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4 (토)

[장태민의 채권포커스] 5%에서 되돌림된 美금리...금리 도움 간절히 바라는 주식시장

  • 입력 2023-10-25 11:28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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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5%를 찍은 뒤 20bp 하락하자 주식시장도 반색했다.

특히 채권 장기물을 매도했던 빌 애크먼이 숏을 커버했다고 밝힌 뒤 미국채 금리는 하락하면서 일드 커브도 플랫됐다.

최근 금융시장에선 미국채 10년 5%대 금리는 악재를 과도하게 반영한 것이란 주장과 물가와 경기, 국채발행 물량 확대를 감안할 때 금리 5%대 안착 가능성이 맞부딪히고 있었으나 일단은 후자 쪽이 힘을 얻었다.

불확실성이 여전하고 금융 투자자들의 포지션이 오락가락하는 가운데 주식시장은 금리가 일단 5%에 맞고 떨어진 데 희망을 걸고 있다.

■ 과도한 채권 숏은 정리되는데..

코스콤 CHECK(3931)를 보면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19일 장중 5%를 넘어선 뒤 전일비 8.76bp 뛴 4.9876%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후 금리는 하락했다. 20일 6.23bp 떨어지면서 4.9%대 초반으로 내려온 뒤 주말을 넘긴 23일 7.83bp, 24일 2.30bp 하락했다.

24년 10년물 금리는 4.8240%로 최근의 고점 대비 20bp 가량 낮아졌다.

이번주 들어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이 자신의 X(트위터)에 "본드 숏을 정리했다. 지금의 장기금리 수준에서 공매도를 유지하기에는 위험이 너무 크다"고 밝히면서 금리 하락을 부추겼다.

애크먼은 지난 8월에 30년물 국채에 대한 숏 포지션을 취했음을 알린 바 있다. 8월말 당시 4.21%대였던 30년물 금리는 최근 5% 위로 뛰면서 80bp 넘게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애크먼은 9월 말에도 "장기 인플레이션율에 실질 이자율, 그리고 기간 프리미엄을 더하면 미국 국채 30년물의 적정 수익률은 5.5%"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30년물 금리가 타겟으로 가기 전 미리 정리했다고 밝힌 것이다. 30년물 금리는 19일 11.72bp 뛰면 5.1047%까지 오른 뒤 하락했다.

애크먼이 숏 포지션을 정리하던 때에 맞춰 30년물 금리는 4.9%대 초반, 10년물은 4.8%대 초반으로 낮아진 상태다.

애크먼은 채권 장기물 매도 포지션 정리 후 "세상에 위험이 너무 많아 현재 장기금리 수준에서는 공매도를 유지할 수 없다. 주식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유지하는 데다 지정학적 긴장도도 크다. 안전자산인 미 국채 가격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금융시장 관계자들은 그간 큰손 투자자들이 투기적 포지션으로 금리를 과도하게 끌어올렸던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할 수밖에 없었다.

금리 상승을 과하게 종용했던 투기적 채권 매도 포지션들이 청산됐다거나, 최소 매도 포지션이 정점을 찍었다고 판단하는 주식 투자자들은 향후 금리 상승의 한계를 거론하면서 주가 상승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 금리, 최근 하락이 대세 하락 시사하지 않아..금리 재급등만 없으면 주가 반등 시도할 만한데..

미국의 양호한 경기 상황, 여전히 높은 물가, 국채 발행 증가 흐름 등을 고려할 때 미국채 금리가 매끈한 하락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긴 어렵다.

하지만 미국 기업들의 실적이 대체로 예상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금리의 위협이 이전보다 약화되면 주식시장에도 반전의 신호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감이 보인다.

미국 S&P500은 17일부터 5거래일 연속으로 하락한 뒤 24일엔 30.64bp(0.73%) 오르면서 일단 분위기를 추스렸다.

금리가 5%를 돌파하면서 200일 이평선을 내주는 등 상당히 위태로워 보였지만, 금리 급락과 함께 일단 분위기는 쇄신한 모습이다.

S&P500은 24일 최근 하향 돌파했던 200일 이평선을 다시 웃돌면서 4,247.68에 거래를 종료했다.

한창 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발표 중인 가운데 주요 기업들의 성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미국채 10년물 금리가 전고점에 도달하고 5%를 돌파하는 국면에서 주가가 조정됐고 이후 금리 안정 국면에서 회복됐다"면서 "전쟁 돌발변수 남아 있으나 추가 금리 급등만 없다면 당분간 주식시장은 실적 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 주가도 최근 맥을 추지 못했다.

미국채 금리 급등과 하마스 사태에 대한 경계감 속에 신용거래 관련 반대매매 등도 변동성을 키웠다.

하지만 미국채 금리 급등과 수급 교란이 진정되면서 전일 장중 주가도 올라왔다.

코스피지수는 24일 장중 2,320선까지 급락했으나 이후 반등해 2,380선을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가지수는 전일 장중 급등했지만, 이날은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코스피는 8월 2,600선을 내준 뒤 9월엔 2,500선을 내줬으며, 10월 들어선 2,400선을 내준 상황이다.

