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4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시장금리 급등 본 뒤 '공조'에 나선 연준과 재무부

  • 입력 2023-11-02 11:02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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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11월 FOMC 성명서, 출처: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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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최근 시장금리 급등이 연준과 미국 재무부의 스탠스를 꽤 바꿨다.

연준 스탠스가 예상보다 누그러지고 재무부가 국채 발행물량 조절에 나선 것은 최근 국채10년 금리가 장중 5%를 넘어서는 등 고공행진을 벌였기 때문이다.

시장금리 급등으로 긴축이 심화되자 연준은 금리인상에 대한 욕구를 낮췄으며, 미국 재무부는 국채 장기물 물량 조절 등으로 나왔다.

■ 파월, 매파성은 유지했지만...

FOMC는 1일 이틀간 진행된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를 현행 5.25~5.50%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2회 연속 동결이며, 예상된 결과다.

FOMC는 성명에서 "3분기 경제 활동이 강한 속도로 확장됐다. 일자리 증가세가 강하게 유지하고 있으며 실업률은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다"면서 "최근 몇 달 사이 장기채권 수익률 상승으로 금융여건이 긴축됐다"고 평가했다.

파월 의장은 금리 인상룸을 닫지는 않았다.

파월은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인 2%로 복귀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장 금리 인하는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면서 "한두 차례 동결했다고 해서 금리인상이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은 착각"이라고 말했다.

파월은 견조한 노동시장과 소비자 지출을 포함한 강력한 경제지표로 인해 연준이 인플레이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더 많아졌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2%로 낮출 수 있을만큼 충분히 제약적인 통화정책 입장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이러한 우리들의 스탠스를 달성했다고 확신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최근 경제지표가 예상을 뛰어넘는 양호한 수치를 보였던 만큼 FOMC를 앞두고 '매파적 동결'이 대세로 여겨져왔다.

이번 회의를 앞두고 연준이 추가 인상 룸을 닫을 것이라고 본 사람들은 거의 없었다. 이에 따라 파월이 금리 상승에 따른 긴축 심화를 거론하자 이번 FOMC는 예상보다 도비시하게 다가온 측면이 있었다.

■ 흥분한 美 금리시장, 뉴욕 주가도 금리 보며 1% 이상 뛰어...국내 금융시장도 뉴욕발 호재 반영

코스콤 CHECK(3931)에 따르면 미국채10년물 금리는 1일 19.97bp 폭락한 4.7320%, 국채30년물 수익률은 17.20bp 급락한 4.9234%를 기록했다. 국채2년물은 14.16bp 하락한 4.9540%, 국채5년물은 18.60bp 떨어진 4.6658%를 나타냈다.

뉴욕 주가지수도 1% 이상 속등했다. 금리 폭락에 따른 할인률 부담 완화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다우지수는 전장보다 221.71포인트(0.67%) 상승한 3만3274.58에 장을 마쳤다. S&P500은 44.06포인트(1.05%) 오른 4237.86, 나스닥은 210.23포인트(1.64%) 상승한 1만3061.47을 나타냈다.

달러값은 강보합 수준을 나타냈다. 이번엔 엔화값 상승이 달러 강세에 한계로 작용했다.

달러인덱스는 전장 대비 0.02% 높아진 106.69에 거래됐다. 달러/엔은 0.55% 내린 150.84엔에 거래됐다. 일본에서 "개입을 대기하고 있다"는 재무관 발언이 나온 영향 등이 작용했다.

FOMC와 미국 국채발행계획 이벤트가 호재로 작용하면서 국내 이자율 시장도 달렸다. 국내에선 5년과 10년 금리가 10bp 넘게 급락했다.

주식시장에선 코스피가 1.5%, 코스닥이 3% 넘는 급등세를 나타냈다. 달러/원 환율도 흥분하면서 10원 넘게 급락했다.

■ 美 재무부의 시장 안정 노력

미국 재무부는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국채발행 우려와 관련해 장기채권 발행 속도 조절에 나섰다.

재무부는 1일 3개월 전에 설정한 속도대로 단기 채권 발행을 계속 늘리는 한편 10년 및 30년물 채권 발행 속도를 늦출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조치는 지난 8월 미 재무부가 전반적으로 차입을 대폭 늘리기로 결정한 이후 몇 달에 걸쳐서 10년물과 30년물 미국채 수익률이 16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데 따른 것으로 평가된다.

재무부는 차입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2년물과 5년물 국채 입찰 규모를 매월 30억달러씩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10년물 입찰은 매월 20억달러, 30년물 입찰은 매월 10억달러씩 늘릴 예정이라고 했다. 지난 8월 재무부는 10년물 입찰을 30억달러, 30년물 입찰을 20억달러씩 늘린 바 있다.

