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 2024-05-04 (토)

(장태민 칼럼) 이창용 한은 총재 입각 가능성에 대해...

  • 입력 2023-07-03 13:17
  • 장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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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일 한은에 모인 경제정책 당국자들...외쪽부터 최상목 경제수석, 이창용 한은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사진: 1일 한은에 모인 경제정책 당국자들...외쪽부터 최상목 경제수석, 이창용 한은총재, 추경호 경제부총리,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감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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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콤 장태민 기자] 2023년 하반기 첫날이자 주말인 7월 1일.

한국은행엔 이창용 한은 총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등 금융당국 수장들이 모여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를 열었다.

한은에서 이 회의를 연 것은 역대 처음이다.

한은에 따르면 자신들이 '초청'한 것이다.

어느 때보다 친밀해 보이는 한은 총재와 경제부총리의 행보를 두고 '정책 공조', 심지어 호사가들 사이엔 한은 총재 '입각설'에 대한 논평도 오가는 상황이다.

■ 주말에 한은과 경기·금융시장 점검한 뒤...부총리 "최근 산업동향과 수출, 큰 우려는 덜어줘"

정부는 최근 경제지표 개선세를 보면서 안도하고 있다.

여전히 경기 불확실성이 크다고 보지만 최근 광공업생산을 중심으로 산업활동이 개선되는 모습에 자신감을 얻기도 했다.

정부는 또 글로벌 경기 둔화 우려 등이 있다는 점을 감안해 정부는 정책역량을 '총동원'해 경기 개선 모멘텀을 살려나간다는 입장이다.

이런 가운데 주말에 나온 수출 데이터도 개선돼 경기 하방 리스크 완화에 힘을 실어줬다.

주말에 경제수장들이 한국은행에 모여 경제와 금융시장 상황을 점검했지만, 경제부총리와 한은 총재의 경기관은 비슷하다. 자주 만나다 보니, 두 사람 모두 평균값을 취하는 듯한 느낌도 든다.

두 사람은 일단 하반기 경기는 상반기 보다 나아질 것이란 전망, 물가상승률은 더 둔화될 수 있지만 다시 오를 우려가 있어 여전히 물가안정에 정책 중심을 둬야 한다는 인식 등을 공유하고 있다.

주말 한국은행 회동 뒤 경제부총리는 이날 서울 정부청사 국무회의에 참석해 다시 한번 나름의 경기 자신감을 피력했다.

추 부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 참석해 "최근 물가와 고용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산업활동과 수출이 모두 동반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5월엔 생산과 소비, 투자가 트리플 증가를 기록한 데다 6월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 전환한 것을 반겼다.

물론 아직은 안심할 때와는 거리가 멀다고 본다.

부총리는 "경기 하방위험이 다소 완화되고 있지만 중국경제 및 반도체 등 IT 경기의 회복지연 가능성이 있고 국제금융시장 불안요인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여전하다"고 평가했다.

■ 더 이상 큰 이슈 안 되는 한은총재-경제부총리의 만남

이창용 한은 총재 등장 전까지 한은 총재와 경제부총리의 만남은 세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주로 나쁜(?) 의도로 주목을 받았다.

정부가 한은의 통화정책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을까 하는 의심이 끊이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엔 자주 만나지 않아 만나는 일 자체가 큰 이슈였다.

하지만 이창용 총재 말 대로 지금은 '만남 자체'가 별다른 이슈가 되지 않는다. 이창용 총재가 부임 당시 공언한 대로 정부 관계자들과 자주 만나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한은 총재가 참석하는 거시경제·금융 관련 회의는 은행회관에서 주로 열렸다. 하지만 이번엔 한은은 리모델링한 건물도 자랑할 겸 집들이 차원에서 정부 관계자들을 초대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한은에서 거시경제 점검회의가 열린 데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어 보인다. 새건물로 입주한 뒤 집들이 차언에서 한 번 한 것"이라고 했다.

한은은 남대문시장 맞은 편 본관 건물을 새롭게 단장한 뒤 지난 4월 본가로 재입주한 바 있다.

■ 정부와 적극적인 소통...한은 총재 입각설, 가능한 시나리오일까

이런 가운데 최근엔 이창용 총재의 입각과 관련한 얘기들도 시중에 흘러다니고 있다.

이창용 총재가 기존 한은 총재들이 보였던 대정부 관계의 '수동적인 전통'을 깨고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기 때문이다.

총재는 직원들에게도 금리결정 뿐만 아니라 각종 경제현안에 대해 좀더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하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그 자신 역시 당면한 경제 이슈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밝히거나 한국경제가 나아갈 방향을 거론하는 일이 적지 않았다.

이런 분위기도 한은 총재의 입각 루머에 꽤나 신빙성을 더해줬을 법했다.

다만 한은 총재가 임기 중 입각하게 되면 통화정책의 독립성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보인다. 따라서 이런 점을 감안할 때 '루머는 루머일 뿐'이라는 평가도 많다.

