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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의 채권포커스] 국감 도마에 오른 한은 일시차입금

  • 입력 2023-10-23 14:01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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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23일 중앙은행 국정감사에서 정부의 한은 일시차입금이 도마에 올랐다.

올해들어 정부는 단기적인 세수 부족을 메우느라 한은에서 습관적으로 돈을 차입하고 있다.

현행법 상으로 아무 문제가 없지만, 야당 의원들은 '기조적 차입'이 법의 '취지'를 위반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한은 총재는 정부의 한은 단기 차입에 장단점이 있다면서 국회에서 질서를 잡아주면 그에 따르겠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 예년 대비 크게 늘어난 재정증권과 한은 일시차입과 이자비용

올해 9월까지 정부의 재정증권 발행액은 누적기준으로 44.5조원이며, 한국은행에 대한 일시차입 금액은 누적 113.6조원이다.

올해를 제외한 지난 9년간 정부의 한국은행에 대한 일시차입금액은 연평균 34.9조원이었지만 올해는 4분기가 남아 있지만 벌써 100조원을 훌쩍 넘겼다.

9월까지 정부의 재정증권 발행 규모는 44.5조원으로 작년까지 9년 누적 평균 발행 규모 27.6조원 대비 1.6배 늘어난 수치지만 한은 차입 활용도가 부쩍 높아진 게 특징이다.

이러다보니 정부가 일시적 자금 부족에 대해 중앙은행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 한은 발권력을 '마이너스 통장'으로 보고 너무 쉽게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정부가 자금 부족에 대해 만기가 짧은 채권(63일 재정증권)이나 한은 단기 차입을 통해 돈을 빌리고 있으나 시중금리 자체가 높아진데 차입 규모가 커지면서 이자 비용도 이전보다는 크게 증가했다.

9월까지 한은 일시차입에 따른 이자비용은 1500억원으로 작년까지 9년간 연평균 이자비용 164.7억원에 비해선 9.1배 늘었다.

재정증권 발행에 따른 이자비용은 9월까지 2,747억원으로 9년 연평균 684억원에 비해 4.0배 증가했다.

물론 이런 단기증권이나 중앙은행 차입에 따른 이자는 작년부터 국고채 이자비용이 20조원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사소한 일이라는 지적도 보였다.

■ 정부의 한은 차입, 여기엔 '조건' 있으나...

현행 규정은 정부가 중앙은행 자금을 남용하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한은의 대정부 일시대출금 한도와 대출조건이 있는 것이다.

국고금관리법은 정부가 한국은행으로부터의 차입에 앞서 재정증권 발행을 통해 조달하도록 적극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정부의 한국은행 일시차입이 기조적인 부족자금 조달수단으로 이용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는 조건을 붙이고 있다. 마음대로 중앙은행을 마이너스 통장처럼 활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 의원들은 정부가 중앙은행 단기차입금을 한국처럼 자유롭게 이용하는 나라는 없다면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 한은 총재 "일시차입 장단점 있어....국회에서 정해주면 그에 따른다"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는 한은 차입기간 15일 정도여서 물가 영향 없다고 하더라. 그런데 15일이라고 해도 9월까지 8개월간 62차례 빌렸더라"면서 정부의 상시적 중앙은행 차입을 문제삼았다.

재정증권63일 발행엔 일정 절차가 있고 한은 차입은 쉽고 편하기 때문에 정부가 악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보였다.

올해 들어 정부는 예컨대 일시 재정자금 부족에 대해 2조원을 빌렸다가 통화량이 늘면 2조을 환수하는 식의 패턴을 반복하는 중이다.

정부가 한은에서 차입을 하게 되면 일시적으로 본원통화가 증가하는 요인이 된다. 하지만 일시 차입에 대응해 공개시장조작으로 시중유동성을 빨아들이 때문에 이 자체가 물가엔 큰 영향을 주지 않는다.

한은 총재는 정부의 한은 차입이 장단점이 있다면서 국회에서 '정해주면' 그대로 따르겠다고 했다.

이 총재는 "정부의 한은 일시차입은 중앙은행의 발권력에 의존하는 단점이 있다"면서 "다만 평상시 일시차입시 60일 이내에선 효율성을 높이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일시적인 자금 부족에 대해 한은으로부터 쉽게 돈을 빌릴 수 있으면 정책 운영을 무난하게 할 수 있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게 습관이 되면 위험할 수 있다.

이창용 총재도 "연속적으로 빌리면 기조적이 될 수 있는 우려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현행법으로는 이런 식으로 자금을 변동하는 게 전혀 문제가 없어 돈을 빌리려는 정부를 막을 수 없다.

총재는 "예컨대 한은 입장에선 50조원 한도가 있을 때 정부가 한달 사이 세수 때문에 빌리겠다고 하면 그러지 말라고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다른 나라들은 안 쓰는 중앙은행 단기대출...'문제다' VS '큰 문제 없어 보이는데'

선진국의 경우 정부가 중앙은행에 대해 차입할 때 조건이 까다로운 데다 우리처럼 자주 쓰지 않는다.

야당 의원들 중엔 " 잦은 차입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다들 조심하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다르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정태호 민주당 의원은 "한은 자료를 보니 이런 식의 차입을 금지하는 나라들이 많더라"라며 "감사원은 2010년 정부의 한은 일시차입에 대해 통화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주요국 가운데 대정부 대출제도가 있는 나라는 캐나다 정도다.

그러나 캐나다도 실제로는 이 제도를 활용하지 않는 데다 대출기간은 6개월 이내, 대출규모는 당해연도 정부 추정세입의 3분의 1 이내, 상환기한은 익년도 1분기 종료 전까지 등으로 정해두고 있다.

일본과 이스라엘은 원칙적으로 금지하면서 예외 규정을 두면서 예외를 활용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연중 최대 150일 이내, 일본은 국회의 의결을 차입 요건으로 두고 있다.

영국과 미국같은 나라에선 중앙은행의 대정부대출 취급 규정 자체가 없다.

현행 「한국은행법」 에는 '한국은행은 정부에 대하여 당좌대출 또는 그 밖의 형식의 여신을 할 수 있다'고 돼 있으며, 「국고금 관리법」 에는 '정부가 재정증권 발행을 우선적 수단으로 해야 하며, 차입한 자금을 그 회계연도의 세입으로 상환해야 한다'는 규정 등이 있다.

다만 올해 세출에 비해 세수가 예상을 밑돌자 정부가 중앙은행을 마이너스 통장처럼 이용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들이 적지 않다.

하지만 현행법상 문제가 없으며, 재정 환경이 크게 어려운 상황에서 일시적인 자금 부족분을 한은에 빌린 뒤 곧바로 갚는 행위를 문제삼기 어렵다는 지적도 보인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정부의 한은 차입은 법에 따라 이뤄지는 것이다. 어려운 재정 여건상 올해 들어 활용도가 높아진 것일 뿐 특별히 큰 잘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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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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