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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칼럼) 오타니의 10년 7억불

  • 입력 2023-12-12 10:5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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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다저스 맨이 된 오타니, 출처: MLB닷컴

사진: 다저스 맨이 된 오타니, 출처: MLB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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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지난 주말 세계 야구의 '아이콘' 오타니 쇼헤이가 LA 다저스와 10년 7억 달러 계약에 합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대략 최근 달러/원 환율 1,320원으로 계산해 보면 우리돈 9,240억원에 달해 1조원에 육박한다.

오타니의 몸값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프로 스포츠 리그를 거느리는 미국에서도 단연 최고였다.

계약 총액 기준 메이저리그 역대 최고 몸값은 오타니의 팀 동료였던 LA 에인절스의 마이크 트라웃이 2019시즌을 앞두고 체결한 12년 4억 2,650만 달러였다.

오타니가 메이저리그 대표 타자 트라웃이 5년전 12년간 받기로 한 금액을 큰 폭으로 능가하는 계약을 성사시킨 것이다.

최근 가장 큰 계약을 고려하더라도 오타니의 이번 계약은 압도적이다.

지난해 오타니를 누르고 아메리칸리그 MVP가 됐던 뉴욕 양키스의 애런 저지가 올 시즌을 앞두고 체결한 규모는 9년 3억 6,000만달러였다.

오타니가 최근 수년간 홈런왕 경쟁을 펼치고 있는 저지가 1년에 4,000만불을 받을 때 오타니는 7,000만불을 받기로 한 셈이다.

오타니의 이번 계약은 스포츠 세계에서 매우 '역사적인' 사건이다.

올해 사이영을 수상한 양키스의 에이스 게릿 콜은 2019년 시즌이 끝난 뒤 9년 3억 2,400만달러에 도장을 찍었다.

물가를 약간 감안해야 할 수 있지만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투수와 타자인 저지와 콜이 받는 돈을 합친 금액 만큼 받는 선수가 됐다.

■ 야구를 구원한 오타니, 스포츠 스타 최고 몸값

야구는 21세기 들어 축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위기에 직면했다.

'빠른 경기 진행'을 원하는 젊은 사람들의 스피드를 맞추지 못해 야구는 '중년층의 소일거리'로 전락했다는 비아냥까지 들었다.

스포츠 산업에서 '지루함'은 적(敵)이다.

야구에 필요한 것은 빠른 경기진행과 박진감, 그리고 스타였다.

스포츠 업계에선 압도적인 스타가 존재하는 종목이 각광을 받는다.

그리고 침체에 빠진 야구를 살려낸 스타 중 한 명이 오타니 쇼헤이다. 그리고 이는 그의 몸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올해 '투수' 오타니가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면서 내년엔 타자 오타니밖에 볼 수 없다. 그럼에도 오타니의 상품성이 크게 감소하지는 않았다.

다른 스포츠와 비교해도 이번 오타니의 계약은 어마어마하다.

미국에선 최고의 인기 스포츠인 미식축구(NFL)에서 캔자스시티 치프스의 쿼터백인 패트릭 마홈스가 기록한 10년 4억 5천만 달러가 최고 계약이다.

오타니는 이 금액을 훌쩍 뛰어넘으면서 야구 역사, 북미 스포츠 역사, 그리고 세계 프로 스포츠 역사에서 가장 큰 규모의 계약을 성사시켰다.

최상위 메이저리거의 샐러리...축구와 비교해 보면

세계 프로축구가 지금처럼 상업화되기 전까지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몸값은 유럽 축구 선수들의 몸값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았다.

예컨대 과거 메이저리그의 평범한(?) 선수였던 추신수의 몸값이 영국 프리미어리그 최고 스타 해리 케인보다 많을 정도였다.

추신수는 대략 10년 전인 2013년 시즌 종료 후 텍사스 레인저스와 7년 1억 3천만불에 계약했다.

7년이라는 긴 기간 동안 연평균 2천만불에 가까운 돈을 받기로 한 것이다.

프리미어리그 최고 스타로 군림한 뒤 올 여름 독일 분데스리가로 떠난 해리 캐인이 올해 바이에른 뮌헨으로부터 받는 연봉은 2,169만 파운드로 리그 최고다.

최근 파운드/달러 1.25달러를 감안하면 2,700만 달러 남짓이다. 이 금액은 케인이 영국 리그에서 받았던 금액의 2배 정도로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연봉 3천만 달러 이상을 받는 선수들이 즐비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케인의 몸값은 최고 야구 선수들에 비해 싸 보인다.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축구 리그인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가장 높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맨체스터시티의 미드필더인 케빈 더 브라위너다.

세계 프로 스포츠 계약 정보를 알려주는 스포트랙에 따르면 2023~2024 시즌 케빈이 받는 연간 샐러리는 2,080만 파운드로 나온다. 대략 파운드/달러 환율 1.25를 적용하면 2,600만 달러 수준이다.

현재 프리미어리그 득점 랭킹 1위를 달리는 에링 홀란드가 1,950만 파운드, 2위인 모하마드 살라가 1,820만 파운드로 나와 있다.

한국인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는 '쏘니'(손흥민)의 연봉은 프리미어리그 31위인 888만 파운드로 나와 있다. 뭔가 이면 계약이 없다면 쏘니는 토트넘에서 너무 낮은 대우를 받고 있는 것이다.

