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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우라가미와 코스톨라니가 2023년 초 한국 주식시장을 본다면...

  • 입력 2023-02-09 14:2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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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코스피지수는 2022년 마지막 거래일 2,236.4로 거래를 종료했다.

주가지수는 2023년이 시작된 뒤 이틀 동안 더 하락해 3일엔 2,218.68로 떨어지면서 2,200선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하지만 이후엔 거침없는 상승세를 보이면서 '1월 효과'를 시현하는 데 성공했다.

연준의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에 대한 기대나 한은의 사실상 금리인상 종료 등 통화정책 기대감과 중국의 재개방에 따른 글로벌 경기 회복 기대감 등이 작용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월 8.4% 뛰었다. 1월말 이틀 동안 60p 가량 급락했던 코스피지수는 2월 들어 오름세를 이어가면서 연초의 기대감이 크게 훼손되지 않았음을 알렸다.

■ 주식은 경기 비관론자 많을 때 하는 것

지난해 말만 하더라도 주식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은 별로 없었다.

연준 등 각국 중앙은행의 '거친' 금리 인상에 따라 경기 침체나 둔화가 본격화될 것이란 예상이 강했다. 따라서 2023년 새해에도 조심해야 한다는 조언이 많았다.

하지만 2023년 초 모두의 예상을 뛰어넘은 주가 상승세가 이어졌다.

여러가지 이유가 거론됐으나 무엇보다 두드러진 것은 외국인의 매수세였다. 한국 주식시장을 좌지우지 하는 세력은 누가 뭐래도 외국인이다. 외국인은 1월 코스피시장에서 6조 3,704억원을 대거 순매수했다.

글로벌 달러 강세가 꺾이고 달러/원 환율도 하향 안정세를 이어가면서 본격적으로 외국인이 들어와 한국 주식시장을 자극한 것이다.

연초 주가 급등세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1월 효과에 대한 습관적인 기대가 있긴 했지만, 이 정도로 주가가 뛸 것으로 보기는 쉽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 기업 실적 악화, 올해 1%에도 못 미칠 수 있는 성장률 전망 등을 감안할 때 주가의 가파른 상승에 대해 고개를 갸웃대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주식은 '비관론이 만연할 때 하는 것'이라는 경험칙을 생각해 보는 사람도 있었다.

■ 주가는 지금 '코스톨라니 달걀' 아래에서 치고 올라오는 중인 것일까

1월 예상보다 큰폭으로 주가가 뛸 때 투자자들 사이에선 '장세 판단의 거장(巨匠)'인 코스톨라니와 우라가미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었다.

글로벌 금리 인상이 아직 확실히 종료되지 않은 데다 경기 비관론이 만연한 이 때 '벌써 시작된 것 아닌가'하는 의심도 보였다. 궁금증이 심해져 역사책을 뒤적거리는 사람도 나타났다.

지난 1987년 10월 19일 블랙먼데이 당시 다우지수는 22.6% 폭락했다.

블랙먼데이 이후 사이드카, 서킷브레이커 등 주식 거래를 정지시키는 제도까지 도입됐다. 블랙먼데이는 앞으로 주가지수가 20% 넘게 폭락할 때 강제로 주식시장의 문을 닫는 제도까지 도입해야 할 정도로 큰 사건이었다.

당시 경제학자들은 심각한 경제위기를 경고했다. 블랙먼데이 다음날 워싱턴에 모인 33인의 경제학 교수들은 미국 경제가 처한 위기를 걱정했다.

모두들 주식시장의 뜨거운 맛을 봤으므로 이제 누구도 주식에 쉽게 손대기 어려울 것이란 비관론이 '지식인들'의 입을 통해 흘러나왔다.

하지만 헝가리 출신의 전설적 투자자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그 교수들을 바보 취급했다.

"경제학자들이 심각한 경제 위기를 예고한 뒤 곧바로 주식시장은 '상승조정국면'으로 들어섰고 교수들의 예상과 반대로 경제는 계속 성장했으며 주가는 결국 '상승동행국면'으로 넘어갔습니다."

모두가 두려움에 떨 때 소신파들은 덤핑 가격으로 주식을 담았다. 코스톨라니는 자신의 그 유명한 '달걀 이론'을 설명하는 데 이 바보 교수들의 사례를 활용하기도 했다.

