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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물가, 헤드라인과 근원 엇갈린 행보...물가전망 키 유가 급등우려는 최근 축소

  • 입력 2023-11-02 14:1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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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WTI 선물 가격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자료: WTI 선물 가격 흐름, 출처: 코스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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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소비자물가의 전년비 상승폭이 좀더 확대됐지만 근원물가 상승세는 둔화됐다.

2일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동월대비 3.8% 올라 9월(3.7%) 수준을 상회했다.

하지만 근원물가 상승률은 둔화됐다.

식료품및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동월대비 3.2% 올라 9월(3.3%)보다 약간 둔화됐다. 이 지수 상승률은 7~9월 3.3%에 묶여 있었지만 10월엔 약간 내려온 것이다.

농산물및석유류제외지수는 전년비 3.6% 올라 올해 9월(3.8%) 상승률보다 낮아졌다. 이 지수 상승률은 7~8월 3.9%를 기록한 뒤 9월엔 3.8%로 둔화됐고 10월엔 다시 0.2%p 더 낮아진 것이다.

■ 근원물가 상승률 둔화...물가당국, 앞으로도 물가 상승률 하향 압력

이상 저온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더디게 하락하고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석유류 가격도 9월보다 상승하면서 물가 상승률은 높은 수준에서 유지됐다.

이후 10월 중하순 들어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안정화되면서 물가 우려는 줄어들었다.

기대인플레이션(일반인, 향후1년)은 최근 석유류 및 농산물가격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폭 높아졌졌다. 기대 인플레는 8월 3.3% → 9월 3.3% → 10월 3.4%를 나타냈다.

하지만 근원물가는 안정을 찾아가는 흐름을 보였다.

변동성이 강한 품목들을 제외한 OECD 기준 식료품 및 에너지제외지수는 전년동월비 3.2% 오르는 등 둔화되는 양상을 나타냈다.

정부는 물가 상승률의 추세적인 둔화 흐름에 무게를 실었다.

기재부는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하고 추세적인 물가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전월보다 하락하는 등 둔화흐름을 지속했다"면서 "중동 지역 불안에 따른 국제유가 변동성 등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나 주요 농산물 수급여건 개선 등으로 물가는 점차 안정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아울러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를 가동해 모든 부처가 소관 품목의 가격·수급 동향을 점검하고 김장재료·먹거리 가격 등 물가 안정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유가가 추가로 크게 상승하지만 않으면 물가 상승률은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국제유가가 9월 이후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추석 이후 크게 하락하던 농산물가격이 예년과 달리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CPI는 전월보다 오름폭을 소폭 확대했다"면서 "그러나 근원물가 상승률은 공공서비스물가 오름폭이 확대됐으나 개인서비스물가의 둔화 흐름이 이어지면서 전월보다 소폭 낮아졌다"고 밝혔다.

향후 물가 흐름은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의 전개양상과 그에 따른 유가 추이, 국내외 경기흐름 등과 관련하여 불확실성이 한층 커진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최근 유가·농산물가격 상승 등을 감안할 때 향후 물가 흐름은 지난 8월 전망경로를 웃돌 것으로 예상했다.

김 부총재보는 그러나 "근원물가 상승률은 이달에 이어 앞으로도 완만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이에 더해 최근 높아진 농산물가격이 점차 안정될 것으로 보이는 점을 고려할 때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유가가 추가로 크게 상승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둔화 흐름을 나타낼 것"이라고 관측했다.

■ 물가, 기조적 둔화 흐름...유가는 물가, 성장률 흐름의 최대 관건

한국은행은 향후 물가 안정과 관련해 중동 사태의 전개에 따른 유가가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이 총재는 전날 대한상의 세미나에서 "내년 유가를 84달러로 예상했다. 만약 90달러 이상으로 오르면 (물가와 성장 등) 많은 예측이 달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총재는 특히 전쟁이 1년 이상 장기간 지속되면 한국 물가에 악재가 될 것으로 봤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최근 몇 차례에 걸쳐 국제유가 움직임에 따라 물가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 등을 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바 있다.

