퍼스트 리퍼블릭 뱅크(FRC), 웨스턴 얼라인어슨 뱅크(WAL) 등 유사한 규모의 은행들에서도 뱅크런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실물 펀더멘털은 더 강한 긴축을 요구하지만 '양극화'돼 있는 금융 펀더멘털은 금리인상 속도조절 필요성을 말해준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박 연구원은 "대형은행의 경우 예금금리를 기준금리 따라 올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풍부한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는 반면 중소형은행은 차별화가 심화돼 있다"며 "중소형은행의 총자산 대비 지급준비금은 코로나19 이전 수준보다 낮다. 예금금리를 높여 자금 유치를 유도하고 있으나 건전성 우려로 효과가 크지 않다"고 했다.

긴축이 지속되는 환경에서 대형은행과 중소형은행의 불균형이 심화될 수 있고 결국 이런 양극화 패턴은 더 강한 긴축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골드만삭스는 이 같은 은행 시스템이 받는 스트레스를 감안해 연준이 3월 인상을 쉰 뒤에 다시 25bp씩 인상을 진행할 것으로 봤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은 최근 은행시스템에 스트레스가 높아진데 따라서 3월 FOMC 회의에서 금리를 올리지 않을 것"이라며 "연준은 이후 5, 6, 7월 FOMC 회의에서 각각 25bp 인상을 단행해 최종금리를 5.25~5.50%로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 2월에 당한 뒤 구축한 채권 숏 포지션이 급격한 금리 급락 불러

국내 채권가격도 13일 장중 더욱 급등했다.

일단 미국 SVB 파산 소식에 미국채 금리가 아시아 장에서 더욱 빠지자 국내도 단기구간 중심으로 금리 레벨이 크게 낮아졌다.

미국 SVB 사태로 얘기치 못한 국채시장 급강세가 나타난 가운데 투자자들 사이에선 '포지션 쏠림'의 반복이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는 진단들도 적지 않게 제기됐다.

B 증권사의 한 딜러는 "골드만삭스 쪽에서 금리 동결도 가능하다는 식의 얘기도 나오고, 외국인도 포지션을 뒤집는 등 시장이 어지럽다"며 "국내외 이자율 시장 모두에서 생각보다 숏이 많았던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채권맨들이 2월에 크게 다친 뒤 대비를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또 다시 급격한 변동성이 초래됐다. 글로벌하게 숏이 많았던 데 따른 반작용이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리만사태는 경기가 꺽이면서 발생했는데, 지금은 경기가 좋은 상태에서 의외의 사건이 터져 다소간 차이는 있다고 풀이했다.

C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물 들어올 때 노젓자는 식의 분위기도 나타나고 있다"면서 "다만 CPI도 대기하고 있다. 냄비처럼 분위기가 뜨거워졌다가 식을 수도 있어 조심스러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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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신한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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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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