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4 (토)

[자료] 조윤제 금통위원 "한은 통화정책, 재정정책·준재정정책과 보다 잘 조율될 수 있도록 노력 지속해야"

  • 입력 2024-04-19 15:1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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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조윤제 금통위원 이임사, 4월 16일 발표한 차담회 발언으로 대체

처음이자 마지막 ‘기자간담회’인 것 같습니다. 그동안 자주 뵙지 못해 죄송합니다. 금융통화위원회는 7명의 협의체이어서, 금통위원이 통화정책과 관련해 개별적으로 의견을 한국은행 기자실에 와서 공식적으로 표명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총재는 물론 다릅니다. 금융통화위원회 의장으로서 금통위를 대표해 금통위의 의사결정을 언론과 국민께 브리핑해야 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보면 지난 4년은 외교관 생활에서 다시 경제학자로서의 직업으로 돌아오게 된 기간이었습니다. 전임 이주열총재님, 현 이창용총재님, 함께 했던 동료 금통위원님들, 그리고 집행부 간부들과 직원들로부터 많이 배웠고, 행복했던 시간이었습니다. 이분들께 깊이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돌아보면 지난 4년은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역병으로 인한 펜데믹 위기, 30년만에 맞게 된 세계적 고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중앙은행으로서는 시험과 도전의 시기였습니다. 금통위원의 한 사람으로서 중앙은행이 해야 할 일에 대해 저 나름대로 고민하고, 모색하며 판단하려 했던 기간이었습니다. 그에 대한 평가는 추후 언론, 국내외 학계 및 전문가, 그리고 시장에 맡기려 합니다.

4년간의 금통위원 재임 중 지키려 했던 원칙이라면 원칙이랄까 하는 것은 저 개인의 입장을 떠나 늘 중앙은행에 맡겨진 역할에 충실하려고 했던 점입니다. 펜데믹으로 인한 초완화적 통화정책과 각종 유동성, 자금 지원 과정에서도 중앙은행의 관점에서 지켜야 할 것은 지키고, 대응해야 할 것은 빠르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그런 방향으로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아마도 제가 정부에서 근무하는 사람이었다면 달리 보고 접근했을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가 어떤 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설계하고 그것을 국민과 국회의 동의를 얻어 법으로 규정했을 때에는 그에 상응하는 취지에 따라 주어진 역할과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경제를 위하는 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4년을 돌아볼 때 첫 1여년은 팬데믹으로 인한 경제충격을 최소화하는 것이었고, 지난 2-3년간 중앙은행에 주어진 최대의 과제와 의무는 30년만의 고인플레이션을 빠른 시일 내에 안정시키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 일을 얼마나 충실히, 최선을 다해서 했느냐로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이 평가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금융안정을 기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였습니다. 나름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분석하고, 판단하려 애썼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년간 금통위원으로 일하면서 느낀 소회를 몇가지 간단히 말씀드려 보려 합니다.

첫째는 한국은행 직원들의 우수함, 성실함에 대해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전부터 한은 직원들이 우수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 안에 들어와서 일을 해보니 직원 한분, 한분이 모두 우수하고, 또 대단히 성실하게 일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것은 한은이 우수한 인재들을 뽑아서 그런 것도 있고, 또한 이 기관의 전통과 문화가 그렇게 잡혀 있어서 그런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이 분들이 한은 외부로도 많이 진출해 일할 기회가 있었으면 국민경제를 위해 더 크고, 중요한 일들도 맡아서 할 수 있을텐데 하는 아쉬움 같은 것도 느꼈습니다.

둘째는 지난 4년간 한은 내부에서 작성되는 보고서, 또한 외부에 발표되는 보고서의 질이 더욱 높아졌고, 양도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전임 이주열총재님, 현 이창용총재님의 리더십과 직원들의 노력의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러한 방향으로 직원들을 격려하고 독려해서 그런 면에서 작은 보람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부분이고, 더 좋아질 것이라고 기대합니다.

셋째는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국은행이 앞으로도 더 많은 분석, 노력과 모색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한국은행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주 목표로 해서 통화정책을 수행하고 있지만 정책수단은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에 비해 제한되어 있는 편입니다. 통화정책은 궁극적으로 시장의 금리와 유동성 수준을 통해 물가, 성장 등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국내 금융시장의 금리와 유동성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뿐아니라 주요국, 특히 미국의 통화정책에 의해 큰 영향을 받고, 또한 금융정책·감독 당국의 신용, 감독 관련 정책, 정책금융기관, 한국전력공사 등과 같은 준 재정기관의 대출행위, 자금조달 방식 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게 됩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결정, 대출제도, 포워드가이던스 등이 이 과정에서 어떤 파급경로를 통해 얼마만큼의 효과를 가져오게 되는지에 대한 보다 정치한 분석과 연구결과를 축적하여 통화정책의 유효성제고를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이 정부의 재정정책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영업행위와 시중금리,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신용 정책, 정부부처 및 공기업, 정책금융기관들의 준 재정정책 등과도 보다 잘 조율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입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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