지난 8월 한은이 내년 국제유가 80달러 중반 정도를 가정하고 성장률 2.2% 수치를 내놓았은 바 있다.

하지만 전쟁에 따른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는 최근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고 있다.

■ 장기전 각오한 이스라엘...다시 이슬람 국가 규합 촉구하는 이란

지금은 전쟁이 길어질 수 있는 가운데 유가 불확실성은 여전히 상당히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스라엘은 전쟁의 지속기간에 상관없이 승리하는 게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이번 가지지구 전쟁은 힘들고 길 것"이라며 "하지만 승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전쟁과 관련해선 미국과 이란의 역할이 중요하다. 미국의 이스라엘 지원 정도나 확전 가능성 등이 변수라는 진단들도 많다.

이런 가운데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지금 또는 미래에 미군 병력을 가자지구 지상전에 투입할 계획이나 의향이 없다"면서 "전쟁 종료 후 가자지구 미래 건설에 하마스는 참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이란은 이슬람 국가들의 세력 규합을 통한 이스라엘 압박을 추구하고 있다.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모든 이슬람 국가들을 향해 "이스라엘에 대한 원유, 식료품 수출 중단을 촉구한다"면서 전쟁 중단을 주장했다.

■ 최근 유가 하향 안정과 전쟁 프리미엄 하락

하지만 확전 우려 등에도 불구하고 국제유가는 최근 하향 안정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흐름을 WTI 기준으로 보면, 국제유가는 9월 27일 93.68달러로 고점을 찍은 뒤 하락하고 있다.

10월 7일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발생한 뒤 고유가에 대한 우려가 커졌지만 유가가 일방적으로 움직이는 않았다.

중동사태 이후 유가는 '급등 우려'와 '상승의 한계' 주장 사이에서 등락을 이어가다가 11월 들어서는 80불 수준까지 내려왔다. 이는 지난 8월 28일(80.10달러) 이후 가장 낮은 것이다.

지금은 중동사태의 '장기화'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지만 유가는 하향 안정되고 있다.

가자지구 진입 이후 이스라엘군 희생자 발생, 이란의 아랍 산유국에 대한 이스라엘 원유 수출 금지 재촉구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지만 상품시장은 '전쟁 프리미엄'이 낮아진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유가 최근 하향 안정 나타내자 급등 전망은 축소돼

전쟁이 발발한 뒤 일부 전망기관에선 국제유가 150불, 200불 이상 등의 전망이 나온 바 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 가정 등 각종 시나리오에 기반한 예상들이었다.

아울러 최근엔 미국의 원유생산이 역대 최대로 증가해 유가 급등에 대한 우려가 단순 우려로 그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주장도 보인다.

전쟁 전개 상황 등에 따라 유가가 다시 상방 압력을 받을 수 있지만 스윗스팟을 크게 벗어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인식도 적지 않다.

전체적으로 전쟁 발발 당시에 비해 유가 급등 전망이 누그러진 편이다. 이는 최근 유가의 하향 안정과 궤를 같이 한다.

골드만삭스는 "수급 압박과 재고 감소로 브렌트유는 배럴당 $100까지 상승할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OPEC은 상당한 여유 생산능력을 갖고 있다"면서 "브렌트유가 스윗스팟인 $80~105 범위의 상단을 지속적으로 상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브렌트유 선물은 현재 85달러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인베스텍은 "중동 사태에 따른 공급차질이 없고 2024년까지 OPEC+의 감산조치가 없다면 국제유가가 최근의 고점을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따른 원유 공급 축소 위험, 그리고 고금리의 글로벌 경기 타격에 따른 수요 둔화 효과를 같이 봐야 할 것이란 관점도 보인다.

맥쿼리는 "중동 사태에 따른 공급 위험이 커지고 있지만 최근엔 글로벌 거시경제 여건 악화가 유가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이 됐다"면서 "중동 상황이 악화하지 않으면 원유 공급 차질은 없을 것이고 유가도 약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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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기획재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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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국은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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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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