메이저리거들의 샐러리는 프리미어 리그를 능가한다.

류현진은 2019년 시즌 종료 후 토론토 블루제이스와 4년 8천만불 계약을 맺었다. 연평균 2천만불의 연봉을 받는 계약을 성사한 것이었다.

국내 언론들이 성공적인 계약이라고 떠들었으나 야구 산업의 생리를 모르는 보도들이었다는 비판도 있었다.

사실 당시 류현진의 계약 수준은 '부상 리스크를 감안하지 않는다면' 싼 편이었다. 다행히(?) 류현진이 계약 기간 중 부상을 당해 그 계약은 그리 싼 계약이 아니었다는 점이 증명됐다.

간혹 축구 구단들끼리 선수 이적을 둘러싸고 내거는 돈인 이적료를 선수 몸값으로 착각하는 언론과 사람들이 있으나 선수 개인의 몸값만 보면 오랜기간 메이저리그 야구가 유럽 축구를 압도했다.

■ 스포츠 산업, 재미 없으면 도태된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야구는 상대적으로 중년들의 소일거리로 전락하고 젊은 소비층들에게 어필하지 못했다.

야구가 세계화에 어려움을 겪는 사이 축구는 더 상업화됐다. 축구 선수들의 몸값도 과거에 비해 크게 치솟았다.

특히 최근엔 아랍의 석유 왕자들이 '소일거리'나 '문화 산업 활성화' 등을 이유로 축구 선수들의 몸값을 한 단계 더 띄웠다.

아랍 석유 왕자들은 그간 유럽 프로축구 구단에 투자한 뒤 최근엔 자국 축구 리그 활성화를 위해 축구 선수들의 몸값을 상상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끌어올리기도 했다.

축구에 정신이 팔린 석유 재벌들이 얼마나 더 큰 돈을 쓸지도 계속 세계 스포츠 산업의 관심사다.

안 그래도 세계적이었던 축구가 더 세계적으로 변해가는 데 반해 야구는 상대적으로 활로를 찾지 못했다.

결국 세계화에 더뎠던 야구 산업도 변해야 했다.

야구 산업을 선도하는 메이저리그도 재미와 박진감을 위해 올해 상당한 룰 개편을 단행했다.

투수와 타자가 마운드나 배터 박스에서 시간을 질질 끌지 못하도록 만들었으며, 수비 시프트를 금지해 파인 플레이가 나오도록 유도했다.

빠른 야구를 위해 베이스 크기도 키워 발 빠른 선수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했다.

야구도 생존을 위해 더 빠르고 더 재밌는 룰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

한국 야구는 최근 10년 이상 다른 나라에 비해 퇴보했다. 한국에선 여전히 타 스포츠에 비해 압도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탓에 상대적 실력 저하에 대한 경각심이 덜했던 것이다.

미국 마이너리그에 가면 연봉 5천만원도 받기 힘든 선수들이 한국에서 억대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이유는 '수입 규제' 덕분이다. 물론 변화 없이 안주하면 언제가 그 대가를 치를 수 있다.

스포츠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제도 개편도 중요하지만, 결국 그 스포츠를 이끌어가는 스타도 필요하다.

■ 오타니, 보통 선수보다 '리스크' 큰 선수에게 이렇게 많은 돈을 주는 이유

엘리트는 특정 산업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다.

최고의 전문가(과학자, 기술자, 스포츠 스타 등)는 산업의 미래를 바꾸기도 한다.

야구에선 이 역할을 부여받은 선수가 오타니다.

오타니는 메이저리그 뿐만 아니라 세계 2위 야구 시장이자 자신의 고향인 일본에서도 압도적인 응원을 받는다.

오타니는 한국, 대만 등 야구가 성한 아시아 야구 블록, 야구 강국들이 모여있는 중남미 블록에서도 이미 어마어마한 인기를 구가한다.

오타니가 기록한 10년 7억달러 연봉은 그의 상품성에 대한 대가다.

현대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 보는 투·타 공히 최상위권인 선수의 출현, 그리고 이 선수가 가진 엄청난 시장성에 대한 평가가 그의 연봉에 녹아 있다.

당연한 얘기지만 LA 다저스는 오타니에게 1년에 7천만불이라는 돈을 지급하고도 그에게서 그 이상으로 뽑아먹을 게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을 것이다.

단순히 오타니 1명이 최고 타자 역할, 최고 투수 역할을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에 최고 선수 2인분 값을 책정한 것은 아니다.

전통적인 투자 관점에선 오타니는 '리스크'(투수와 타자는 사용하는 근육이 달라 오타니 외엔 모두가 투타 겸업에 실패했거나 겸업을 꿈도 꾸지 않았다)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이렇게 높은 돈을 지불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단순하게 보면 오타니 몸값 책정시 '최근 투수 몸값+최고 타자 몸값-부상 리스크'를 감안해 책정하는 게 더 합리적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런 접근엔 뭔가 빠져 있다.

오타니에겐 부상 위험에 따른 할인 요소도 있지만, 프리미엄 요인도 적지 않다.

그가 야구 산업이나 서비스 산업에 기여해 구단에 돈을 벌어주는 부분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사실 오타니의 마케팅 효과나 연관된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도 엄청나다. 이런 복합적인 요소들이 오타니의 거대한 몸값으로 연결된 부분을 간과하면서 그의 계약을 논하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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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스포트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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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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