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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당국 전망대로 흘러가는 성장흐름과 '습관적' 한국경제 비관론

  • 입력 2023-10-26 13:53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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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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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한국의 3분기 GDP가 전기비 0.6% 성장한 것으로 나타나 나쁘지 않은 수치를 보여줬다.

전년 동기비 성장률은 1.4%로 2022년 3분기 3.2% 성장 이후 최고였다.

설비투자 부진에도 민간소비와 순수출이 증가한 영향으로 괜찮은 수치가 나온 것이다.

시장에서 0.4%, 0.5%를 예상하는 모습들도 많았지만 결과는 2분기와 같은 0.6% 성장이었다.

전기비 성장률은 작년 4분기 -0.3%를 기록한 뒤 올해 1분기 0.3%, 2분기 0.6%로 올라왔다. 이후 3분기에도 2분기와 같은 수치를 유지했다.

설비투자가 -2.7%로 나빴지만 민간소비(0.3%), 정부소비(0.1%), 건설투자(2.2%), 수출(3.5%), 수입(2.6%) 모두 나쁘지 않았다.

■ 시장보다 한은˙정부의 예상이 좀더 정확했다

한국은행은 향후 성장률에 대해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시각을 보였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4분기에 전기비 0.7% 성장을 하면 연간 1.4% 성장을 달성할 수 있다"면서 " "현재 국내경제는 불황이 아닌 부진에서 완화되는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의 성장률 전망도 상대적으로 나쁘지 않다.

신 국장은 "성장률 1.4% 논쟁에선 반도체 등 IT 회복, 공급망 재편시 대중국 이슈가 핵심이었다"며 "최근 반도체가 살아나면서 수출부진이 완화하고 성장 기여가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는 "4분기 GDP의 전년비 성장률은 기저효과 등으로 좀 높게 나올 것"이라며 "1~3분기까지 플러스가 나왔으며, 4분기 전년비 성장률은 상당히 높게 나올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상대적인' 낙관론을 위협하는 요소는 하마스 사태라고 짚었다.

그는 "수출은 반도체와 IT 개선세로 회복되고 있으며, 이달은 20일까지 통관수출도 플러스"라며 "당초 전망대로 갈 것으로 보이지만 하마스 사태 영향이 불확실성"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흐름은 섹터별로 자신들의 예상과 다소 차이가 있었다고 했다.

신 국장은 "수출과 수입은 예상보다 좀 증가율이 높았다. 건설도 최근 건설경기 대비 수치가 좋게 나왔다. 하지만 설비투자는 예상보다 안 좋고 민간소비는 회복세가 세지 않은 예상 수준을 보였다"고 소개했다.

한은과 정부 모두 수출이 나아지면서 한국경제가 나아지는 쪽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이번엔 설비투자가 부진했지만 내년엔 반도체, IT 중심으로 설비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민간소비는 회복세를 보이더라도 회복 속도는 완만할 것이라고 했다.

신 국장은 "재화 수출과 제조업 생산은 같이 간다. 반도체 제조업체가 생산하면 재고로 쌓이거나 수출이 늘어난다"고 밝혔다.

■ '상저하저' 비아냥 듣던 부총리도 '경기회복세'에 무게..."내년엔 회복세 더 뚜렷해질 것"

이날 국정감사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의 경기 평가도 나쁘지 않았다.

이번 국감에서 야당 의원들은 한국경제 비관론을 설파하면서 정부에 책임을 묻기에 바쁘다.

민주당 의원들은 최근 국감에서 '상저하고의 증거가 어딨느냐. 온통 상저하저의 증거뿐'이라는 주장을 펼쳤다.

하지만 한국 잠재성장률을 2% 정도로 잡으면, 하반기의 회복세가 나쁘다고 보기도 어렵다.

추경호 부총리도 자신이 말해왔던 '전망' 대로 경기가 흘러가고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부총리는 국감에서 "아침에 GDP를 봤다. 전반적 경기흐름은 그간 말했던 것과 같다. 당초 정부가 전망한 경로와 궤를 같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 4분기와 올해 상반기 경제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고 실제 (결과도) 그랬다. 하반기부터 서서히 회복세 나타나고 내년엔 뚜렷해질 것이라고 했다"면서 이번 수치에 대해 시장에선 0.4%나 잘 나오면 0.5%라고 했지만 실적치는 정부 예상대로 0.6%였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올해 성장률에 대해선 보수적으로 보면 1.3%, 낙관적으로 보면 1.5%라고 했다. 현재는 1.4% 전망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중이라고 했다.

정부가 기대를 거는 쪽도 수출이다.

부총리는 "전반적으로 수출이 좋아졌다. 하반기엔 순수출 쪽에서 기여할 것이라고 했는데, 현재 반도체, 자동차, 선박 등이 좋아지고 있다. 반도체는 바닥을 확인하고 나아질 기미를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수출 회복세가 강해지는 듯한 양상"이라며 "10월 현재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섰고 하반기엔 수출 중심의 회복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 '습관적' 혹은 '악의적' 한국경제 비관론?

시장 일각에선 습관성 한국경제 비관론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이번 3분기 GDP 결과가 나온 뒤 시장 일각에선 시장이 지나치게 비관론에 집착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보였다.

이번주 국감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일부에서 올해 성장률을 1%로 보고 있다. 어찌 보느냐'는 질문을 받자 "그 가능성은 '제로'"라는 답을 하기도 했다.

3분기 GDP 흐름을 알고 있었던 한은 총재 입장에서도 대외 불확실성이 크긴 하지만 한국경제가 마냥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자신감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의 한 채권딜러는 "채권시장이 자신들의 포지션 때문인지 한국경제 전망에 대해 좀 과도한 비관론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미국 GDP가 양호하게 나올 경우 미국채10년이 다시 5%로 오를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아울러 시장 일각에선 '습관적으로' 혹은 '악의적으로'(?) 한국경제 비관론에 몰두한 전망이나 보고서에 지나친 점수를 줬다는 평가도 보였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노무라 같은 곳은 얼마 전까지도 한국 성장률 1%도 힘들다는 식으로 전망해 주목을 끌긴 했지만, 한국을 좀 아는 사람들이 볼 때는 현실성 없는 전망이었다"면서 "한국경제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펼치는 특이한 주장을 그간 너무 팔아줬던 것 아닌가 한다"고 말했다.

다만 여전히 한국을 둘러싼 대외경기 불확실성이 크다는 쪽에 무게를 두는 쪽에선 성장률이 한은이나 정부의 예상치인 1.4%를 밑돌 수 있다는 관점을 내놓기도 한다.

이날 한은이 GDP설명회에서 밝히기도 했지만, 건설투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건설착공이 부진해 내수에 대한 어려움이 있는 데다 중동 사태에 따른 금리와 유가의 상승 가능성 등은 경제를 옥죄는 요인이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여파로 2022년 하반기부터 건설수주가 급감했는데 약 1년 반의 시차를 두고 건설기성 악화로 이어진다"면서 "반면 설비투자는 대외 수요 회복이 통상 1~2분기 시차를 두고 반영돼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수출은 아직까지 반도체, 기계 및 장비 등 특정 산업에 호조가 집중되고 있다. 재고 순환 사이클 상 금년보다 내년으로 가면서 품목의 확산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대외 환경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 3분기 성장을 견인한 수출 모멘텀 둔화가 우려되고 내수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순수출 성장기여도 악화로 성장세 둔화가 예상된다. 금년 연간 성장률은 1.2%로 정부 및 한은 목표치를 소폭 하회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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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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