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8 (수)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CPI 다시 3%대로 올라온 뒤...

  • 입력 2024-03-06 11:09
  • 장태민 기자
댓글
0
[뉴스콤 장태민 기자] 2월 소비자물가가 전년동월비 3.1% 상승해 재차 3% 위로 올라왔다.

최근 2%대로 낮아졌던 상승률이 한 달만에 다시 3%대를 보여준 것이다.

CPI의 전년비 상승률은 작년 10월 3.8%, 11월 3.3%, 12월 3.2%를 기록한 뒤 올해 1월엔 2.8%까지 둔화됐다.

하지만 2월엔 다시 3%를 넘어서면서 물가 둔화 과정이 만만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 CPI 상승률 확대는 농산물 영향...정부, 농축수산물 수급안정대책반 가동

지난달 말 김병환 기재차관이 물가 상승률 3% 상회 가능성을 거론한 바 있으며, 금융시장도 '3자 가능성'을 예견하고 있었다.

물가가 재차 상승폭을 확대하는 데 큰 기여를 한 섹터는 농축수산물, 석유류 등이다.

농축수산물은 전년비 11.4% 올라 0.8%P의 기여도를 기록했다. 이는 1월의 기여도(0.6%P)를 상회하는 것이다.

지난 1월에 비해 석유류가 물가를 안정시키는 힘이 떨어진 영향도 작용했다.

1월 석유류는 전년비 5.0% 하락해 물가상승률에 0.2%P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2월엔 1.5% 하락하면서 하락 기여도는 0.1%P로 낮아졌다.

석유류가 포함된 공업제품은 전체적으로 전년비 2.1% 상승해 기여도 0.7%P를 나타냈다. 이는 1월의 기여도(0.6%P)를 약간 웃도는 것이다.

개인서비스는 전년비 3.4% 상승해 1.1%P의 기여도를 기록했으나 1월(1.2%P)보다는 기여도가 다소 축소됐다.

농축수산물의 물가 상승 기여도가 큰 상황이 이어짐에 따라 정부는 비상수급안정대책반을 가동해 할인 지원에 나서고 수입 물량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날 아침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산물 물가는 지난해와 올해 초 기상 여건이 좋지 않아 과일·시설채소 위주로 높다"면서 "참외가 본격 출하되는 4월까지 소비자가격이 높은 과일과 채소를 중심으로 전방위적 대책을 추진해 체감물가를 낮추겠다"고 밝혔다.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은 "오징어, 고등어, 참조기, 갈치, 명태, 멸치 등 대중성어종 6종을 중심으로 수산식품 물가를 안정시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부는 할인지원 등 예산을 활용하는 방안, 수입을 늘리는 방안(관세인하 포함) 등을 적극 이용한다는 방침이다.

■ 헤드라인과 다른 흐름...근원물가 상승폭 확대 제한

헤드라인 물가가 3%대로 다시 올랐지만 근원물가는 제자리 수준을 유지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상품가격이 수입승용차 등 내구재를 중심으로 오름폭이 확대됐지만, 서비스물가가 개인서비스 중심으로 둔화되면서 전월 수준인 2.5%를 유지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작년 1분기 4.0%에서 2분기 3.7%, 3분기 3.2%, 4분기 2.9%를 기록한 뒤 올해 1분기엔 2%대 중반을 예고하고 있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이나 에너지를 제외하고 추세적인 물가를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하향 안정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한국은행 역시 이런 흐름을 긍정하고 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가가 급등하지 않는다면 낮은 내수압력 등으로 추세적으로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부총재보는 다만 "농산물 등 생활물가가 당분간 높은 수준을 이어갈 수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그 흐름은 매끄럽기보다는 울퉁불퉁할 수 있다"고 했다.

한은은 2월 소비자물가에 대해 '예상수준'이라고 평가했다.

■ 물가에 가장 중요한 유가...불확실성 크나 현 수준 '80불 근처' 전망 유지

이런 가운데 유가 흐름이 앞으로 물가 움직임에 있어서 관건이 될 것이란 예상도 강하다.

중동지역 불안이 이어지고 OPEC+의 감산 효과가 힘을 발휘할 경우 유가가 오르면서 물가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

최근 국제유가는 80불선에서 추가 상승이 제한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일단 유가가 최근 레인지의 상단을 돌파할지가 관건이다.

특히 유가 공급 측면에서 미국과 석유 카르텔 세력의 힘 대결에서 어느 쪽이 승기를 잡을지가 유가 흐름에서 중요해 보인다.

박수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 비해 원유 수요 증가분이 축소될 것이라는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고 이는 현재의 유가 수준에 반영됐다"면서 "관건은 원유 공급을 둘러싼 미국과 OPEC의 가격 주도권 싸움"이라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유가를 안정시키고 싶은 미국과 높게 유지하고 싶은 OPEC 중 어느 쪽에 힘이 실릴지 봐야 한다"면서 "이어진 증산으로 미국의 초과 생산 여력은 축소된 반면 감산을 지속한 OPEC은 유연한 대응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OPEC의 가격 결정력이 높아졌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WTI가 1분기 중 WTI 70~78달러 박스권을 지속하다가 2분기 중엔 80달러 내외로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해외 금융사들은 평균적으로 올해 2분기나 하반기에 유가가 80불 수준이나 이 근처에서 등락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불확실성은 크지만 전망의 평균은 현재 수준과 크게 차이가 없다.

오정석 국제금융센터 연구원은 "OPEC+ 자발적 감산 연장, 러시아의 휘발유 수출 중단(3~8월), 유럽 디젤유 부족, 중동 불안 등이 유가에 단기 상승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나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협상 진전 또는 타결 시 전쟁 프리미엄이 낮아질 가능성도 상존하는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러시아의 휘발유 수출 중단과 유럽 디젤유 부족으로 정제마진이 높아질 경우 정유사들이 봄철 예정된 유지보수 계획을 일부 연기하고 가동률을 높일 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 CPI 다시 3% 넘은 뒤...'농산물 요인, 채권시장 긴장 못 시켜' vs '울퉁불퉁한 물가 흐름이 금리 인하 지연'

CPI 상승률이 다시 3%를 넘어섰지만 채권시장을 크게 긴장시키는 데 한계가 있는 모습이다.

정부가 농산물 가격 안정 등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를 거론한 데다 한은이 중요하게 보는 근원물가 상승률이 다시 올라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소비자물가가 다시 상승폭을 확대했지만 농산물 요인 때문이어서 시장에 부담을 주는 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한은 역시 근원물가 둔화를 자신하고 있어서 이번 채권시장이 물가 결과에 위축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평가했다.

다만 통화당국이 '보다 확실한' 결과를 원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는 물가 둔화 강도도 약화돼 금리 인하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진단도 나온다.

다른 딜러는 "전체적으로 물가는 둔화 흐름이지만 한은 말대로 하향 안정 과정이 울퉁불퉁할 수 있다면 금리 인하에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한은이 유가 불확실성 요인 등도 거론하고 있는 만큼 일단 상반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자료: 통계청

자료: 통계청

이미지 확대보기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 저작권자 ⓒ 뉴스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로그인 후 작성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