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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 CPI 3연속 카운터블로우와 금리인하 이연...국내 통화정책 영향 주시

  • 입력 2024-04-11 10:5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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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CPI가 다시금 예상을 웃돌면서 시장금리가 대폭 올랐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0일 18.20bp 급등한 4.5470%를 기록했다.

10년물 금리가 4.5%를 넘어선 것은 작년 11월 15일(4.5264%) 이후 처음이다.

미국채 2년물 수익률은 22.60bp 점프해 4.9705%를 나타냈다.

2년물은 이제 5%를 바라보고 있으며, 작년 11월 13일(5.0411%) 이후 가장 높아졌다.

미국 CPI는 1,2월에 이어 3월에도 금리시장에 카운터블로우를 날렸다.

■ 美 CPI, 3연속 금리시장에 충격

미국의 3월 CPI는 전월 대비 0.4% 상승해 예상치(0.3%)를 상회했다. 전년 대비로도 3.5% 올라 예상치(3.4%)를 웃돌았다.

근원 CPI는 전월보다 0.4% 올라 예상치(0.3%)를 웃돌았다. 전년 대비로도 3.8% 올라 예상치(3.7%)를 상회했다.

주거비와 에너지 물가 상승이 전체 CPI 상승을 주도했다.

에너지 물가는 전월 대비로 2월 2.3% 상승한 이후 3월에도 1.1% 상승했다. CPI 가중치의 약 3분의 1을 차지하는 주거비 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4%, 전년 대비 5.7% 상승했다.

실질 시간당 평균수입은 전월 대비 보합세, 전년 대비 0.6% 증가에 그쳤다. 인플레이션 상승은 근로자들에게 나쁜 소식이었다.

미국 CPI는 1,2월에도 시장 예상을 웃돌면서 시장을 긴장시켰다. 하지만 당시엔 '계절요인'이란 기대감도 있었으나, 3연속 시장 기대를 배반하면서 금리가 대폭 끌어올린 것이다.

의사록도 시장을 긴장시킬만 했다.

10일 공개된 연준 의사록에서 관계자들은 '인플레가 목표인 2%로 향한다는 더 많은 확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회의록은 "참가자들은 일반적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성에 대한 불확실성을 지적했다. 이들은 최근 데이터가 인플레이션이 지속 가능하게 2%로 하락하고 있다는 확신을 높이지 못했다는 견해를 표명했다"고 소개했다.

연준 관계자들은 지정학적 혼란과 에너지 가격 상승, 느슨한 정책이 물가상승 압력을 가중시킬 가능성 등을 우려했다. 인플레 하방 요인으로는 보다 균형 잡힌 노동시장, 중국 경제 약세 그리고 향상된 기술 및 상업용 부동산 시장 악화를 거론했다.

■ 인하 기대감 후퇴...이제 9월에 한번 예상

최근 연준 금리인하 기대감이 퇴조하면서 시장금리가 오르는 가운데 간신히 연내 2~3차례 인하 기대감은 유지되는 듯했다.

하지만 미국 3월 CPI는 불안하게 유지되던 금리 인하 횟수에 대한 전망을 일거에 낮췄다.

최근 3차례에서 2차례로 축소되는 흐름이었지만 3월 CPI가 나온 뒤 인하 시점은 7월이 아닌 9월로 이연되고 인하 횟수도 1번에 그칠 것이란 관점이 강화됐다.

시장에선 인플레가 좀체 꺾이지 않고 있어서 투자자들은 고금리 시대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조언들이 쏟아졌다.

최근 금리인하 시기를 7월로 늦췄던 CME 페드와치툴은 첫 금리인하 시기를 9월로 이연했다.

