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4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美고용 호재·공매도 금지 조치에 달리는 한국 증권시장

  • 입력 2023-11-06 11:30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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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11시25분 현재 코스닥 지수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6일 11시25분 현재 코스닥 지수 동향,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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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 고용지표가 예상보다 더 부진한 모습을 모습을 보이면서 금융시장이 환호했다.

미국채 금리 급락과 주가 속등으로 국내 채권과 주식 등 증시의 가격변수들도 일제히 올랐다.

이자율 투자자들은 금리 하단을 찾고 있다.

주식시장에선 오늘부터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까지 취해져 주가가 급등했다.

장중 코스피 지수는 3% 넘게 올랐으며, 코스닥은 5% 이상 폭등하는 상황을 연출했다.

■ 美고용, 증시 가격 촉매제 역할

미국의 10월 비농업 부문 고용이 전달보다 15만명 증가했다. 이는 예상치 17~18만명 증가를 하회하는 결과다. 전월 수치는 29만7000명 증가였다.

10월 실업률은 3.9%로 예상치 3.8%를 웃돌았다. 이는 지난해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10월 시간당 임금은 전년 대비 4.1% 올라 예상치 4.0%를 웃돌았다. 이는 다만 전월 4.3%보다는 둔화한 수치였다.

이번 고용지표를 포함해 최근 발표된 미국 고용 관련 데이터가 예상을 밑돌자 미국 시장엔 고용 한파가 닥칠 것이란 예상까지 나오는 등 고용 둔화에 대한 관점이 강해졌다.

아울러 노동시장이 수년간 놀랍도록 양호한 모습을 보인 뒤 드디어 둔화세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기대가 커졌다.

이는 곧 긴축 종료와 함께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으로 연결될 수 있어 채권, 주식 모두 강세를 구가했다.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4.44bp 급락한 4.5167%, 국채2년물은 10.48bp 떨어진 4.8657%를 기록했다.

S&P500은 40.56포인트(0.94%) 상승한 4,358.34, 나스닥은 184.09포인트(1.38%) 높아진 13,478.28을 나타냈다.

국내 금리도 하락룸을 찾고 있다. 국고3년물 금리는 3.9%를 하회했으며, 국고10년물 금리는 4%를 압박해고 있다.

국내 주가지수는 미국발 호재에 공매도 금지 조치까지 더해지자 폭등했다. 에코프로 주가는 장중 상한가를 향해 내달렸다.

■ 채권시장, 금리 하단 찾기

미국 고용지표 둔화로 이자율 투자자들 사이엔 12월 FOMC의 금리 동결에 확신이 강해졌다. 더 나아가 금리인하 시점이 빨라질 것이란 기대감도 고개를 들었다.

인베스코는 "고용지표 결과는 금리인상 사이클이 거의 끝났다는 점을 시시한다. 미국 경제 활력이 둔화되는 가운데 디스인플레이션 상황에서 연준이 금리를 더 인상할 필요 없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풀이했다.

금리 인상 부담이 줄어든 가운데 금리 인하 시점도 내년 상반기로 다시 당겨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강화됐다.

예컨대 금리인하 시점이 3분기가 아니라 2분기 끝부렵인 6월 정도 가능할 것이란 예상이 강화된 것이다.

이같은 미국의 변화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금리가 더 내려갈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A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강세 흐름의 탄력을 생각해서 일단 국고10년 3.9%, 국고3년 3.75% 하단까지 감안하면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미국 금리가 어느 선까지 하락할지 주시하고 있다. 미국 추가 하락 버퍼가 국내 시장의 룸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B 증권사 딜러는 "여전히 미국 금리 동향에 달려 있다. 미국이 이 수준에서 더 빠지지 않으면 3년 기준으로 3.80% 언저리 정도를 하단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C 증권사 중개인은 "중장기 전망은 불확실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대략 단기적으로 3년 3.80%, 10년 4.00% 정도까지를 일단 열어두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다만 국고10년이 4%에 근접하고 3년도 3.8%대에 진입함에 따라 추가적인 강세룸에 대해선 낙관하기 쉽지 않다는 진단도 보인다.

