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5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따로논 ISM 제조업과 서비스업...그리고 한국경제

  • 입력 2024-04-04 11:2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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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IS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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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3월 ISM 제조업지수 서프라이즈를 ISM서비스업지수가 누그러뜨렸다.

ISM이 3일 발표한 3월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1.4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의 52.6보다 낮아진 것이며, 시장 예상치인 52.7에 미달하는 수준이었다.

서비스업 PMI 중 가격지수는 53.4로 전월대비 5.2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팬데믹 시대의 도래를 알렸던 2020년 3월 이후 4년 만의 최저치였다.

서비스업 물가가 둔화되자 금리와 달러값이 하락 압력을 받았다.

ISM 제조업과 서비스업의 엇갈린 행보 속에 3일 장중 4.4%를 넘었던 미국채 금리는 4.3%대 중반으로 회귀했다.

■ 미국 제조업이 키운 기대감...서비스업이 낮춘 부담

지난 1일 미국 공급관리협회(ISM)는 3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0.3으로 전월 47.8보다 높아졌다고 발표했다.

이는 예상치인 48.1을 상회하는 결과였다.

특히 3월 미 제조업 PMI는 2월 수치와 예상치를 상회한 가운데 2022년 10월(50.2) 이후 17개월 만에 50을 웃돈 것이었다.

2022년 11월(49.0) 이후 2024년 2월(47.8)까지 16개월 연속으로 50을 밑도는 경기 수축국면에 머문 이후 17개월 만에 경기확장 국면으로 전환된 것이다.

발표 뒤 ISM 제조업 서베이 위원회의 티모시 R.피오레 의장은 "미국 제조업은 2022년 9월 이후 처음으로 경기확대 국면으로 전환했다"며 "수요가 긍정적인 가운데 생산은 강화됐다. 투입은 여전히 완화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제조업 주문과 생산 등이 양호한 시그널을 나타내면서 제조업 경기가 예상보다 좋다는 인식을 강화시켰다. 아울러 경기에 대한 기대치를 더욱 끌어올렸으며, 이는 금리 급등으로 이어졌다.

당시 미국채10년물 금리는 ISM 데이터 등의 영향으로 11.50bp 급등한 4.3160%를 기록하면서 재차 예민한 지점인 4.3%대로 진입했다.

하지만 3일 나온 서비스업 데이터는 따로 놀았다.

최근 양호한 경제지표 부담 등으로 4.4%를 넘어섰던 미국채10년물 금리는 ISM 서비스업에 안도하면서 다시 4.3%대 중반으로 내려온 것이다.

■ ISM 서비스업의 물가, 인플레 부담 낮춰

ISM 서비스업 PMI 중 가격지수가 5p 넘게 내려오자 투자자들은 인플레 부담을 낮췄다.

이번 주말 고용지표 확인 뒤 다음주 CPI 등을 확인해야 하는 금융시장 입장에선 한숨 돌릴 수 있었던 셈이다.

마침 파월 연준 의장도 도비시하게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파월은 3일 "경제 성장, 균형을 찾고 있는 노동시장, 물가 둔화 등을 감안하면 올해 특정 시점에 금리 인하를 시작하는 게 적절하다"고 했다.

예상을 웃도는 성장세에 불구하고 연준은 현재 인플레 둔화가 확인되면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상황이다.

아무튼 ISM 제조업이 준 부담을 서비스업이 완화시킨 뒤에도 금리 투자자들은 방향을 잡기 어려워하고 있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ISM제조업보다 물가 상관성이 높은 서비스업 지수 둔화가 확인되면서 인플레 부담을 누그러뜨릴 수 있었다"면서 "일단 미국채 금리가 4.3%대에서 더 치고 올라가지 못하게 잡아둔 셈"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러나 "여전히 미국 고용지표, CPI 등에 대한 경계감이 작용하고 있어 금리가 어느 쪽으로든 자신있게 방향을 잡긴 어렵다"고 풀이했다.

다만 파월의 발언이나 ISM 서비스업 둔화 등으로 물가 부담이 크게 낮아질 것으로 기대하긴 어렵다는 견해들도 적지 않다.

유명 헤지펀더 데이비드 아인혼은 3일 CNBC에 출연해 "올해 연준이 금리인하를 포기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미국 물가 상승속도가 다시 빨라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천문학적인 수익을 거뒀던 것으로 유명한 그린라이트 캐피털 회장은 금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 한국 경제는...ISM 제조업이 더욱 강화시킨 기대감

최근 발표됐던 2월 산업활동동향에선 경기 회복세 확산이 확인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ISM 제조업 지수가 양호한 모습을 보이자 수출 제조업이 중심을 이루는 한국 경제가 호기를 맞았다는 평가도 보인다.

전날 기재부는 국내에 있는 외국계 은행 연구원들을 불러 해외의 시각을 청취한 뒤 '낙관론'을 강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기재부는 전날 "(외국계은행 연구원이) 2월 산업활동동향에서 경기회복세가 더욱 뚜렷해짐에 따라 1분기 성장률뿐만 아니라 금년도 성장률 전망을 상향조정한 사례도 있다고 언급했다"고 소개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한국경제 낙관론은 반도체 쪽에서 잘 드러난다.

미적거리던 한국 주식시장의 대장주 삼성전자 주가까지 최근 급등하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강화됐다. 삼성전자를 적극 매수한 주체는 외국인이었다.

기재부는 "(외국계 연구원 등이) 주력 수출품목인 반도체에 대해 2월 반도체 생산이 14년 만에 최대폭 증가했다는 외신 등을 인용하면서 앞으로 AI 확산에 따라 한국이 특히 강점이 있는 HBM 수요가 대폭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가격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우리 수출·투자도 늘어나는 반도체 장기호황 시나리오도 가능하다고 했다"고 전했다.

■ 물가 둔화 흐름은 컨센서스...경기 회복세 강화와 같이 갈 수 있을까

최근 공급 압력으로 물가 둔화 흐름이 일시적으로 주춤했다.

하지만 한은, 기재부 모두 물가 둔화 흐름을 예상하고 있다. 디스인플레이션 과정이 울퉁불퉁하더라도 상승률 둔화는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해외 투자자들도 한국의 근원물가 수준이 주요국에 비해 낮아 한국 물가의 2% 안착을 예상하고 있다.

아울러 경기가 좋아지더라도 수출과 따로노는 내수 경기를 감안할 때 고물가, 고금리 상황을 시정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들도 적지 않다. 특히 PF 문제 등을 감안해 금리를 낮춰야 할 때라고 주장하는 목소리들도 나온다.

하지만 최근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국 수출경기가 좋아지는 상황에서 미국 ISM 제조업 호전이 한국의 금리 인하 시급성을 떨어뜨린다는 주장도 보인다.

인플레 둔화가 국내외 모두의 컨센서스이긴 하나 서둘 필요 없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것이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ISM 제조업지수에서 경기 확장 시그널이 나타났다. 한국 경제도 이런 분위기에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현재 채권투자자들이 경기가 좋아져도 내수는 어차피 못 살아나고 물가는 둔화될 수밖에 없어 금리를 내리게 될 것이라고 하는데, 지금 분위기면 한은도 최대한 금리 인하를 늦추는 게 합리적"이라고 진단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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