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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한은의 물가에 대한 보수적 접근..그리고 한국 물가와 주요국 물가의 차이

  • 입력 2023-12-01 14:1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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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주요국 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여름 정점을 찍은 뒤 둔화됐다.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작년 7월 6.3%에서 고점을 찍은 뒤 내려왔다.

미국 물가는 우리보다 한 달 빠른 작년 6월 9.1%에거 고점을 형성하고 둔화됐다.

유로지역은 좀더 더뎠다. 이 지역에선 한국이나 미국보다 늦은 작년 10월에 물가가 고점을 터치하고 둔화됐다.

■ 여름부터 '제어된' 가파른 물가 둔화 흐름...한국의 상대적 '물가 안정 우위'도 사라져

지난해 상반기부터 물가 상승률이 크게 높아지다가 여름에 고점을 찍고 내려왔기 때문에 올해 여름 이후엔 기저효과를 누리기 어려웠다.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상반기까지 가파르게 둔화됐다. 7월엔 CPI 상승률이 2.3%로 뚝 떨어지면서 중기물가목표 레벨(2%)에 근접하기도 했다.

하지만 8월 3.4%, 9월, 3.7%, 10월 3.8%로 물가 상승률은 다시 올라갔다.

최근 정부와 한은이 11월 물가 상승률은 10월보다 둔화된다고 밝힌 상태지만, 중기목표 레벨까지 빠르게 낮아지기도 쉽지는 않은 상황이다.

한국 물가 상승률은 7월의 저점(2.3%)에서 미국보다 더 크게 반등한 상태다.

미국 물가 상승률은 6월 올해 3.0%까지 하락한 뒤 9월엔 3.7%로 오른 뒤 10월엔 3.2%로 다시 낮아졌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한국 물가 상승률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었다. 하지만 올해 여름 이후 물가 상승률은 우리가 더 높은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 등 상황이 변한 것이다.

■ 금리 이대로 놔두면 물가 상승률 떨어진다...근원 물가 둔화 속도 중요

미국 등은 지난해의 폭등한 물가를 제어하기 위해 금리를 우리보다 더 크게 높여 놓았기 때문에 지금은 '중력의 작용'을 기다리면서 현 수준만 유지해도 물가가 낮아질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모두 통화정책이 '긴축적'인 상태이기 때문에 이 수준의 금리를 얼마나 더 유지할지가 관건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미국에선 내년 상반기 금리 인하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많아졌다.

지금은 금리 추가 인상보다 '피봇 가능 시점'이 더 주목을 받는다.

CME의 페드와치는 최근 내년 금리 인하 횟수를 25bp 기준으로 5회까지 늘려 잡았다. 5월, 6월, 7월, 11월, 12월 각각 내릴 수 있다는 전망을 반영하는 중이다.

물론 전날 금통위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가 말한 것처럼 '시장이 중앙은행에 앞서 나가는' 중이라고 볼 수도 있다.

통화정책 차원에선 일시 변동성 요인들은 제거한 근원 인플레가 중요할 수 있다.

최근까지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의 근원 인플레는 여전히 4%대 등으로 매우 높다. 미국이 11월 14일 발표한 10월 근원 CPI 상승률은 4.0%다.

한국 근원 CPI는 미국에 비하면 크게 낮다. 하지만 최근 둔화가 좀더 가시화되긴 했어도 속도엔 한계도 있다.

국내 근원물가(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 상승률은 올해 6월 3.5%를 기록한 뒤 7~9월엔 3.3%를 나타냈다. 그런 뒤 10월엔 3.2%로 약간 더 둔화됐다.

근원물가 움직임을 두고는 '둔화 흐름이 지속된다'는 데 무게를 둘 수도 있으나 '둔화되는 속도가 더디다'는 데 비중을 둘 수도 있다.

■ 근원물가 둔화 속도의 국가별 차별화...그리고 한은의 물가 안정에 대한 보수적 접근

근원 물가 둔화 정도와 관련해선 나라별 차이도 적지 않다.