최근 국내금리 급락엔 미국 영향이 지대했다. 또 연준이 누그러진 이유 역시 시장금리가 급등했던 부분이 컸다. 금리가 더 하락할 경우 당국이 다시 가드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금리가 빠르게 하락하면서 연준의 스탠스는 다소 매파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이라며 "장기물 금리가 상승해서 금리를 동결했다는 주장은 금리가 하락했을 경우 금리 상승 주장의 근거가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미 재무부는 미 국채의 수요가 약해진 4가지 이유를 제시했는데, 그 중 하나는 투자자들이 미 10년 금리가 4.25%를 상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로 포트폴리오 조정을 완료했기 때문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 내용을 고려하면 대부분의 미 국채 10년물 금리의 투자자들은 4.25% 전에 유입됐을 것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간밤 미국채 금리가 4.5%대 초반까지 내려온 가운데 추가적으로 금리가 더 내려오면 연준의 심기가 불편해질 수 있는 데다 차익실현도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 미국발 호재에 공매도 금지조치까지...주식 일단 최대한 'GO'

주식시장에선 미국 고용지표 둔화라는 호재에 공매도 금지 조치가 맞물려 주가지수가 폭등했다.

주가 폭등으로 코스닥 시장에선 2020년 6월 16일 이후 처음으로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미국발 호재에다 무엇보다 공매도 전면금지로 3년만에 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정지 조치가 취해진 것이다.

최근 11월 FOMC에서 파월 의장은 과잉긴축과 과소긴축 간이 더욱 균형을 잡아간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으며, 이후 나온 고용 관련 데이터들은 더욱 둔화됐다.

미국 통화정책 차원의 호재에다 국내시장에선 공매도 금지 조치가 취해져 주식시장이 흥분헸다.

금융당국은 일요일인 5일 "6일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주식시장 전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당국은 고금리 환경 지속에 따른 글로벌 성장세 둔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대외 의존도가 높은 한국경제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말로 공매도 금지 조치의 이유를 설명했다.

이같은 시장 불안과 함께 외국인, 기관 투자자 등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적발이 반복되면서 공정한 가격 형성에 대한 우려가 매우 높은 점 역시 주된 사유로 꼽았다.

즉 공매도 금지의 2가지 이유를 '시장 불확실성 확대', 그리고 '관행하된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제시한 것이다.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그리고 2020년 코로나 사태 당시 공매도 금지가 주가가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 전환한 바 있다. 공매도 금지 조치 시 투기성이 강한 코스닥 주가가 더 뜬다.

정부는 공매도 금지 기간 동안 제도개선 대책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결정에 대해 '정치적 접근'이라는 비판도 많으며, 외국인들 쪽에선 한국이 이러면 '선진시장 편입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당장 주가는 대내외 환경이 모두 우호적으로 변한 데에 반응할 수밖에 없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금지는 예외적인 상황에서 일시 금융안정 차원에서 허용해왔다"면서 "공매도가 특정 종목에 대한 거품 형성을 방지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해도 무차입 공매도와 같은 위법적인 관행을 개선하는 것도 타당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번에도 주가 상승 모멘텀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할 것"이라며 "다만 과거 공매도 금지 당시 정부의 부양책이나 중앙은행의 완화조치 등이 있었다"고 상기했다.

또 이번 공매도 금지와 관련해 정치적 해석이 등장하는 이유는 지금이 과도 금융위기나 코로나 때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정부가 불법 무차입 공매도 등을 이유를 대지만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포석이라고 주장하는 시각도 있다.

아울러 이번 조치가 롱숏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 등의 한국 접근을 막아 한국 주식시장에 대한 외국인의 접근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지적들도 보인다.

여의도의 한 주식투자자는 "불법 공매도가 문제긴 하지만 공매도에 순기능도 있다. 좀 길게 보면 이번 조치는 양날의 검"이라며 "금지 첫날 2차전지 관련주가 폭등하는 등 한국시장은 정책에 의해 더욱 기형적으로 변했으며, 대외신뢰도가 낮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달러/원 환율은 20원 남짓 폭락해 1,300원을 압박하고 있다. 최근 미국 금리 급락이 원화 가치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환율 급락은 다시 주식, 채권 등 증권가격 상승의 촉매 역할을 하고 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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