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5 (일)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연준과 달리 인하 논의 없는 한은...그리고 한국의 크레딧 경계감

  • 입력 2023-12-15 10:5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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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FOMC가 예상 밖의 도비시한 스탠스를 취한 뒤 채권, 주식, 원화값 등 국내 금융시장의 가격변수가 급등한 가운데 한은은 여전히 '금리 인하'와 선을 긋고 있다.

파월 의장이 '금리인하 논의 시작'을 알리면서 계속해서 피벗(PIVOT) 시점이 시장의 큰 관심이 될 수 밖에 없지만 한은은 아직 인하 기대감 차단이라는 족쇄를 풀지 않는 모습을 보인 것이다.

전날 통화신용정책 보고서를 발표한 한국은행은 "인하 관련 논의는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 한은 통화정책담당 부총재보 "우리는 인하 논의 하고 있지 않아"

FOMC가 예상보다 도비시했지만, 전날 한은 통화정책 담당 부총재보는 우리는 인하에 대해 다른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상형 부총재보는 "금통위에서는 금리인하에 관련해 논의를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부총재보는 '통화신용정책보고서 설명회'에서 "앞으로 성장과 물가 관련한 여려 지표가 발표되면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금통위에서 결정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연준 통화정책 변화 상황을 우리 정책과 기계적으로 연결짓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연준 정책의 불확실성도 남아 있으며, 연준과 시장의 전망 괴리도 큰 상황이라고 했다.

이 부총재보는 "FOMC가 낮춘 점도표상 금리는 여전히 4% 중후반 수준"이라며 "중장기적으로 2010년대 인플레 환경으로 돌아갈 지, 리스크 프리미엄도 2010년대로 돌아갈 지 등을 어떻게 판단할 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 노동시장, 기대인플레이션, 글로벌 공급망, 기후변화 대응 등과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 고려하면 단기간 내에 코로나 이전 환경으로 가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 한은 통신보고서는 기존 스탠스 유지

한은은 법정보고서인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서 "성장세를 점검하면서 중기적 시계에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에서 안정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에도 유의하여 통화정책을 운용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반복했다.

그러면서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긴축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유지한다는 스탠스를 유지한 것이다.

한은은 특히 여전히 물가 관련 불확실성이 크다면서 통화정책 전환엔 '물가의 목표 수렴 확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은 통신보고서는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둔화되지만 목표수준(2%) 수렴 시기와 관련해선 다양한 불확실성 상존한다"고 했다.

한은은 인플레 안정 시기가 불확실한 가운데 경기는 나아질 수 있다고 본다.

한은은 "국내 경제는 더딘 소비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수출 중심으로 개선될 것"이라며 "향후 반도체를 중심으로 상품수출이 개선되고 여행수요 회복에 힘입어 서비스 수출도 점진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의 수출 회복 흐름이 주로 글로벌 반도체 경기 회복에 기인하고 있는 가운데 재고조정 가속화, AI 관련 고성능 메모리 수요 확대 등과 더불어 스마트폰·PC 출하량도 점차 나아지면서 업황 회복이 가시화될 것으로 봤다.

■ 채권딜러들, 미국 내리면 '시차' 두고 내릴 것

이자율 시장은 한은이 당장은 금리 인하에 소극적이지만 미국이 변하면 어쩔 수 없이 변할 수 밖에 없다고 본다.

한국이 미국보다 먼저 금리를 내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시간의 문제라는 것이다.

결국 미국의 인하 시기가 얼마나 빨라지느냐에 따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논의, 그리고 실제 인하가 빨라질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한은 부총재보가 우리 금통위는 인하 논의를 안 한다고 했지만 결국 하긴 하게 될 것"이라며 "한은 스탠스 등을 감안할 때 우리는 미국이 금리 인하를 할 때 즈음 논의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B 딜러는 "일단 미국의 인하가 더 빠를 것"이라며 "한국의 인하 시점은 미국이 50bp 정도 내린 뒤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한은이 당장이야 금리 인하와 선을 긋겠지만 미국이 2번 정도 내리면 바로 따라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며 "한은 출신들이 좀 보수적이긴 하나 금통위를 한은 매파들이 절대적으로 좌지우지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미국의 금리 인하 시작 시점, 그리고 인하 강도 등에 따라 한국의 금리 인하가 결정될 것이란 시각이 강한 편이다.

