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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과는 다른 유럽 통화당국 스탠스...시장의 인하 베팅은 공통분모

  • 입력 2023-12-15 14:1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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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출처: ECB

사진: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 출처: EC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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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FOMC 결과가 나온 뒤 열린 유로존과 영국의 통화정책 스탠스는 미국과 꽤 달랐다.

파월은 앞서나가는 시장의 인하 기대감을 내버려뒀으며, 높은 근원물가보다 인플레 둔화 흐름에 무게를 뒀다. 아울러 연준이 '금리인하 논의'를 시작했다고 알렸다.

하지만 ECB는 '인하 논의 없었다'면서 인하 기대감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라가르드 ECB 총재는 시장의 금리 인하 베팅에 대해 견제구를 던졌다.

영국에선 인하 기대감에 대한 실질적 대응이 이어지고 있다. 여전히 금리인상 주장이 소수의견으로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영란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했지만 동결과 25bp 인상은 6:3이었다.

■ 미국과 다른 ECB, 그래도 인하 베팅은 지속된다

ECB는 리파이낸싱금리(4.50%), 수신금리(4.0%), 한계대출금리(4.75%) 등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성명서를 통해 최근 인플레이션이 둔화되고 있으나 향후 일시적으로 재차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ECB는 지난 10월 회의에서 15개월 만에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ECB는 지난 9월 회의까지 10회 연속 금리를 인상한 바 있다.

팬데믹 긴급자산매입프로그램(PEPP)은 내년 하반기부터 만기채권의 원금 재투자를 매월 75억유로 축소하고 내년 말에는 종료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원금 재투자가 적어도 내년 말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기존 입장을 수정한 것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투자자들이 금리 인하에 베팅을 늘리는 상황에서 ECB는 물가 압력에 대해 경계를 낮추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와 내년 인플레이션 전망을 낮췄지만 물가 압력을 낮추기 위해선 여전히 할 일이 있다"고 밝혔다.

라가르드는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해 절대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인하 논의를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기조적 물가 지표 중 내수 물가 상승률(수입 비중 18% 이하)이 상대적으로 둔화가 저조하고 임금 상승분에 대한 기업의 가격 전가력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라가르드가 일부러 시장금리 추가 하락을 막기 위해 인하 기대감 차단에 나선 것이란 추론들도 보였다.

박윤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ECB는 12월 경제전망에서 물가와 성장률 전망치는 일제히 하향 조정됐다. 특히 2024년 헤드라인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3.2%에서 2.7%로 크게 낮아지며 물가 안정화 경로가 더욱 분명해졌다"면서 "총재는 시장금리 속도 조절을 위해 금리인하 가능성을 부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억지로 시장금리를 붙잡아 두기 위해 매파적으로 보이려 노력했다는 것이다. ECB 물가전망, 경제전망을 모두 내리는 등 총재 발언과 조화가 잘 되지 않는다는 평가도 보였다.

ECB는 올해와 내년 인플레이션 전망치를 5.6%→5.4%, 3.2%→2.7%로 하향 수정했다.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각각 0.7%→0.6%, 1.0%→0.8%로 낮췄다.

시장은 물가와 성장 전망 악화에 따른 인하 기대, PEPP 관련 전략 수정이 금리인하를 위한 포석이란 의심 등을 거두지 않았다. ECB가 QT와 기준금리 변동(인하)은 연관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으나 시장은 시장 나름대로 해석했다.

총재의 견제구에도 불구하고 유로존 금리들은 하락세를 이어갔다.

독일10년물 금리는 5.85bp 하락한 2.1121%로 내려갔다. 이 수준은 지난 3월 17일(2.1051%)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독일2년물 금리는 9.32bp 급락한 2.5515%를 기록했다.

프랑스10년물 금리는 6.68bp 하락한 2.6399%, 2년물은 6.84bp 떨어진 3.0219%를 나타냈다.

최근 미국 뿐만 아니라 유럽, 영국 등에서 금리 인하에 대한 베팅이 이뤄졌다. 독일10년물 금리는 12월들어 33.19bp 하락했다.

■ 여전히 금리인상 주장 3명 나오는 영국, 그래도 인하 베팅은 이어진다

영란은행(BOE)은 14일 기준금리를 5.25%로 동결했다. 앤드류 베일리 BOE 총재는 당분간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것임을 시사했다.

BOE 통화정책위원회(MPC)는 기준금리를 장기간 높은 수준에서 유지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추가 금리인상 옵션을 열어두겠다고 했다.

베일리 총재는 "아직 갈 길이 남아있다. BOE는 계속해서 데이터를 면밀히 주시하면서 인플레이션을 2%로 되돌리는 데 필요한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MPC 위원들 가운데 6명이 동결을, 3명이 25bp 인상을 주장했다.

BOE 회의는 꽤 매파적이었다. 메간 그린, 조나단 하스켈, 캐서린 만 등 MPC 위원 3명은 지난 회의 이후로 금융 상황이 '완화'됐다는 입장과 함께 25bp 추가 인상을 주장했다.

MPC는 "더욱 지속적인 인플레이션 압력 증거가 있다면 통화정책을 더욱 긴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의 근원 CPI는 미국과 유로 지역보다 높은 5.7%를 유지하고 있다. 임금 상승률과 서비스 물가도 높은 수준이다.

다만 인플레 둔화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베일리 총재는 "올해 먼 길을 돌아왔다. 연속적인 금리 인상이 인플레이션이 1월 10%를 웃돌던 수준에서 10월 4.6%까지 떨어지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영국의 9월 CPI 상승률은 6.7%에서 10월 4.6%로 최근 급격한 둔화세를 보인 바 있다. 6명의 정책위원들이 동결을 주장한 가운데 일부는 과도한 긴축에 따른 부작용을 우려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유로존처럼 영국에서도 금리는 하락했다.

영국10년물 금리는 4.15bp 하락한 3.9569%로 내려갔다. 영국에선 최근 3일간 10년물 금리가 29.54bp 급락한 상태다. 영국2년물 금리는 3.42bp 떨어진 4.3265%를 나타냈다. 2년물은 3일간 26.78bp 떨어졌다.

최근 영국 시장에서도 강도 높은 금리 인하 베팅이 이뤄졌다. 내년 4월부터 100bp 넘는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란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됐다.

아직 근원 CPI 등이 제대로 둔화되지도 않았지만, 시장은 어쨌든 인플레는 둔화되는 중인 데다 경기 부진이 부각된다는 내러티브를 확산시키면서 금리를 뺐던 것이다.

■ 시장의 금리인하 베팅과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입장차

금리시장이 기준금리 인하 베팅에 돌입했지만, 미국과 주요국 통화당국의 입장은 꽤 다른 것이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여러 시장에서 금리 인하 베팅에 돌입했지만 중앙은행들의 입장차도 커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이 먼저 금리 인하 검토에 나섰지만 유럽 쪽은 아직 인하 기대감 확산을 막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면서 "한국 통화당국의 입장 역시 미국 보다 유로존이나 영국 쪽에 가까운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최소한 주요 선진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지 않을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전날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이상형 한은 통화정책담당 부총재보는 "금통위에서는 금리인하 관련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 연준 통화정책 변화 상황을 우리 정책과 기계적으로 연결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시장의 과도한 기대감을 경계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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