한국은행 직원 A씨는 "한은 총재의 총리, 혹은 부총리 기용설은 가능성 0%에 가까운 일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만약 '일 욕심 많은' 이창용 총재가 정부로 들어가게 된다면, 그 일은 총재 임기가 끝난 뒤가 될 것으로 보는 게 합리적이란 평가도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임기는 2026년 4월 20일까지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는 2022년 5월부터 시작돼 2027년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윤 대통령이 이 총재의 임기가 끝나면 집권 후반에 이창용 총재를 쓸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이창용 한은 총재의 능력과 소양에 대해 욕심을 내고 있기 때문에 임기 만료 전 입각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이창용 총재 개인 성향까지 이 시나리오에 대입해 가능성을 추론해 보기도 한다.

한국은행 직원 B씨는 "한은 총리의 경제부총리설 뿐만아니라 총리설 등도 꽤 돌긴 했다"면서 "다만 중요한 것은 대통령의 의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만약 (총재 성향을 감안할 때) 지명이 된다면 이 총재가 수락할 가능성은 매우 높아 보인다. 임기가 끝난 뒤 입각할 가능성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일에는 때가 있는 법"이라며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느껴 제안한다면 받을 듯하다. 아울러 대통령이 임기 말년에 시켜준다는 보장도 없다"고 했다.

■ 흥미로운 주제, 한은맨의 정부 경제정책 참여 확대

지금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998년 한은법 개정으로 안착된 체제이며, 비로소 한은 총재가 의장을 맡게 된다.

그 이전엔 재무부 장관이 의장을 겸임하고 한은 총재가 당연직으로 참여하는 '기형적인' 구조였다.

하지만 98년 4월 금통위 이름을 '금융통화운영위원회'에서 '금융통화위원회'로 되찾아온 뒤 재무부 장관이 금통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해 독립성을 제고했다.

다만 세상사엔 양면성이 있다.

'98 체제' 이후 한은의 독립성 강화 등이 이뤄졌으나, 과거 한국경제 성장기에 한은맨들이 보여준 국가경제에 대한 기여 등은 줄었다는 평가도 있다.

최근 한은 총재의 내각 기용설 등을 흘러나오자 이 문제를 곱씹어 보기도 한다.

1980년대에 한국은행에 입행해 지금은 퇴직한 전직 한은맨 C씨는 이렇게 말했다.

"총재에 대해 4년 임기를 보장해 준 것은 중립적으로 통화정책을 펼치라는 의미일 것입니다. 총재가 임기 중간에 정부 자리로 옮기게 되면 통화정책의 독립성 등을 해칠 수 있다고 우려할 수 있지만, 그게 또 반드시 그런 건 아닙니다. 통화정책이 정부 거시정책에서 따로 놀 수 없다는 것은 모두가 알지 않습니까?"

예컨대 미국에선 연준 의장을 지낸 재닛 옐런이 현재 재무장관으로 일하는 중이다.

다만 이런 의견에 반대하는 쪽에선 일단 총재를 지내다가 임기도 마치기 전엔 내각으로 옮기게 되면 앞으로 계속해서 통화정책에 대한 정부 입김을 의심할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이창용 총재와 같이 업무를 해 보기도 했던 이 한은 퇴직자는 지금은 습관적인 '독립성' 논리에서 벗어나야 할 때라고 설파했다.

"이창용 총재는 안목이 넓은 데다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입니다. 제가 입행했던 1980년대 중반부터 현재까지 총재가 임기 중간에 다른 곳으로 간 적은 없었지만, 옐런의 사례 등에서 볼 때 정부가 거시정책적으로 필요하면 중앙은행 사람을 쓰는 게 나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과거 한국경제 성장시대에 한은맨들이 정부 관료 등으로 자리를 옮겨 상당한 기여를 하기도 했다.

따라서 다시 한은과 정부의 인적 교류에 넓혀 중앙은행맨들이 국가경제에 기여하도록 독려하는 것은 국가에 이익이라는 평가도 있다.

물론 통화정책이 정부의 파퓰리즘 식 정책에 오염될 수 있다는 식의 우려를 깔끔하게 해소하긴 어렵다.

아무튼 '현재의' 한은맨들이 볼 때 한은 총재의 내각 차출 가능성과 같은 소문은 낯선 데다 가능성도 낮아 보인다.

정부 인사철에 맞춰서 한은 총재를 '차출'해 와야 한다는 얘기가 도는 게 불편하다는 말도 나온다.

한은 직원 D씨는 상황을 이렇게 해석했다.

"개인적으론 총재가 임기가 끝나기 전에 입각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봅니다. 물론 총재를 하다가 경제부총리를 못할 것도 없지요. 다만 정부 개각 관련해 추경호 부총리 뒤에 할 사람을 못 찾다 보니 이창용 총재 등용설이 나오는 것 같아 답답하기도 합니다."

장태민 기자 chang@newsko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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