특히 연내 금리인하 횟수 역시 9월 1번차례로 제시해 이번 CPI를 통해 사람들의 인식이 크게 돌아섰다는 점을 보여줬다.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선 그래도 1,2월 특수요인을 감안할 때 3월은 좀 다를 것이란 기대감도 있었다. 하지만 막상 나온 물가지표 결과는 이런 기대를 무산시켰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3월 FOMC에서 시장이 안도할 수 있었던 이유는 파월 연준의장의 디스인플레이션 지지 발언, 1월·2월 물가 반등은 계절적일 수 있다는 발언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3월 데이터 확인 후 연준이 7월까지 금리동결하고 연내에 1회만 금리를 인하할 것이란 컨센서스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그는 "3월까지도 시장 예상보다 높은 물가 수준을 확인함에 따라 디스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대는 깨졌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커지고 있다는 경계 심리를 자극된 상황"이라며 주식투자자들의 보수적 대응을 조언했다.

연준 금리인하 시작 시점에 대한 예상이 하반기로 이연된 가운데 미국은 대선이 있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다는 평가도 보였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이번 CPI 발표 후 특이점이 관찰된다. 연초 이후 금리인하 시점이 지연되면 차기 회의로 지연됐던 것과 달리 이번에 시장은 7월 인하 전망을 건너뛰고 9월 인하 전망을 고려하고 있으며 연내 한차례 인하만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11월은 미국 대선이 열린다. 9월 회의는 대선 전 마지막 FOMC"라며 "연준 입장에서 정치적인 독립성을 지키겠지만 대선이라는 큰 정치 이벤트를 앞두고 금리인하를 선택하는 것 역시 쉽지 않은 선택"이라고 풀이했다.

향후 데이터에 따라 연준이 12월 인하 혹은 올해 인하를 완전히 배제하는 시나리오까지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 미국 금리인하 이연...'한국도 당연히 이연' vs '한국은 차별화로 더 빨리'

내일 금통위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금리인하 전망 시점이 이연되면서 국내 역시 더 늦춰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들이 강화됐다.

기본적으로 한국이 미국 통화정책의 족쇄에서 벗어나기 어렵다는 관점은 여전한 것이다.

통화정책 관련 국내는 환율 문제를 무시하기 어려운 데다 유가에 쥐약인 물가 구조를 갖고 있어 조속한 인하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진단도 보인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미국이 9월에 인하를 한다면 한국의 연내 인하가 의문시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채 2년 금리가 5%로 왔는데 한국이 선제적으로 내리긴 어렵다고 본다. 일단 올해 미국이 9월 1회 인하라면, 국내는 10월이나 11월 인하에 기회가 있다고 보는 게 무난할 듯하다"고 진단했다.

다만 현재 페드선물의 연내 금리인하 9월 1회를 감안할 때 그 쪽에서도 굳이 올해 인하를 단행해야 되는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B 증권사 딜러는 "사람들이 미국의 6월 인하 이후 한국의 7,8월 인하를 예상했지만 우리도 더 늦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현재 환율이나 유가 흐름을 감안하면 몇 달 뒤 인하를 예상하는 것은 채권쟁이들만의 욕심"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한미 금리 차별화에 대한 관점도 제시하면서 한국 경제는 더 안 좋다는 점, 한국 근원물가가 더 안정적이란 점 등을 지적하기도 한다.

C 딜러는 "한국이 굳이 미국보다 늦게 인하할 필요는 없다"면서 "인하 신호를 확실히 주면 그 전이라도 할수있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그는 "한국 경제는 미국보다 더 좋지 않다. 인하 시점을 미국 따라 반드시 이연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런 가운데 내일 금통위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어떤 스탠스를 보여줄지 관심이다.

총재가 물가, 유가, 환율 등에 초점을 둘지 국가간 차별화를 거론할지 등을 봐야 한다는 것이다.

D 채권중개인은 "미국 금리인하 이연 이후 국내 딜러들 사이에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이창용 총재가 말했던 국가간 차별적 경기 상황에 따른 차별적 통화정책을 염두에 두면서 미국보다 빠른 금리인하 시그널을 기대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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