다음주 분기별 환매 입찰에서 재무부는 1120억달러 상당 국채를 매각할 예정이다. 이는 전분기 1140억달러보다 소폭 줄어든 것이다. PD들은 이번 분기에도 재무부가 1140억달러 규모를 입찰할 것으로 봤다.

M&G투자의 짐 레비스 공공채 CIO는 "국채발행 예상액이 1140억달러였는데 1120억달러에 불과한 것에 채권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했다"며 "환호할 일이 거의 없는 이 시장에서 이 정도면 충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 미국 10년 금리 5% 본 뒤 이뤄지는 연준과 재무부의 공조

이번 FOMC에선 연준이 균형을 찾으려는 모습이 평가를 받았다.

물론 파월이 물가 안정과 관련해 '여전히 갈 길 멀다'고 밝히는 등 매파적 색채를 완전히 빼지는 않았다.

하지만 '과소 긴축 리스크와 과잉 긴축 리스크가 점차 균형을 향해가고 있다'고 밝히면서 연준의 통화정책이 긴축 일변도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알렸다.

그동안 연준은 과소 긴축 위험이 과잉 긴축 위험보다 크다는 입장이었다.

연준의 입장 선회는 최근 많은 연준 관계자들이 밝혔던 '시장금리 상승에 따른 긴축'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 금융 환경이 긴축되면서 기준금리를 서둘러 더 인상할 필요성이 줄어든 것이다.

FOMC와 함께 미국의 국채발행계획도 큰 관심사였다.

재무부는 3년 이하 단기채 발행 비중을 늘리고 중장기물 비중을 줄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런 모습에 일드 커브는 누우려는 모습을 보였다.

연준과 재무부의 공조가 확인된 것이다.

최근 연준이 10년 금리가 5%를 넘는 모습을 보인 뒤 이를 두려워하고 있다는 평가들도 나왔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연준은 3월 SVB 사태 이후에도 금리를 인상했지만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5%까지 급등하자 11월 동결 필요성을 시장에 전달해왔다"면서 "정부도 금리 급등을 부담스워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재무부는 4분기 총 차입 규모를 8월에 발표했던 수치보다 축소했다. 또 4분기 대비 내년 1분기 이표채 발행규모를 축소하고 재정증권 발행 규모를 4분기 대비 확대했다"고 밝혔다.

■ 미국의 빚 관리...기대와 한계

지난 8월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및 미 국채 발행 확대 이후 기간 프리미엄이 상승하면서 금리는 상승했다.

미 재무부의 11월~24년 1월 발행 규모(TIPS, FRN 제외)는 8,370억 달러였다. 지난 분기보다 900억 달러 증가한 것이나 PD들의 시장 전망치(8,460억 달러)를 하회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미 재무부는 금리가 크게 상승한 장기물보다 단기물 비중을 확대했다. 2~7년물은 지난 8월에 발표한 발행 증가 규모를 유지했지만 10~30년물은 이보다 축소했다"면서 "특히 수요가 가장 약한 20년물은 지난 8월 발행 규모를 유지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발행 규모가 시장 전망치를 하회한 것은 10~30년 발행 규모가 2,220억 달러로 PD 전망치 2,310억 달러보다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 차입자문위원회(TBAC)는 미 국채의 수요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다.

은행들이 작년에 비해 1,540억 달러의 국채 보유를 축소한 데다 해외 중앙은행들이 환율 약세에 대응해 미 국채를 매도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아울러 미국채 10년이 4.25%를 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포트폴리오 조정 완료했던 부분이나 MBS 컨벡시티 헤지 등도 거론했다.