C 딜러는 "미국이 내린다고 한국이 바로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데엔 동의한다"면서 "시차가 있기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미국의 금리 인상 후반기에 우리는 올리지 않았다. 따라서 미국보다 3,4개월 정도 시차가 있을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 FOMC+1day, 미국·유럽·영국 금리 추가로 하락했지만 한국은 밀려

간밤 미국채 금리는 FOMC 여파로 이틀째 급락했다. 특히 10년물 금리는 3.9%대 초반으로 내려갔다. 10년물 종가 금리가 3%대로 내려간 것은 지난 7월 이후 처음이었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0.32bp 급락한 3.9198%, 국채2년물은 3.83bp 떨어진 4.3945%를 기록했다.

FOMC 영향이 작용한 이틀간 미국10년물 금리는 28.17bp 급락했다. 2년물은 이틀간 33.63bp 속락했다.

최근 미국, 유럽 금리 등이 급락하고 간밤에도 하락했으나 국내 금리는 이날 오르고 있다.

전일 국고채 금리들이 20bp 내외의 급락세를 기록한 뒤 이날은 반등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시장엔 레벨 부담이 두드러진다는 지적이 많다.

D 딜러는 "간밤 미국, 유럽 금리 다 빠졌지만 우리는 오르고 있다. 일단 국내에선 금리 단기 급락에 따른 반작용이 나타났다"면서 "어제 너무 달렸고 아시아장 미국 금리 상승과 외국인 선물 매도로 약세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달리 ECB, BOE 통화정책 회의에서 정책가들은 금리인하 기대감과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지만 시장금리는 추가로 하락했다.

다만 FOMC의 변신으로 금리 흐름의 큰 틀이 바뀌어 금리가 조금 오르면 다시 매수세가 들어올 것이란 관점도 적지 않다.

E 딜러는 "오늘 채권가격 하락은 기술적 반락이며, 어제 막판 가격이 과도하게 오른 데 따른 반작용"이라며 "하지만 시장의 결이 롱이라 조정이 끝나면 다시 채권을 사러들 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 크레딧 불안 가능성도 감안

전날 FOMC 영향으로 국내 대다수 금리가 급락하면서 회사채 금리(AA-, 3년)도 급락해 8개월만에 처음으로 3%대로 내려왔다. 3년 회사채 AA- 최종호가수익률은 20.6bp 떨어진 3.98%를 기록했다.

안전채권 금리가 역캐리 수준을 유지하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강화되는 상황에서 신용채권의 상대적 투자 매력은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크레딧 경계감도 감안해야 한다. 전날 안전채권 금리가 급락할 때 신용채권은 좀 다른 분위기를 나타냈으며, 크레딧 경계감이 달려가는 금리 시장을 제어하는 것 아닌가 하는 추론도 보인다.

F 증권사의 한 채권중개인은 "태영건설에서 촉발된 크레딧 불안감도 거론되고 있다"면서 "어제 시장이 달릴 때 크레딧 채권들은 온기가 별로 없어 이 부분을 봐야 고려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이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는 소문이 돌면서 일부 투자자들이 경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언론은 몇 달 전부터 태영건설이 하도급 업체들에게 60일짜리 어음을 지급하는 등 현금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최근엔 어음 지급마저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주 12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사업성이 미비한 PF 사업장, 재무적 영속성에 문제가 있는 건설사나 금융사의 경우 시장 원칙에 따라 적절한 조정, 정리, 자구노력, 손실부담을 전제한 자기책임 원칙의 진행이 불가피하다"고 밝히면서 일정부분 의심을 자극하기도 했다.

따라서 최근 국고채 금리 급락에 따른 크레딧 채권의 상대적 메리트 등이 주목받을 수 있으나 선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진단이다.

정혜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드 레이쇼(3년)를 보면 공사채 1.091배, 회사채 1.199배까지 하락했다가 각각 1.112배, 1.224배까지 상승했다. 금리 인하 전 장기평균은 각각 1.1배, 1.2배였다"면서 국고채 대비 상대적 메리트가 있다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그러나 "부동산 PF 관련 리스크, 기업 전반의 펀더멘탈 하방 압력은 금융권 및 하위등급의 투자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너무 낮은 국채 금리 수준을 고려할 때 크레딧 투자에서 손을 떼기도 어렵지만, 초우량물이 가격 부담에 직면한 상황"이라며 지금은 금리경로, 크레딧 리스크 모두 불확실성이 커 트레이딩보다 선별적 캐리 투자에 집중하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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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신한금융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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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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