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2 (목)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외국인의 유혹과 국고채 금리들의 기준금리 하향돌파

  • 입력 2023-12-06 10:15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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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0시10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0시10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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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국고채 금리들이 기준금리를 하회하면서 역전폭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데는 미국 금리의 하락세, 그리고 외국인의 선물 매수가 큰 영향을 미쳤다.

국내 투자자들이 레벨 부담을 토로하기도 했지만 최근 글로벌 통화 긴축 종료 기대감이 커진 데다 인하 기대감은 강화되면서 국고채 금리의 기준금리 역전을 정당화시키고 있다.

결국 올해 초처럼 국고채 금리들이 기준금리를 밑도는 그림이 재연됐다.

■ 미국 금리의 지원사격

5일 미국10년물 금리는 지난 1일(4.1984%) 수준을 하회해 4.17%대로 급락했다.

10년물 금리는 8월 31일(4.1091%) 수준 이후 가장 낮아졌다.

미국 금리가 다시 하락한 데엔 10월 구인규모가 예상을 크게 하회한 영향이 작용했다. 미국 노동부의 구인·이직실태조사(JOLTS)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월 구인규모는 전월 대비 61만7000명 줄어든 873만명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1년 3월 이후 약 2년 반 만에 최저치다. 시장 예상치인 940만명을 크게 하회하는 수준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국채 30년물 금리도 9월 1일(4.2964%) 이후 가장 낮은 4.2971%로 내려왔다.

국채2년물 수익률은 이달 1일 4.5425%로 급락한 뒤 다음날 10bp 이상 뛰기도 했지만, 5일엔 재차 4.5539%로 낮아졌다.

최근 미국채 2년물 금리 레벨은 6월 초순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전반적으로 금리 레벨이 낮아졌다.

최근 3월 금리인하 기대감이 강해져 내년 중 5차례의 인하가 가능하다는 인식이 세를 넓혔으며, 이제 6차례 인하도 가능하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최근엔 외국인이 선물을 매수하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레벨에 대한 경계감을 무력화시켰다.

■ 결국 갈 데까지 간다?

연말 장세를 맞아 다시금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밑도는 올해 초와 같은 상황이 연출되자 투자자들은 금리 하락룸을 점검하는 중이다.

수급 상황 등을 감안할 때 결국 갈 데까지 갈 것이란 식의 진단들도 나오고 있다.

A 증권사의 한 딜러는 "레벨 부담을 언급했지만 결국 레벨과 관계 없이 연말까지는 일단 금리를 최대한 빼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B 증권사 딜러도 " 이건 뭐 갈 데까지 가자는 분위기"라며 "외국인이 저러면 누가 멈출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올해 강할 때 3.2% 밑으로까지 갔으니 그 정도까지도 열아놔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그 당시도 인하 기대감으로 갔으니 지금이 그 때와 비슷하다"고 풀이했다.

한은은 올해 1월 기준금리를 3.5%로 인상한 이후 계속해서 동결 기조를 이어가는 중이다.

국고3년 금리는 올해 2월 3일 3.110%, 국고10년은 3.148% 수준으로 하락한 바 있다.

이후 금리는 가파르게 튀었다가 미국 SVB 사태 여파로 3월 하순 다시 국고3년이 3.1%대로 진입한 바 있다.

당시의 경험 등을 감안해 금리 역전이 이뤄지다가 어느 지점에선가 금리가 다시 튈 수 있다는 지적도 보인다.

C 증권사의 한중개인은 "물 들어왔다고 해도 지금 상황은 좀 심하다"면서 "일단 3년 3.3%, 10년 3.4% 정도까지 열어둘 수 있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 인하 기대감 반영국면...차익실현 감안해 레벨 마디 조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가 한층 더 커졌지만 국내 투자자들 사이엔 레벨을 부담스러워 하는 시각도 강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외국인이 대규모로 선물을 사면서 레벨 부담을 무력화시키는 모습도 나타났다.

특히 전날 외국인은 3년 선물을 2만 7,304계약, 10년 선물을 7,432계약 대거 순매수하면서 분위기를 주도했다.

이러자 국내 투자자들 사이엔 '외국인이 원하는 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외국인 주도에 의해 국내 시장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되는 국면이란 평가도 보인다.

D 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지금은 내년 2분기 말이나 3분기 초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을 가격에 반영하는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런 흐름을 감안할 때 올해 연초에 기록했던 국고 3년 3.10~3.20% 수준까지는 흘러 내리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다만 금리가 단번에 내려가기 보다는 차익실현과 매수 사이에 부딪힘이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운용역은 "이번 주 미국 고용지표와 다음주 FOMC를 앞두고 차익실현도 어느 정도 나올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3.40% 정도에서 막히고 기준금리 3.50%를 살짝 상회하는 수준까지 조정 흐름이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숏 플레이어가 겪은 고난과 기준금리가 국고채 금리 상단될 가능성

이런 가운데 최근 시장 흐름이 과도하다고 판단해 매도에 무게를 실었던 투자자들은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국고채 금리가 기준금리와 바짝 붙을 때 금리 되돌림 등을 감안했지만, 외국인 매매와 글로벌 시장 흐름을 등에 업고 금리가 계속 빠지자 당혹해 하는 모습도 나타났다.

E 증권사 딜러는 "숏을 치고 손절하고 또 숏을 치고 손절하기를 반복했다"고 밝혔다.

그는 "시장은 분명 너무 과열된 것으로 보이는데, 끝없이 강해지니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미국 금리, 채권 수요 증가 정도, 한은이 변화될 기미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금리가 방향을 잡을 것이란 예상도 보인다.

F 운용사 매니저는 "일단 좀 많이 와서 국고채 금리가 3.50% 아래에서 많이 더 가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 "하지만 미국 금리가 4% 이하로 가면 3.50% 아래에 계속 머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일단 내년에 채권이 좋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국면에서 자금 집행은 항상 후행적이니 채권쟁이들만 가격부담 느끼는 국면"이라며 "채권을 사는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한은이 아직 매파적이라 3.50% 기준에서 눈치를 보다가 도비시한 느낌으로 돌기 시작하면 3년 금리를 3.25%까지 붙여놓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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