상대적으로 미국은 수요 측면, 유로지역은 공급 충격의 2차 파급이나 임금 상승, 한국은 비용 상승 압력 등에 더 영향을 받는 구도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이날 "미국은 공급충격에 따른 영향이 상당폭 해소되면서 상품가격의 오름세가 크게 약화됐으나 예상보다 강한 성장세와 타이트한 노동시장 등으로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더디게 둔화하고 있다"면서 "유로지역은 미약한 성장세에도 공급충격의 이차효과 지속되는 데다 높은 임금상승률 등에 따른 서비스물가의 높은 오름세가 근원인플레이션의 둔화 흐름을 제약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은은 반면 "한국은 주요국과 달리 국내 수요압력 약화 등으로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으나 누적된 비용압력의 영향으로 상품가격 상승률의 둔화 흐름은 아직 뚜렷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기준금리를 빨리 내려주고 싶지 않은 한국은행은 한국 물가 안정과 관련해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중이다.

한은은 "우리나라의 경우 팬데믹‧전쟁 등으로 비용압력이 누증됐던 데다 올해 중반 이후 추가적인 공급충격이 크게 나타나면서 당초 예상보다 파급영향이 오래 지속될 수 있어 향후 디스인플레이션이 더디게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국내는 특히 팬데믹 이후 비용상승 충격을 완충했던 전기·가스요금 인상폭 제한, 유류세 인하 등이 앞으로는 '반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한은은 "한국의 전기·가스요금은 주요국에 비해 인상폭이 제한되면서 지난해 소비자물가 급등을 완화한 측면이 있다. 인상 시기가 이연되면서 파급 영향이 오래 지속되고 있는 측면도 있다"면서 "현행 유류세 인하폭(휘발유 25%, 경유 37%)이 축소될 경우에도 물가 상승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고 했다.

■ 한은 총재, 물가 목표 접근은 24년 말이나 25년 초에...

전날 한은이 발표한 경제전망을 보면 소비자물가는 내년 상반기 3.0%를 기록한 뒤 하반기엔 2.3%로 둔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5년엔 2.1%로 더 둔화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근원물가 상승률은 내년 상반기 2.6%, 하반기 2.1%를 기록해 연간으로 2.3%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됐다.

근원물가는 올해 3.5%에서 내년 2%대 초반 근처로 둔화된다는 전망이다. 이후 근원물가는 25년에 중기목표수준인 2.0%로 수렴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따라서 한은이 금리인하의 조건으로 내세운 '물가의 목표 수렴에 대한 확신' 관련 시점을 고려할 때 내년 하반기 이후 금리 인하가 가능할 수 있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물가의 목표수렴에 대한 조건을 좀더 까다롭게 따지면서 내년 내내 금리가 동결될 것으로 보기도 한다.

전날 금통위에서 이 총재는 "우리 물가 2%대로 수렴하는 기간은 내년 말이나 25년 초반으로 전제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조속한 금리 인하 기대감을 차단했다.

총재는 그러면서 "어느 정도 금리를 유지할지, 몇 개월이라고 얘기하고 싶지 않다. 물가가 2% 목표로 충분히 수렴할 때까지 그럴 것"이라며 "현실적으로 6개월보다 더 걸릴 것으로 본다"고 했다.

■ 한은, 물가둔화 모멘텀 감안해 먼저 내릴 것인가, 최대한 보수적으로 기다릴 것인가

한은은 내년 상반기 국내 근원물가 상승률이 2%대 중반으로 둔화되고 하반기엔 2%대 초반까지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금리 인하 기대감은 커질 수 있는 구도다.

어차피 물가 둔화 모멘텀은 이어지니 한은이 금리를 좀 먼저 내려줄지, 아니면 최대한 보수적으로 움직일지 관심이란 평가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물가 움직임을 감안할 때 내년 하반기부터 실질적인 인하 카운트 다운이 이뤄질 것 같다"면서 "한은이 좀 먼저 내릴지 최대한 기다릴지는 경기 등 다른 요인이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미국 움직임도 중요해 보인다.

최근 예상처럼 미국이 상반기부터 내릴 수 있느냐 여부가 한은의 인하 시점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른 딜러는 "지금 시장 일각의 기대처럼 물가 상승률 둔화로 상반기 중 미국의 2차례 인하가 가능하면 한국도 하반기 초입에 인하가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면서 "한은 총재 말처럼 금리 결정은 조건부인데, 그 조건은 미국이 결정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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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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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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