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4-30 (화)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불안한 한·일 통화, 두 나라 '공동 메시지'까지....환율 눈치봐야 하는 통화정책

  • 입력 2024-04-17 11:0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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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전날 1400원 찍고 내려온 달러/원,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전날 1400원 찍고 내려온 달러/원,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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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전날 한국은행과 기재부가 공식적으로 외환시장 구두개입을 단행한 가운데 이날 아침엔 한-일 경제수장이 공동으로 원화, 엔화의 지나친 절하를 경계하는 목소리를 냈다.

달러/원 환율은 전날 장중 1,400원을 터치한 뒤 당국의 개입에 의해 상승폭을 줄였다.

일본 역시 엔화의 지나친 가치 하락을 문제로 보고 있다.

한국과 일본의 재무장관은 워싱턴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만나 자국 통화가치 하락에 대해 '공동으로' 우려하는 메시지를 발신했다.

■ 한국도, 일본도 '자국 통화가치 방어' 골몰

기재부는 17일 "최상목 경제부총리와 스즈키 순이치 일본 재무장관이 워싱턴에서 만나 최근 양국 통화의 절하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공유했다"고 전했다.

기재부는 또 "양국은 급격한 외환시장 변동성에 대응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고 밝혔다.

두 경제 수장은 두 나라가 국제, 역내 이슈에 있어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인 만큼 소통과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도 공감했다고 전했다.

최근 달러/엔은 1990년 이후 34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연준의 금리인하 지연 전망, 중동 리스크 등으로 한일 양국의 통화가 달러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것이다.

달러/원은 전날 장중 1,400원을 터치했으며, 달러/엔은 현재 154엔을 넘어서는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일본 당국은 연일 구두개입을 단행한 바 있으며 한국은 최근 환 시장 개입에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한편 전날엔 오금화 한국은행 국제국장과 신중범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이 "환율 움직임, 외환수급 등에 대해 각별한 경계감을 가지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나친 외환시장 쏠림 현상은 우리 경제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내용의 '공식' 메시지를 전했다.

■ 한·일 통화가치 하락엔 미국 요인 가장 커...한은 총재도 워싱턴에서 우려 메시지 내

최근 한국과 일본 통화가 맥을 못춘 가장 큰 이유는 연준의 금리인하 지연 가능성 때문이다.

현지시간 16일엔 제롬 파월 연준 의장까지 나서서 이전보다 자신이 매파적으로 변했음을 알렸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목표치를 향해 지속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더 많은 확신이 필요하다"면서 "인플레 목표치 달성에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노동시장 강세와 지금까지의 인플레이션 진전 상황을 고려할 때 더 긴 제약적인 정책을 통해 경제지표와 전망이 우리를 인도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파월은 2주전엔 예상보다 높은 인플레 결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인 전망을 변하지 않았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1분기 인플레 지표가 연준의 금리인하에 필요한 진전을 보이지 못한 것으로 풀이했다.

그는 "우리는 정책을 완화하는 것이 적절해지기 전 인플레이션이 2%를 향해 지속 가능하게 움직이고 있다는 더 큰 확신이 필요하다고 FOMC 회의에서 말한 바 있으나 최근 데이터는 우리에게 더 큰 확신을 주지 않았다"고 했다.

미국 금리선물시장이 연준의 연내 금리인하를 9월 한차례로 예상하는 등 금리인하 기대감은 대폭 축소됐다. 이런 분위기에 미국채2년물 금리는 5%에 거의 도달했으며, 국채10년물 금리는 4.7%를 향해 올라가는 중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한국과 일본 통화당국은 자국 통화들이 과도하게 움직이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이날 아침 미국 워싱턴에서 "최근 원화 움직임이 다소 과도하다.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시장 안정화 조치가 취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최근 원화 절하는 좀 과도한 편"이라며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와 엔화, 위안화 약세 등에 연동됐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올해 후반쯤 가서 금리를 인하 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 일본, 만만치 않은 엔화 방어...한국, 금리인하 위한 원화 안정 필요하다는 지적들도

달러/엔은 올해 들어 꾸준히 상승했다.

달러/엔 환율은 작년말 141.01엔에서 2월 13일 150.8엔으로 대폭 상승한 뒤 최근엔 저항선으로 여겨지던 152엔을 넘어 155엔에 근접하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달러 강세를 고려하더라도 엔화 약세는 과도한 모습이었다.

이에 따라 스즈키 재무상과 칸다 재무관 등은 '환율은 펀더멘털을 반영해야 한다. 필요시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내왔다.

엔화가 과도한 약세를 보인 이유 중엔 일본 통화당국의 대응 한계도 고려된 모습이다.

우에다 총재는 엔화 약세를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고 발표한 바 있으며, 시장은 최근의 '경험'을 토대로 일본당국 정책 대응의 한계를 인식했다.

예컨대 2022년 10월 BOJ가 외환시장에 개입해 엔화 절하 속도를 늦춘 적이 있지만, 달러/엔 하락을 이끈 것은 글로벌 달러의 약세 전환이었기 때문이다.

현재는 미국 경기가 예상보다 좋고 물가는 예상보다 느리고 둔화되고 있다. 일본 당국이 환시장에 개입하더라도 그 효과가 제한될 수 있는 환경인 것이다. 이런 점을 인식해 투기 거래자들은 엔 선물 순매도 포지션을 확대하는 등 약세 베팅을 지속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전날 달러/원이 장중 1,400원을 찍은 뒤 당국이 적극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날 달러/원은 장중 10원 넘게 떨어지면서 1,380원대 초반으로 향하고 있다.

17일 달러/원은 하락 압력으로 받으면서 시작한 뒤 중국 인민은행의 환율 고시 이후 위안이 강해지자 원화는 더 강해졌다.

지금은 환율 변동성이 큰 구간이어서 통화당국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많다. 이날 달러/원이 급락하자 채권가격은 하락폭을 축소하면서 올라왔다.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당분간 금리시장이 환율에 민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오늘 환율이 급락하면서 채권가격이 낙폭을 줄이면서 올라왔다"고 말했다.

다만 경계감은 여전하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한은이 직접 (환율) 타게팅을 하지 않더라도 고환율은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금리 인하를 더 늦출 수 있다"면서 "일본 엔화처럼 원화도 과하게 절하돼 당국 역시 인하 기대감이 커지는 것을 원치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고유가와 고환율 문제가 풀려야 시장이 바라는 금리 인하가 편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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