임 연구원은 장기채 수요 약화 등으로 재무부가 기간 프리미엄에 덜 민감한 만기의 채권 발행을 확대하고 T-bill 비중을 TBAC의 권고안인 15~20%에서 벗어나는 것을 용인하겠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그는 "더욱이 TBAC는 회계연도 기준으로 2024년 2분기(달력 기준 2024년 1분기)면 국채 발행을 확대하지 않아도 된다고 언급하는 등 수급 부담이 완화되면서 금리는 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 연구원은 "내년 1분기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은 9,450억 달러인데, TIPS와 FRN까지 포함한 채권 발행 규모가 9,700억 달러인 만큼 순 발행 규모는 250억 달러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는 또 "1분기 순 차입 규모 계획이 8,160억 달러로 채권 순 발행 규모를 제외한 7,910억 달러는 T-bill을 통해 조달할 것"이라며 "QT가 금리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언급한 가운데 T-bill의 순 발행 기조가 지속되고 있어 지준 부족으로 인해 QT가 중단될 가능성도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금리 급등에 대한 부담이 내년 대선이라는 정치적 이벤트와 엮여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김상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TBAC가 재무부에 보내는 서한에서 재정증권 발행 비중이 권고 범위(15~20%)를 상당기간 벗어나는 것을 용인하고 20년물 등 장기물을 더 이상 늘리지 말고 7년물 등 중기물 중심으로 늘리자는 의견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즉 내년 대선을 앞두고 크레딧 위험을 가중시키지 않기 위해 연준과 재무부는 텀프리미엄 발 장기채 금리 급등세를 관리하는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다만 이런 식의 채권 물량 관리엔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보였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발표에서는 3년 이하 단기채 발행 비중이 늘고 5~10년, 10년 초과의 중장기채 발행 비중은 축소됐다. 이는 장기채에 대한 민간 수요 둔화를 인정하고 RRP라는 버퍼가 있는 단기채 위주의 발행을 통해 시장 부담을 경감하겠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강 연구원은 "파월과 옐런의 질서 정연한 팀 플레이에 장기금리 위주로 시장금리가 급락했다. 다만 이번 결정의 수면 밑에 있는 의미들까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파월은 이번 회의에서 QT 유지에 대해서는 확고한 스탠스 재확인한 가운데 문제는 재무부의 단기채 위주 발행은 현재 금융시장의 유동성 버퍼인 RRP 잔고 소진 속도를 가속화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RRP 잔고 소멸 뒤에는 은행 지준이 국채 발행을 소화해 줘야 한다는 점에서 RRP 잔고 축소가 가속화될 경우 시장은 지준 축소 우려를 선반영할 수밖에 없다"면서 "QT와 은행 지준 축소가 맞물릴 24년 1분기 말이 유동성 관점에서 스트레스가 가장 높은 시점이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 '시장 너무 달리면 다시 연준 심기 건드려' vs '앞으론 경기 악화되며 금리하락 더 탄력 받을 수도'

이런 가운데 미국 연준와 재무부가 최근 금리 급등에 긴장했지만, 금리 급락이 지속되면 다시금 통화당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들도 나오고 있다.

따라서 지금과 같은 구도라면 미국채 금리가 5% 이하에서 적당한 박스권을 찾지 않으려고 노력할 수 있다는 진단도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미국 금리가 폭락해 4.7%대 초반으로 내려갔는데, 연준은 금리 하락 분위기가 계속되도록 용인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10년 금리 5%에 대해선 미국 당국이 확실히 긴장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이 수준보다 좀 낮은 정도에서 금리가 유지되는 것을 선호할 듯하다"고 밝혔다.

물가 목표를 위해 연준이 '아직 갈 길 멀다'고 밝히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시장이 랠리를 벌이는 것은 연준의 심기를 어지럽힐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미국이 수급 부담 완화를 계속 자신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어서 금리가 내려가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관점도 보인다.

일단 미국의 전체 국채 발행 규모는 증가하는 경로이나 장기물 발행 확대 속도는 감소했다. Note(2~10년이하) 발행량은 월간 4%대 증가율이 유지되지만 Bond(10년초과)는 기존 +3%대에서 +1%미만으로 감소했다

박민영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하락, 공급 부담 완화, 지표 둔화 확인으로 장기물 금리 레벨은 낮아졌으나 추세 하락을 기대하기 어렵다"면서 "국채 발행량은 정부의 지출 의지를 고려할 때 내년에도 꾸준히 증가할 공산이 크다"고 평가했다.

그는 "연준은 QT 지속 의지를 밝히고 있기에 국채 수요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자동차 노조 파업은 임금 인상 조건으로 해소됐다"면서 "전반적인 미국 경기는 견조한 수준이 유지될 가능성이 높고 여전히 금리 상방 변동성이 우위에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경기 악화 요인이 부각될 수 있다며 금리 시장의 랠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도 보인다.

'채권왕' 제프 건드락 더블라인캐피탈 CEO는 1일 미국 CNBC 방송에 나와 앞으로 미국 경제가 악화돼 내년 초 리세션에 도달하고 금리가 떨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건드락은 "실업률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의 수익률 역전 현상이 1년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최근 들어서는 스팁되고 있는데 이것이 리세션 신호"라며 "근로자들은 금융사와 테크 업체에서 쫓겨나고 있으며 그 흐름은 확산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아울러 늘어난 빚 때문에 미국이 지금과 같은 고금리 자체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도 거론했다.

그는 "9월 회계연도 말 기준으로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1조 7000억달러로 불어났다. 예산 부족은 거의 34조달러에 달하고 엄청난 금액이 부채에 추가된다. 미국 정부는 더 이상 이러한 높은 금리와 적자에서 지탱할 수 없다. 이는 지속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자료: 신한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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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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