소신파 주식투자자들은 흥분한 바보들이 주식에 지대한 관심을 가질 때 물건을 넘기고 유유히 자리를 터는 것처럼 먹물들이 경제 위기를 들먹일 때 주식을 담아야 한다고 했다.

코스톨라니는 주가가 상승하는 국면을 상승조정국면(A1), 상승동행국면(A2), 상승과장국면(A3)으로 나눠서 설명한다.

A1 국면에선 소신파들이 뛰어들어 주가를 끌어올리고 A2 국면에선 소신파와 부화뇌동파가 절반씩 섞여서 주가를 올린다. A2 국면에선 소신파와 부화뇌동파 모두 행복하다. 이후 A2 국면에선 부화뇌동파들이 적극 매수에 참여해 거래량을 늘리며 시세를 올린다. 거래량이 터지면서 주가는 영원이 오를 듯하고 사회 분위기는 축제에 휩싸여 있다.

하지만 코스톨라니는 A3 국면에야 뛰어드는 투자자들에게 따끔한 경고를 했다. 하락 국면 전환을 앞둔 시기 뒤늦은 참여자들에겐 잃을 게 많기 때문이다.

최근 코로나19 사태 이후 상황, 그리고 2023년 초 상황을 엮어서 장세를 판단해보기도 한다. 2020년 3월 코로나19 장세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와 지금의 상황을 엮어서 추론해 보기도 하는 것이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2020년대 초부터 지금까지 수년간의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20년 3월은 코스톨라니 달걀의 전형적인 최저점 Y였습니다. 이 시기 다수 전문가가 팬데믹에 의해 소비 절벽이 진행됨에 따라 경제활동 전반이 중단될 수 있다고 언급했던 것을 기억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후 주식시장 비관적 전망을 비웃으면서 기록적인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그리고 2021년 중반기는 전형적인 최고점 X였습니다. 이 때는 대중 투자자의 주식시장 참여가 상당했으며, 이로 말미암아 고조된 분위기가 주가를 올려세우는 순환고리가 작동했습니다."

이후 주가가 22년까지 큰폭으로 떨어졌다. 1년 넘게 주가 하락이 이어지면서 사람들의 주식시장 관심도 줄어들었다. '역시나' 이번에도 당했다는 참회록을 적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그리고 강 연구원은 23년 초 '뭔가 시작된 것 아닌가'하고 의심했다.

"최근까지 1년 넘게 이어진 주가 하락에 따라 코스톨라니가 말하는 부화뇌동파는 더 이상 주식을 매수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23년 가장 큰 화두를 경기침체라고 언급하고 있으며 이제부터 중요한 것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리세션이라고 말하고 다닙니다. 즉 지금이 코스톨라니 달걀의 최저점 Y일 수 있습니다."

■ 아시아 시장의 선각자 우라가미가 지금의 상황을 본다면...

서양에서 코스톨라니가 '감각적 장세 구분법'의 선각자라면 동양에선 우라가미 구니오의 '사계절 이론'이 유명하다.

1990년대 한국 주식쟁이들은 일본 증권사 지점장 출신인 우라가미를 통해 장세를 읽는 법을 배우곤 했다. 그의 이론은 상당히 강력해 아직도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된다.

냉정한 선각자인 우라가미는 주식시장이 금융장세(금리 하락과 주가 상승)→실적장세(실적 오르며 주가 상승)→역금융장세(금리 오르며 주가 하락)→역실적장세(실적 내리며 주가 하락)를 거치면서 순환한다고 분석했다.

이 사계절 이론은 역시나 2020년 팬데믹 사태 이후의 주식시장 장세를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

2020년 3월 팬데믹으로 주가가 폭락한 뒤 미국 연준은 무제한 양적완화에 나섰다. 그간 본 적 없는 거대한 유동성이 풀리면서 주가가 급반등하는 금융장세가 시작됐다. 이후 2020년 하반기부터는 기업들의 영업환경이 나아졌다. 언택트 기업 등을 중심으로 온기가 점점 확산되면서 주식시장은 기업 실적으로 오르는 실적장세에 접어들었다.

하지만 2021년 중반부터 물가가 골칫거리로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런 우려가 주식시장에 투영되면서 주가는 비틀거리기 시작했으며, 각국 중앙은행들을 금리를 올렸다. 한국은행은 2020년 8월 금리인상 스타트를 끊었다.

