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4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미국의 강화된 금리인하 베팅과 한국의 금리하단 낮추기

  • 입력 2023-11-15 10:3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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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0시25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10시25분 현재 국채선물과 국고채 금리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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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에서 최근 고용 데이터 둔화에 이어 인플레 둔화까지 확인되면서 금리 인하 베팅이 강화되고 있다.

CPI가 예상을 밑돌면서 이제 금리 인하 스타트 시점이 하반기가 아니라 상반기가 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특히 미국채10년물 금리는 일거에 심리적 하락 저지선인 4.5%를 뚫고 내려왔다.

금리선물시장 흐름을 보면 CPI 발표 후 12월 금리 동결은 거의 100%에 달했으며, 내년 5월 금리인하 가능성이 60%로 뛰는 양상을 나타냈다.

■ CPI, 인플레 둔화 자신감 심어줘

14일 미국 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 10월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대비 3.2% 올랐다. 이는 예상치(3.3% 상승)를 밑도는 결과다. 전월에는 3.7% 오른 바 있다.

CPI 주요 구성 요소인 주거비는 10월 전월비 0.3% 상승해 9월(0.6%)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년비 상승률은 6.7%였다.

10월 CPI는 전월 대비로는 보합을 나타내 예상치(0.1% 상승)를 하회했다.

특히 10월 근원 CPI는 전년비 4% 상승해 예상치(4.1% 상승)를 밑돌았다. 이는 2년 만에 최저 상승률이었다. 전월비로는 0.2% 올랐다.

이런 데이터들은 12월 금리 동결 전망을 거의 100%로 끌어올렸으며, 금리인하 시점이 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웠다.

최소한 금리 추가 인상은 없다는 인식도 강화됐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대부분 품목에 걸쳐 물가 오름세가 둔화됐다"면서 "클리블랜드 연은의 집계 중간값, 절사평균 물가 오름세 모두 3개월만에 재차 축소됐다"고 밝혔다.

그는 "3분기 수요 개선에서 비롯된 물가 상승 압력이 10월부터 약화 조짐을 보이고 있어 연준의 추가 긴축 필요성은 약화됐다"고 진단했다.

연준 내부에서도 점점 금리 하향 조정 필요성이 부상할 수 있다는 예상들도 나오고 있다.

박성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 내부적으로 실질금리의 추가 긴축 억제를 위한 명목금리 하향 조정 필요성 인식이 점차 확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내년 초부터 디스인플레이션 보다 뚜렷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이고 견조한 미국 소비지출 모멘텀도 보다 약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 게임체인저 기대감 VS 시장 흥분하면 연준 또 제동 걸 가능성

물가가 전반적으로 둔화되자 이번 지표가 게임체인저 역할을 하는 것 아닌가 하는 기대까지 나오고 있다.

핌코의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현재 조지타운대학교 겸임 교수인 폴 맥컬리는 CNBC와 인터뷰에서 "10월 CPI는 게임 체인저"라고 주장했다.

그는 "10월 CPI에서 우리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주거비 관련한 균열을 명확하게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물가가 연준 목표(2%)까지 둔화되는 과정은 길어 시장이 흥분할 경우 경고장은 언제든 다시 배달될 수 있다는 관점도 남아 있다.

박성우 연구원은 "인플레이션의 연준 목표 2% 도달은 2025년 이후에나 가능하다"면서 "따라서 연준 위원들은 여전히 경계감을 표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연말까지 전년비 헤드라인 인플레는 3%대 초반, 근원은 4% 부근에 머물다가 헤드라인 지수는 내년 1분기에, 근원지수는 2분기에 2%대에 진입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준 위원들은 물가 하향 안정 흐름이나 정책 효과를 평가하면서도 시장이 앞서나가길 원치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CPI가 나온 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는 "10월 CPI를 보면 인플레이션을 건전한 수준으로 낮추는 데 있어서 느리지만 분명한 진전이 있다"고 평가했다.

굴스비는 그러나 "인플레이션 2% 목표 달성까지 여전히 갈 길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은 총재도 "인플레이션이 2%에 이르는 길이 순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 미국채 10년물 4.5% 하향 돌파...국내는

미국채 금리가 대폭 하락하면서 국내 시장의 금리 하단도 열리고 있다.

일부에선 미국 금리 급락을 밑천으로 국내 금리도 빠르게 내려가자 당황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4일 19.06bp 급락한 4.4433%,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3.33bp 떨어진 4.6236%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20.30bp 급락한 4.8381%, 국채5년물은 22.05bp 폭락한 4.4455%를 나타냈다.

이후 국내 국고3년 금리는 3.75%선을 뚫고 내려왔으며, 국고10년은 3.8%에 다가서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사의 한 딜러는 "3년 3.75%, 10년 3.85%를 하단으로 보고 있었다"면서 "하지만 너무 쉽게 뚫어버려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금리가 과도하게 올랐던 면도 있었는데,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불가능한 것으로 바뀐 것이라며 좀더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미 한국은 기준금리를 더 못 올린다고 보고 있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의 인하 얘기가 슬슬 나오면 우리도 3년 3.50%, 10년 3.60%까지 못 가란 법은 없다. 이 레벨은 조금 심해 보이긴 하는데, 시장이란 건 늘 위,아래 오버를 한다"고 덧붙였다.

미국 10년 4.5%가 열리고 금리의 추가 하락룸이 있는 만큼 국내도 '새로운' 금리 박스 하단을 조금 더 여유있게 잡을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다른 딜러는 "국내 시장도 여기서 15bp는 더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다만 연말에 금리가 너무 빠져버리면 내년이 문제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증권사의 한 중개인은 "3년 3.5%, 10년 3.6% 얘기도 한다. 아무튼 이 분위기면 3.6%대가 가능할 것이란 말들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금리 추가 하락룸과 함께 수급적으로 의미 있는 지점에서의 미국 금리 움직임을 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보인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투자자들이 심리적 지지선으로 여겨졌던 미 국채 10년 금리가 4.5%를 하회한 가운데 숏 커버링과 금리인하 기대감이 반영되면서 금리는 추가 하락할 수 있다"면서 "최근 지표는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를 앞당기고 2024년 금리인하 폭이 연준의 생각보다 커질 수 있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미국 재무부는 최근 장기물 국채의 발행 규모를 줄인 이유로 수요가 약해진 점을 언급한 바 있다. 이 이유 중 하나로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미국채 10년 금리가 4.25%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포트폴리오 조정을 완료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임 연구원은 "미 국채 10년물을 4.25%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4.37%가 되면 수익률이 플러스로 전환되기 시작한다. 즉 이를 하회하기 시작하면 포트폴리오 조정이 나오면서 금리의 추가 하락을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고 조언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 임시예산안이 하원에서 가결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의 매수 심리에 안정감을 부여했다는 평가들도 나오고 했다.

금리 급락에 간밤 미국 나스닥은 326.64포인트(2.37%) 상승한 1만4094.38을 나타냈다. 국내 코스피지수는 장중 2%를 웃도는 급등세를 보이면서 2,500선을 트라이할 준비를 했다.

달러/원 환율은 25원 가량 급락하면서 1,300원에 다가서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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