미국 금리 진정과 국내 수급의 어려움이 한계치에 다가서면서 주가의 하락세는 멈추지 않겠느냐는 기대감도 보인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양 시장 신용융자잔고는 18조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작년 주가 저점 수준까지 내려간다면 추가 상환이 이뤄질 것이고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지만 악성 매물이 소화되고 있다는 것은 반등 시점에 가까워지는 것을 의미하다"고 밝혔다.

■ 美금리 5%대 안착, 1차 시도는 실패했지만 끝나지 않은 금리의 위협

다만 금리의 주가에 대한 위협이 끝났다고 보기도 어렵다.

최근 헤지펀드들이 투기적 숏 포지션을 과도하게 취해 미국 금리가 크게 올라간 측면이 있지만 상황은 만만치 않다.

헤지펀드 업계의 대표선수 레이 달리오는 최근 "미국 국채 10년 금리가 5%까지, 더 높이 갈 수도 있다. 어떤 것도 정확한 것은 없다"면서 주식투자의 불확실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경기가 나빠지는 가운데 수급 부담에 미국 금리가 다시 오른다면 주식이 비빌 언덕은 줄어든다.

미국이 조만간 발표할 자금차입 계획 등에서 채권 발행이 늘어나 금리를 재차 올린다면 주식이 동반 약세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전날 발표된 미국의 2023년 회계연도에선 미국 정부의 이자비용은 2022년에 비해 1,840억 달러가 증가 하는 등 재정적자는 2.02조달러로 2022년의 1.02조달러보다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8월에 이어 이번에도 채권 발행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난 8월 미국의 신용등급이 강등되고 다음날 미 재무부가 이표채의 발행 규모를 확대하면서 기간 프리미엄에 대한 우려는 확대된 바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정부가 늘어난 부채와 높은 금리로 이자 비용에 부담을 느낄 수 있어 장기채권 발행 규모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관심이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정부부채 내 티빌(T-bills)의 비중을 15~20%로 관리하지만 채권의 만기에 대해 비중을 관리하는 가이던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 고금리의 압박, 주식의 길은..

신한투자증권의 김성환 연구원은 1980년 이후 주식시장이 채권 약세장에 반응하는 방식으로 두 가지라고 밝혔다.

첫 번째는 약세장 전환 혹은 주가 붕괴(87년, 00년)라고 소개했다. 두 번째는 금리 안정화 직후 상승 추세 복귀(82년, 84년, 94년, 18년)라고 했다.

하지만 금리가 불안한 가운데 주가가 랠리하는 경우는 없다고 했다.

김 연구원은 "물가 안정이 중요한 상황에서 금리가 안정되기 전에 주식이 랠리를 재개하는 세 번째 경로는 생각하기도 어렵고 사례도 없었다"고 했다.

지금은 두 번째 경로, 즉 금리가 안정화된 직후 주가가 오르는 국면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예상보다 양호한 미국 기업이익의 토대가 높은 레버리지를 통해 이뤄졌다면 기업이익은 긴축 과정에서 급감할 공산이 크지만 기업들의 레버리지는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미국 기업들이 생산성 개선을 주도하게 되면서 과거보다 임금 비중이 높지도 않다. 이익이 쌓아올려진 토대는 견고하다"면서 "두 번째 경로에서 82년 케이스와의 유사성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82년엔 고금리가 부실한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촉발했지만 경영혁신·기술혁신을 주도하거나 펀더멘탈이 견고한 기업들은 살아남았다. 이에 물가 하락과 생산성 반등이 동반되면서 구조조정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은 장기 상승 추세로 복귀했다.

김 연구원은 "현재 미국 기업들은 생산성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으며, 물가 경로도 유사하다"고 했다.

94년 케이스와의 유사성에도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94년은 IT 투자가 끊임없이 이뤄지면서 기술과 IT 제품의 급속한 발전으로 PC, 통신망, 인터넷 보급이 확산됐고 그 결과 긴축 직후 생산성이 빠르게 반등할 수 있었다. 지금의 여건이 그 때와 비슷한 점은 AI 투자 등으로 생산성을 개선시키려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 악성 매물 소화는 기대감 키우지만 여전히 금리 불안은 어쩔 도리 없어

다만 할인율 불안 상황에선 기업이익 훼손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주가는 언제든 조정 압력을 받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는 평가들도 여전하다.

신용투자 등에 따른 악성매물은 얼추 소화돼 수급이 바닥을 다질 수 있지만 금리나 환율 등 주변시장 불안에 따른 경계감은 여전하다.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는 "9월에 이어 10월에도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지는 중이고 금리도 하향 안정세로 돌아섰다고 보기 어려워 주가 반등 역시 자신하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자산운용사 주식본부장은 "수급적으로 꼬인 지수 하락은 어느 정도 마무리 된 듯하다. 실적 쇼크나 외부 변수 때문에 한번 더 눌림목을 줄 수도 있지만, 그러면 그 때가 진바닥일 것"이라며 "다만 그렇다고 올해초처럼 시세를 다시 분출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여전히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는 금리 위험, 주도주 부재 등은 주식시장을 제대로 된 반등으로 이끌기 어려운 요인으로 꼽힌다.

그는 "실적시즌을 맞아 마땅한 주도주가 없어 지금은 치고받는 상황"이라며 "지수 자체는 하향된 박스권에서 움직이고 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고 달러화가 약해지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완화돼야 주가가 좀 자신있게 오를 수 있지만 이런 부분은 어떻게 장담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자료: 메리츠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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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신한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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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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