한국에선 미친 듯이 오른 집값 때문에 사람들이 한국은행에게 금리를 올리라고 목청을 높였다. 한은은 결국 부동산을 돌려서 표현한 '자산시장'을 거론하면서 금리를 올려야 했다.

미국은 2022년 수십년간 본 적 없는 거친 금리인상을 시작했다. 이 역금융장세는 주식투자자들을 궁지로 몰았다.

금리인상이 상당부분 진행 뒤엔 역실적장세가 왔다. 지금은 역실적 장세가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역실적장세의 어느 수준에 있는지를 놓고 투자자들은 갈등하고 있다. 2022년 하반기 들어 한국기업들의 실적은 전반적으로 악화됐다. 하지만 지금이 역실적장세 중반부라면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

강현기 연구원은 우리가미의 사계절 이론도 주식 매수에 힘을 실어준다고 봤다.

"역실적장세 중반 주식시장 내부에선 흥미로운 모습이 나타납니다. 주식별로 기업실적에 대한 반응이 다른 것입니다. 만약 직전까지 어떤 주식의 가격 하락이 상당했다면 발표되는 실적이 부진하더라도 그 다음 국면에 대한 기대감이 투영되며 오를 수 있습니다. 역실적장세 중반을 지나면서 바닥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죠."

한국의 대표선수 삼성전자 주가는 부진한 4분기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빠르게 움직이는 주식의 속성을 감안할 때 모두가 '안 좋다'고 할 때 바닥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지금 주식시장이 역실적장세 중반을 지나고 있다면 투자환경을 그리 부정적으로 바라볼 필요는 없습니다. 서서히 바닥권을 거론할 수 있기 때문이죠. 주가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 먼저 움직여야...지금인가, 아닌가

우라기미의 사계절론은 통상 경기가 2~3년 단위로 바뀌며 시장을 이끄는 업종도 변한다고 설명한다. 우리가미는 그러면서 '먼저 움직이라'고 조언한다. 사는 것도, 파는 것도 빨라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미의 설명에 따르면 기업 실적이 안 좋아도 금융장세 징후가 보이면 은행, 증권, 전력, 가스, 항공, 공공서비스 관련 종목을 사야 한다. 금융의 힘으로 실적 장세가 찾아올 때는 대형주보다 성장형 중소형주를 권했다.

이후 물가 상승에 따른 금리인상, 즉 역금융장세엔 여전히 경기가 최고조에 있지만 투자자들은 경계해야 한다. 기업 수익이 여전히 늘지만 이 때 주식을 팔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리인상 등으로 역금융장세가 도래한 뒤 주가가 떨어질 때는 여전히 싸다면서 사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이 때 투자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물린다고 했다. 이후 사계절 이론의 겨울인 역실적장세가 찾아 온다. 이 때는 금리, 실적, 주가 모두 떨어지는 구간이다.

요약하면 우라가미는 금융장세에선 금리민감주, 실적장세에선 소재·시황산업 관련주, 역금융장세에선 고수익 중소형주, 역실적장세에선 대형우량주가 낫다고 했다.

2023년 들어 금리는 떨어지고 주가는 오르기 시작했다. 경기 비관론은 여전하다.

최근 금리인상 사이클 종료 기대감, 중국 경제 재가동 등으로 한국 주식시장이 예상보다 크게 오르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인상 사이클이 끝난 것으로 평가하는 사람도 많다. 한은이 1월에 금리를 올렸으나 최근 시장금리는 대폭 빠졌다. 정부는 은행 등이 금리를 과하게 올리는 것을 막았으며, 한은은 부족하지 않게 유동성을 관리했다.

우라가미와 코스톨라니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지금의 주가 상승세를 역실적장세 속에 나타난 '일종의 속임수'냐, 아니면 금융장세를 앞두고 미리 움직이는 '스마트한 상승'이냐를 놓고 갈등하기도 한다.

우라가미는 먼저 움직이라고 한다. 하지만 동시에 신호를 착각해 잘못 움직이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미 큰 흐름이 시작된 것인가, 아니면 속임수에 이끌려 방금 뛰어들었던 사람들이 털릴 때가 된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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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DB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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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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