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1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까지 동참한 한·일 통화 약세의 과도함...금리 되돌림과 한계

  • 입력 2024-04-18 10:36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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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1시29분 현재 국채 금리와 국채선물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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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한국 원화와 일본 엔화의 과도한 약세의 가장 큰 원인은 미국 통화정책 기대감 변화 때문이었다.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이 퇴조하면서 아시아 주요국 통화들은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워싱턴에서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선 한·일 통화의 과도한 약세를 지적하는 선언문이 채택됐다.

■ 한미일 재무장관 '한일 통화 약세 과도' 거론

한국, 미국, 일본 재무장관들은 현지시간 17일 워싱턴 DC에서 첫 3국 재무장관 회의를 개최한 뒤 3국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

세 나라는 지속 가능한 경제 성장과 금융 안정, 질서 있고 잘 작동하는 금융시장을 촉진하기 위해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런 가운데 3국은 엔화와 원화 약세 문제도 거론했다.

3국 공동선언문은 "우리는 기존 G20의 약속에 따라 외환시장 진전 상황에 대해 긴밀히 협의할 것"이라며 "최근 엔화와 원화의 급격한 평가절하에 대한 일본과 한국의 심각한 우려를 인지했다"고 밝혔다.

전날 한국과 일본 재무장관이 원화, 엔화의 과도한 약세를 우려하면서 외환시장에 공동으로 구두개입을 하는 초식을 선보인 뒤 미국의 재닛 옐런 재무장관까지 끌어들여 두 나라 통화 약세가 과도하다는 점을 선언한 것이다.

■ 또 다시 과도한 원화 약세 경고한 한은 총재

워싱턴을 방문중인 이창용 한은 총재는 전날에 이어 다시금 최근 원화 약세가 과도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 총재는 현지시간 17일 IMF 주최 특별 대담에 참석해 "최근 환율이 펀더멘털에서 다소 벗어났다.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엔화 및 위안화 약세에 연동했다"고 말했다.

최근 달러/원 상승이 과거 미국이 네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을 밟았을 때와는 다르다는 점을 지적하며 "당시 내외금리차에 더해 연준이 계속 금리 올릴 것이라는 우려가 환율에 더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통화정책 변화가 신흥시장 환율에 주는 영향은 1년반 전에 비해 일시적일 것"이라며 "시장이 여기에 적응하면 환율에 대한 부담이 사라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환율 변동성을 완화하기 위한 재원과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며 "불확실성이 상당한 만큼 전개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작년 중반 이후 피벗신호를 내놓은 이후로 환율이 안정되고 다수 중앙은행이 움직일 준비가 됐다며 "올해는 디커플링의 해가 될 듯 하다"고 진단했다.

한편 연말까지 근원CPI 2% 내외로 내려갈 것을 확신하면서도 헤드라인 CPI는 정보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CPI가 내려간다는 증거를 더 보고 싶다고 밝혔다.

■ 하락 반전한 환율

달러/원 환율은 16일 장중 1,400원을 찍고 하락하고 있다.

최근 가파른 오름세 뒤 당국 개입 속에 '빅피겨'를 터치한 뒤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여전히 미국의 금리인하 기대감 축소에 따른 미국발 부담이 남아 있지만, 당국이 쉼없이 경고장을 날린 탓에 다시 1,400원을 뚫고 오르기도 만만치 않은 모습이다.

더구나 워싱턴에선 한일 양국 재무장관이 미국을 설득해 동참까지 이끌어낸 모습이다.

일본은 최근 거듭된 구두개입에도 불구하고 엔화 약세를 제어하는 데 한계를 보인 바 있으며, 한국은 급격한 원화 약세가 이어지자 일본과 힘을 합쳐 미국에게 강달러 때문에 문제가 크다는 점을 설득했다.

투자자들도 금융당국이 이렇게 강하게 나오면서 개입 경계감을 주면 달러 롱 바이어스를 고집하는 데 부담이 커진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한미일 당국의 경고와 글로벌 달러 약세 등으로 1,370원대 후반으로 하락했다. 일단 가파른 달러/원 상승 뒤 빠른 속락이 이뤄진 상황이다.

■ 채권 가격변수도 과도함 해소 움직임...여전한 대외변수 경계감

미국채 금리는 16일 4.6685%까지 오르면서 경계감을 키웠으나 18일엔 4.589%로 내려왔다.

미국에서도 금리 4.7%대 이상은 과도하다는 평가가 적지 않았던 가운데 저가매수가 들어온 것이다.

전체적으로 금리가 올라 가격 메리트가 커지자 입찰은 양호했다.

미국 재무부가 실시한 130억달러 규모 20년물 입찰에선 낙찰수익률이 4.818%로 예상치(4.843%)를 크게 밑돌았다. 입찰 수요를 나타내는 응찰률은 2.82배로 이전 6번 평균(2.65배)보다 높았다.

국내 시장도 달러/원 환율의 되돌림을 보면서 최근 급등한 금리의 하락룸을 가늠하는 중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금리는 고점 근처에 있는 것으로 본다"면서 "물론 어떤 이벤트가 발생할지 모르지만 유가도 그렇고 장이 다시 좀 안정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는 "일단 미국채 10년 4.7%, 한국채 3년 3.5%를 고점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다만 국내외 채권, 주식 등 증권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요소가 연준의 통화정책 기대감이다 보니 경계감을 벗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는 여전하다.

다른 딜러는 "이제 금리 급등장이 바뀌어 좀 지지부진해 질 수 있을 것 같다"면서 "다만 여전히 한국이 자유의지를 발휘할 룸은 좁아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계속 미국 연준에 달려 있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채권 투자자들은 강세룸과 함께 한계도 엿보면서 조심스럽게 대응하는 중이다.

또 다른 딜러는 "채권시장이 무너졌다가 살아나고 있는데 장담하기는 쉽지 않다"면서 "일단 현재의 가격 반등은 기술적 되돌림으로 보고 있다. 가격이 더 오르면 매도 대응을 생각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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